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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Nov 29. 2023

엔진오일 교체의 맛

새 차된 기분 1일 차

드디어 자동차 엔진오일 교체를 하고 왔다. 마지막 엔진오일 교체일이 언제더라? 날이 차가워지니 차가 시원하게 안 나간단 느낌이 들어 서둘렀다.


정비소엔 정비사가 두 분이 계셨는데, 내 차까지 딱 두 차가 있었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따뜻한 사무실에서 기다렸다.


다른 차주 분들이랑 대화를 나눴다. 부부셨는데 엔진오일을 넣으러 오셨단다. 나랑 같은 용건으로 같은 타이밍에 정비소에 방문하다니 괜스레 반가웠다.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엔진오일을 교체했는지 가물가물하다고 혼잣말을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아저씨가 정비수첩으로 꼼꼼히 적어두는 방법을 추천해 주셨다. 그동안 차량관리에 대해 무방비로 살아왔던 건가 아차 싶더라.


삼촌이 내게 차를 물려주실 때 차 앞유리에 엔진교체시기 주행거리 정보가 간단히 적혀있던 것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친오빠가 이미 네이버밴드에 내 차 히스토리를 남기도록 세팅해 둔 것도 기억났다. 덕분에 작년 엔진오일 교체날짜와 주행거리수를 확실히 기억할 수 있었다. 이제껏 가족들의 각별한 관심 덕분에 차가 유지되어 왔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정비사 분이 부부의 차를 살펴보시더니 후미등이 뿌옇다고 발견하곤 추가수리를 요청하시더라. 부부도 이런 꼼꼼한 점검 덕분에 지점이 많은 스피드메이트를 찾는다고 하셨다. 엔진오일 교체하시면서 평소 발견하지 못한 잔고장을 전문가가 찾아주시니 믿음직스러웠다.


 내 차엔 이상이 없었는지 별 말 없으셨다. 2주 전에 갑자기 차 시동을 켜는데 배터리가 나가서 긴급출동을 불렀던 터였다. 혹시나 차에 특별한 문제가 있을까 약간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이었다.


사무실에는 커피와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부부는 먼저 커피를 드셔보시곤 우리에게도 따뜻한 음료를 권하셨다. 믹스커피뿐 아니라 옥수수수염차, 메밀차, 녹차 종류가 다양해서 마실 생각이 없었는데도 혹했다. 엄마는 메밀차 나는 옥수수수염차를 마시며 마음을 데웠다.


정비소를 둘러보니 엔진오일은 5,000km마다 갈아주는 게 좋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난 이번에 7,300km 정도 만에 교체를 했더라. 차를 자주 안 타서 정비 부분에 소홀했는데 이제부터라도 꼼꼼히 관리해야겠다.


사용 중인 현대경차카드가 스피드메이트에서 연 1회 엔진오일을 무료로 교체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이 혜택을 누리려면 전달에 30만 원 실적이 필요하다. 실적을 충족한 이번 달이 끝나기 전 막차 타고 서비스를 받아서 짜릿했다.


무료로 엔진오일을 교체하고 다시 차를 타니 새 차가 된 것 같았다. 엑셀을 밟는 대로 쭉쭉 잘 나가는 기분이 좋았다. 진작에 교체할걸. 엔진오일 교체의 맛을 제대로 알았다.


내 차에 관련한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기록하는 건 분명 귀찮은 일이다. 막연한 불안함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바로 돌아오는 길에 네이버 밴드에 오늘 정비받은 내역(엔진오일 교체일자, 주행거리, 직전 교체일자와 주행거리 수 비교, 정비소 위치)을 간단히 기록했다. 차의 진짜 주인이 되는 순간이다. 늦었지만 나의 빠른 발이 되어주는 내 차 이야기를 꼼꼼히 기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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