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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Feb 13. 2024

임실치즈피자에 진심인 자의 최후

피자를 위한 열정

 이른 아침부터 임실로 향했다. 지난밤 친동생이 집에 놀러 왔기 때문. 동생은 [피자받긔]라는 게임아이디를 사용할 정도로 피자를 정말 좋아한다. 그런 그에게 유명한 임실치즈피자를 꼭 임실에서 맛보게 해 주고픈 마음이었다.


 호기롭게 임실치즈마을로 향했다. 미리 영업일을 확인했고, 휴무일은 월요일이라 안심했다. 근데 문이 굳게 닫혀있더라. 화덕에 갓 구운 임실치즈피자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 일부러 찾아갔는데 말이다. 동생에게도 이 맛을 소개할 생각에 제법 들떴는데 오늘은 실패인가.


 아침 10시부터 영업 시작이라 11시 반이면 열고도 남을 시간인데. 보기 좋게 헛걸음했다. 임실치즈피자 먹으려고 아침부터 임실까지 온 우리 가족. 여기서 물러날 순 없는 법.


 임실향교 쪽 임실치즈피자 집에 전화를 걸어본다. 박명수 씨의 홍보 멘트만 맴돌 뿐 전화를 받지를 않는다. 속는 셈 치고 전화 걸면 자동으로 회신되는 문자 속 주소를 따라가봤는데 허탕이다. 설날연휴가 끝난 직후라 오늘까지 단체로 쉬나 보다.


 임실에서 임실치즈피자 먹기는 포기하고 전주로 향했다. 부모님은 백반집 가자고 하셨다. 임실치즈피자 먹으러 임실까지 와서 허탕 쳤는데 여기서 포기한다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전주에도 임실치즈피자집이 많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임실에서 임실치즈피자를 먹는 것의 상징적 의미가 있기에 굳이 완주에서 전주를 놔두고 임실로 향했던 것.


 전주역 근처 임실치즈피자집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영업 중이셨다. 한달음에 향했다. 주차도 쉽고 매장도 넓고 쾌적하고 손님이 우리뿐이었다. 신나는 마음에 먹고 싶은 피자 2판을 가장 큰 사이즈로 치즈크러스트추가해서 주문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그랬던가. 한입 베어 물자마자 맛있다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역시 임실치즈피자의 감칠맛은 남달랐다. 아낌없이 느껴지는 치즈맛이 예술이더라. 원래 아는 맛인데 피자 좋아하는 동생에게 한 수 알려줄 수 있어 유난히 더 맛났다.


 임실치즈는 국내 최초로 생산한 치즈라 특별하다. 다들 살면서 지정환신부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그런 내게도 임실치즈피자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작년이다. 임실에서 내 손으로 직접 치즈를 쥐암쥐암 반죽하고 쭈욱 쭈욱 늘리면서부터다. 임실에서 치즈가 생겨난 배경을 이해하고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생기니, 같은 치즈라도 유독 값지게 느껴지더라.


  거기다 임실까지 가서 한참을 헤매고, 결국 전주에서 먹은 임실치즈피자의 맛은 참 달콤했다. 동생에게 갓 구운 임실치즈피자 맛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을 지킬 수 있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오늘의 임실치즈피자가 유독 기억에 남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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