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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일; 엄니

by b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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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스니커즈, 미스터애스크, 데모데이, 사우스베이 개발자모임, 마감, 걷기, 하와이, 엄니, 백박사, 아버지, 여행, 밴쿠버.......


퇴근길 메트로링크역에서 집까지 걸어간다고 말하려 와이프에게 전화했다. 불통.

좀 있다 리턴콜. 어디냐고 묻길래 걷는다고 그런데 어머니하고 통화해 보란다.


하와이에서 가족들이 모두 모여 보자고 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잠시 이야기 나누고 3일치 밀린 일기 마무리하고 숨 돌린 뒤에 통화.


옛날 2003년에 모든 식구가 큰형 집에 모였을 때를 이야기하신다.

승민, 승연, 미르 아이들 4형제 모두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웃으며 좋아하던 그 때.


추석을 맞아 미국에 있던 큰형과 막내를 보러 한국에서 대식구가 출발했던 그날들.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한다. 그날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도 안다. 지금은 그 때와 너무도 달라진 것을.

승민, 승연 그리고 그들 엄마는 법적으로 남이다. 미르도 그 엄마도 그렇다.


큰집에는 승아가 태어났다. 우리도 승헌, 승의가 이제 12, 10살이다.

승재는 준우가 돌을 지났다.


그런데 승민, 승연, 미르, 승헌, 승의, 승아가 다 모이는 광경을 보시고 싶어한다.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그런 그림. 가족사진을 다시 찍어보고 싶어한다.


아버지는 77, 어머니는 76세. 한국 땅에는 승재가 혼자 덩그러니 있다.

큰 아들과 세째는 태평양 너머 미쿡에.


많이도 외로우시고 힘들어하신다. 건강도 눈에 띄게 안 좋아지셨다고 한다.

답답한 일도 많은데 이야기 나눌 아들들도 없다고 푸념하신다.


애써 웃음과 침묵으로 동의, 공감하지만 그 무게가 가늠하기 어렵다.

시원하게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마음 가는대로, 다 해 드릴게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가 처한 현실도 만만치 않다. 삶의 궤적을 지나치게 굵게 철없게 그려온 대가를 치루고 있기 때문에......

죄송하다. 또 죄송하다....... 못난 아들이라서.


어째야쓰까..... 우찌해야쓰까..... 불쌍한 우리 엄니, 우짜노.......

우리 아부디 우째야쓰까, 불쌍한 우리 아부지......


그저 곁에서 이야기 듣고 운전해주고 맛난 거 먹고 그러면 될텐데

그것조차 너무 힘든 아니 답도 없는 이 상황. 답답하다. 갑갑하다.


우째야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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