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단단히 성장하겠습니다
텀블벅을 창업한 염재승 대표가 지난 10년간의 텀블벅 생활을 뒤로 하고 다음 도전을 찾아 어려운 발걸음을 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텀블벅은 모회사인 백패커의 김동환 대표가 이끌게 되었는데요. 염재승·김동환 두 대표에게 이번 리더십 전환에 대한 소회를 들어보았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텀블벅을 떠나는 소감이 어떤지?
타운홀 미팅을 통해 팀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니 이제야 실감이 나는 것 같다. 늘 텀블벅 생각만 하면서 살았는데 이제 이 사무실도, 텀블벅 슬랙(Slack) 채널도 들어오지 않게 될 거라는 것이 이상한 기분이다.
텀블벅을 창업했던 2011년에 나는 스타트업의 '스' 자도 몰랐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것 같다.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기마다 좋은 동료를 만나고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고비를 넘기고 여기까지 성장시킬 수 있었다.
20대에 창업한 회사를 10년간 이끌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사업 초창기가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텀블벅에 대해 주변에서 다들 기술적으로든 제도적으로든 불가능하다는 말이 많았다. 복잡한 결제를 간편하게 만드는 것도, 크리에이터를 돕는 비즈니스 자체도 한국에서 어렵다고들 했는데 그걸 해내는 경험이 짜릿했다.
하지만 최근 2~3년간은 나의 한계를 실감하는 시기였기도 하다. 텀블벅의 다음 챕터를 열기 위해 노력했지만 조직문화나 운영, 채용 같은 부분에서 경험이 부족했기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기도 해서 팀원들에게 미안함도 컸다.
좋은 시기에 아이디어스와 한스(김동환 대표)라는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무척 다행이다. 지난 몇 년간 한스와 대화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아이디어스도 텀블벅처럼 한국에서 어렵다고들 말하는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였지만 멋지게 성장한 서비스다. 서로 배우고 시너지를 낼 여지가 크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리더와 함께할 텀블벅 팀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에게 텀블벅을 맡긴다는 것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리더십 전환이 텀블벅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한스는 지금 텀블벅이 필요로 하는 리더다. 특히 고객관점에서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부분에 있어 강점이 굉장한 창업자다. 무척 기대된다.
물론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텀블벅이 뛰어난 가치를 담고 있고 많은 창작자들에게 사랑받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규모를 넘어서 더 큰 임팩트를 보여줘야 한다. 이 점에서 한스와 텀블벅 팀을 전적으로 믿는다.
작년 텀블벅을 인수한 데 이어, 이제 대표로 함께하게 되었다. 소감이 어떤지?
텀블벅이라는 서비스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을 확신했기에 인수를 결정했다. 다만 염(염재승 대표)이 더 오래 이끌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간섭하지 않고 먼 발치에서 지지해 왔다. 창업자만큼 서비스를 이해하고, 비전을 세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일을 맡게 됐지만, 팀이 믿고 맡겨준 만큼 열심히 해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염이 말하는 서비스 성장 과정상의 기쁨과 어려움에 많은 공감이 된다. 아이디어스 역시 초창기에 수수료도 받지 않고 운영했던 시기부터 지금의 모습까지 성장해 오면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선택과 타협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창업자로서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텀블벅도 앞으로 타협이 필요한 순간들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서비스의 가치와 비전, 창업자의 뜻과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지키려 노력할 것이다.
지난 세 달간 텀블벅 팀과 함께 일하며 합을 맞췄다. 직접 팀을 만나보니 어땠나?
처음 텀블벅에 와서 구성원들을 만났을 때에는 무척 조심스러웠다. 다른 조직, 다른 문화니까. 내가 상식이라 생각하는 게 틀렸으면 어떡하지? 직원 명절 선물을 선택하는 것만 해도 아이디어스와 텀블벅 팀원들이 선택하는 선물이 완전히 달랐다. '구성원들의 다양성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곳이구나' 느껴졌다.
텀블벅 팀원들과 함께한 지 세 달 정도 되는 지금은 서비스와 조직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고, 구성원에 대한 신뢰와 기대도 더 커졌다. 좋은 서비스, 좋은 조직문화로 계속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앞으로 텀블벅이 어떤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나?
텀블벅을 처음 써본 것은 2015년 수제 기타 프로젝트를 후원하면서였다. 그 이후로 수많은 프로젝트를 후원했지만 매번 올라오는 프로젝트들을 보면 '텀블벅이 아니라면 어디서 이렇게 신기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올라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가치있고 매력적인 텀블벅이라는 서비스를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더 많이 알리고 싶다.
창작자들이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하기 위해 텀블벅과 아이디어스라는 두 서비스를 시작한 염재승·김동환 대표. 두 사람의 대화에서 텀블벅 서비스의 더 큰 발전을 바라는 마음과 텀블벅 팀에 대한 깊은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텀블벅은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누구나 새로운 시도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편집 김괜저
이미지 텀블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