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침은 온다

심혈관조영실, 나의 하루

by 혈관튼튼연구소

알람이 울렸을 때, 나는 이미 깨어 있었다.

어젯밤 몇 시에 눈을 감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새벽 콜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몸은 녹초인데 머리는 아직 시술실에 있다. 파형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조영제가 퍼지던 그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잠들고, 알람이 울린다.

세 시간쯤 잤을까.

그래도 일어난다. 이게 이 일의 일상이다. 새벽에 불려 나가도, 몇 시간 못 자도, 아침은 온다. 출근은 해야 한다. 신기하게도 몸은 어떻게든 움직여진다. 오래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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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조영실.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심장과 혈관을 촬영하고 시술하는 공간이라고 하면 조금 감이 올까. 흔히 말하는 '혈관 뚫는 곳'이 바로 여기다.

방은 크지 않다. 가운데 시술 테이블이 있고, 그 위로 모니터와 장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벽에는 납이 들어간 방호복이 걸려 있다. 방사선을 쓰는 공간이라 납복은 필수다. 무겁다. 하루 종일 입고 있으면 어깨가 내려앉는 느낌이 든다.

내 자리는 모니터 앞이다.

의사가 카테터를 혈관 안으로 넣는 동안, 나는 그 모든 움직임이 화면에 선명하게 잡히도록 장비를 조작한다. 각도를 맞추고, 조영제가 들어가는 타이밍에 맞춰 촬영을 시작한다. 보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의사의 눈이 되는 일이다.

하루에 시술이 몇 건 들어올지는 아침에 알 수 없다. 예정된 케이스가 있어도, 응급이 끼어들면 순서가 바뀐다. 점심을 먹다 일어나는 날도 있고, 화장실을 참으며 버티는 날도 있다.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이 공간의 특성이다.

그리고 어젯밤처럼, 밤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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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커피를 샀다. 한 모금 마시면서 생각했다. 어젯밤 그 환자, 지금쯤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을까. 보호자 대기실에서 빨간 눈으로 기다리던 그 여자는, 지금쯤 남편 손을 잡고 있을까.

모르는 채로 하루가 시작된다.

시술실 문을 열었다. 모니터를 켰다. 오늘 첫 번째 케이스 차트를 확인했다. 70대 남성, 불안정 협심증.

자, 오늘도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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