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거기까지

더 맛있는 걸 바라지 않겠어요

by 티워터

살다 보니 딱히 미식가는 아닌데 자꾸 더 맛있는 걸 찾게 됩니다.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어서 맛있는 걸 먹으면서도 더욱더 맛있는 걸 찾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도저히 한 끼 식사값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값비싼 음식이 만들어지고 팔리게 되나 봅니다.

몇십만 원짜리 요리라니 처음에는 동경의 대상이 될 뻔했으나 저는 그곳에서 눈을 돌렸습니다. 경제적 여력이 없어 포기한 것과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좀 더 나은 것에 대한 욕망은 죄가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1인분과 50인분의 가격이 같은 것, 제대로 끼니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 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해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맛있는 걸 찾아 이 집 저 집을 찾는 제 행위도, 자꾸 불어나는 몸무게도 마음에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종목마다' 아, 이 집보다 더 맛있는 것은 필요가 없겠다'라고 생각하여 상한선을 잡고 더는 더 맛있는 집을 찾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딱 거기까지인 제 맛집들을 소개합니다.


김밥

1. 오미가김밥 | 3,000원 |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반찬가게에서 만드는 김밥입니다. 다른 종류의 김밥도 없고 특별한 재료도 없지만 계속 찾게 되는 이 맛은 제 김밥의 상한선입니다. 김밥이 저한테는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심임에도 최애 음식인데 그중에 최고입니다.

2. 최놀부김밥 | 최놀부 3,000원 야채 3,500원 |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맛집을 네이버에서 '맛집'이라고 검색하는 남편이 찾은 집으로 기대 없이 가서 먹어보고 발견한 보물 같은 집입니다. 그 완벽히 적절한 간과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그 뒤로 틈만 나면 가서 먹었고 먹으면서 늘 감탄합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집으로 완벽한 분업, 완벽한 세팅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집입니다.

야채김밥을 싸는 것을 우연히 봤는데 미리 싸놓은 야채묶음을 넣는 방식이었습니다. 깻잎에 갖은 야채들을 넣어 말아 당근 같은 것으로 묶어 놓은 야채묶음 2개를 김밥에 넣어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 센스에 정말 놀랐는데 희한하게 생 야채를 넣은 그 야채김밥이 메인김밥과 겨룰 만큼 맛있다는 것입니다.

60대 중반에서 7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시는데 아직은 아주 거뜬해 보이십니다만 이 집이 없어질 때까지 열심히 다닐 생각입니다.


샌드위치

1. 샌드위치하우스 | 블루치즈치킨샌드위치 6,700원 클럽샌드위치 9,000원 | 서울시 성북구 동선동

샌드위치만 파는 이 가게에서 전 약간 충격을 받았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한동안 매주 이 블루치즈치킨샌드위치를 먹었고 지금은 이 가게가 있는 동네로 이사를 왔습니다. 물론 이 샌드위치집 때문에 이사를 온 건 아니지만 이 집이 마음에 드는 점 중에 분명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 파머제이 | 바질갈릭치킨샌드위치 R 6,700원(로즈마리빵) |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아파트형 공장들이 즐비한 동네의 큰 특징 없는 카페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메뉴입니다. 저는 한동안 거의 매일 이곳에서 모닝세트를 먹었습니다. 샌드위치하우스와 달리 이곳은 빵이 반 정도 역할을 합니다.

바질갈릭샌드위치에 로즈마리빵을 선택해서 먹으면 괜히 레귤러사이즈를 시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홀브레드를 두 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1시간 거리의 이 집에 가끔 '갈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 때문에 자꾸 가게가 없어집니다. 없어지기 전에 빨리 가봐야겠습니다.


오리주물럭

섬진강오리명가 | 오리주물럭 중 30,000원 | 전북 임실군 운암면 마암리

2020년 8월 더 이상 운영하지 않으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전화도 해봤는데 결번이라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몇 해 전 임실을 여행하다가 묵은 숙소에서 무작정 찾아 들어간 집이었는데 정말이지 1%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거기서 최고의 고춧가루 맛을 보았습니다.

그 고춧가루는 혼자 역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혀에서 혼자 톡톡 튀며 알싸하고 깨끗한 고춧가루 맛을 계속 냈습니다. 반찬으로 같이 나온 서너 종류의 김치들 모두 다 맛있었고 기타 반찬들도 모두 훌륭했습니다.

어르신 혼자 이 가게를 운영하신다는 점이 전혀 기대를 하지 않게 했던 요인이었는데 하마터면 "그냥 갈까"생각에 나갈 뻔했습니다. 혼자 어렵게 운영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런 오리주물럭은 내 생에 처음이었고 임실이 고춧가루가 유명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 뒤로 임실고춧가루를 구해다 먹게 되었고 그 고춧가루를 먹을 때마다 이 오리주물럭 집이 생각이 납니다.


닭갈비

춘천원조명물닭갈비 | 13,000원 |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이름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유명세 덕을 보고자 이름만 갖다 붙인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원조'자까지 갖다 붙였는데 게다가 '명물'까지 붙였기 때문입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어느 날 '춘천닭갈비' 차가 이 집 앞에 서있는 걸 보니 정말 춘천닭갈비를 덕소에서 팔고 있었나 보다고 조금 오해했던 것을 후회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곳저곳에서 닭갈비를 먹어본 후 이곳이 계속 제 마음속의 1등을 하고 있었습니다.

메뉴는 하나고 주인 분들의 성격이 싹싹하지 못합니다만 불친절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분들의 심기를 건드려 힘들게 하고 싶지 않기도 해서 생각이 기울었을 수도 있습니다. 오래오래 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래된 가게가 없어지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아들분이 같이 일을 하시는 걸 보니 이어받으실 모양이라 안심이 됩니다.

왜 맛있는지 모르겠으나 먹을 때마다 맛있는 닭갈비는 한 달에 몇 번 정도 생각이 납니다. 아 이거 양이 적은데 생각하게 되지만 생각보다 양이 적당하고 아 이거 언제 익나 생각하게 되지만 생각보다 빨리 익습니다. 주인분이 뒤집어 주실 때까지 건드리면 약간 혼이 나니 그냥 두시고 "이제 드시면 됩니다"라고 할 때 드시면 됩니다. (최근에는 다 익혀서 나오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습니다. 역시 아쉽습니다)

반찬도 무 두어 개가 들어간 동치미와 쌈야채, 생마늘, 양파, 고추를 썰은 것이 전부이고 추가사리도 아들이 오기 전까지는 있지도 않았습니다만 사리 없이 이미 훌륭합니다. 밥을 비벼먹고 수정과까지 딱 먹고 나오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습니다.


타코

1. 타케리아스탠 | 퀘사디아 4,500원 | 서울시 종로구 초동(없어졌습니다)

타코집은 처음 가봤는데 전문적이어 보이는 건 음식뿐인 것 같은 매력적인 가게였습니다. 손으로 쓴 메뉴판은 많지도 않은 메뉴와 그나마 사이에 억지로 넣은 추가메뉴와 함께 편안한 느낌을 줬습니다.

음식은 다릅니다.

확실히 맛있었고 대단했습니다.

이 이상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가깝다면 이틀에 한번 먹고 싶을 맛입니다.

2. 멕시칼리 | 피시타코 2개 12,800원(또 올랐네요) | 서울시 광진구 능동

동생의 추천으로 가게 되었는데 다른 메뉴는 모르겠고 이 피시타코는 벌써 10번은 먹은 것 같습니다.

생선튀김은 맛이 없을 수가 없으나 타코 안에 들어가 있으니 고수와 함께 먹으면 천하무적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는 맛이겠으나 완벽한 조합으로 이미 만들어 놓은 이 집 말고는 두리번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만두

1. 꼼수없는 착한만두 | 생만두 6알 7,000원 |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

만두만 직접 만들어 만둣국과 함께 판매하는 집입니다. 오전에 아들분이 만두를 만들고 팔다가 저녁때쯤엔 어머니분이 판매하시고 가게를 닫으시는 시스템입니다. 나도 저렇게 어머니께 일자리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일하는 것보다 둘 다 덜 피곤하도록 하는 굉장히 효율적인 운영방식입니다. 참 효자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맛은 제 입맛에 정말 딱입니다. 고기만두와 김치만두가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고기만두가 더 맛있고 담백하고 정말 꼼수가 없는 단단한 맛입니다. 만두맛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건 직접 만드시는 양배추피클입니다. 너무 맛있어서 별도로 몇 개 더 산적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아직도 하는지와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들어가 봤더니 원래 만두 5알에 8,000원이었던 것이 6알에 7,000원이 됐습니다. 정말 꼼수 없는 착한 만두가 맞습니다. 사장이신 것 같은 아들분은 말이 없으신데 심지가 곧으신 진정한 셰프라고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 냉동고에는 냉동만두가 가득합니다. 이 집도 오래오래 그 자리에 계셔주면 좋겠습니다.

2. 향원만두 | 군만두 10개 6,000원 | 충청남도 서산시 읍내동

이 만두를 처음 먹어보고 맛집을 찾아간 첫 성공을 경험했습니다. 군만두가 10개에 5,000원입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인데 맛은 또 최고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 갈 수 있는 모든 기회에 기 가게를 찾아 열심히 먹었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최고입니다.

언젠가 서울에서 이 만두를 먹으러 갈 것 같습니다.

3. 월래순교자관 | 군만두 몇십 개 7,000원 |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

완전히 중국식 만두와 음식을 제가 먹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 만두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아 속는 셈 치고 집과 가까워 가봤는데


쭈꾸미

1. 쭈꾸미시스터즈 | 메인 1인세트 13,000원 |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없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쭈꾸미는 가끔 생각나는 음식입니다. 자주 있지도 않은 데다 혼자 먹기도 힘든 음식이기도 해서 1년에 한두 번 정도 먹게 되는 음식인데 여기를 알게 된 이후로 한 달에 두세 번은 먹게 되었고 거기를 떠나온 이후 거기 쭈꾸미가 정말 맛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체인인데 지점이 서울에는 여기 한 곳이라 정말 희귀합니다. 불맛과 함께 양념이 정말 아주 잘 볶아져 나옵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양념범벅이 된 쭈꾸미들을 맛보며 알았습니다.

멀어서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그랬으면 매주 갔을 겁니다.

2. 돗가비불주꾸미 THE청주 본점 | 불쭈꾸미 덮밥 13,000원 | 충북 청주시 청원구

청주에 지내면서 가게 된 곳으로 서울 어디에서 먹어 본 것보다 더 맛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동안 광화문 근처에서 먹어본 쭈꾸미가 맛있어서 자주 갔었는데 그것과 비교해도 차원이 다릅니다.

쭈꾸미는 본래 자그마해야 하는데 어디서 이런 큰 쭈꾸미를 잡아 왔는지 조금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오징어보다 큰 것 같고 문어보다 조금 작은 것 같은 크기입니다.

그리고 전문가가 볶아 온 덮밥의 쭈꾸미는 정말 완벽한 익힘 정도와 알맞은 양념양 때문에 저는 제가 직접 볶아 먹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정말 완벽합니다.


돈가스

고운돈가츠 | B세트 13,000원 |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없어졌습니다)

여기에서 일본식 돈가스를 먹고 여기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모든 메뉴가 훌륭하지만 치킨텐더를 먹어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치킨텐더였습니다. 입에서 사르르 녹았고 고추냉이와 소금을 같이 내어 주는 센스도 놀랐습니다.

같이 나오는 돈지루 또한 예술인데 그만 돈지루에 중독이 돼서 자꾸 집에서 시도해 보고 싶어 졌습니다. 이러면 주방장이 궁금해집니다. 얼굴을 보고 싶은데 덩치가 크신 분이라는 것 외에는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잘 먹었다고 인사를 크게 하고 싶은데 보이지도 않고 저도 그다지 용기가 없어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없어지거나 이동하지 않길 바라면서 또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

없어졌습니다. 주소를 적어 놓기 위해 검색하는데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까지도 운영을 한 모양인데 왜 없어진 걸까요. 왜일까요? 왜 이렇게 우리나라는 가게가 자주 없어지는 걸까요? 잘되건 말건 무지막지하게 가게들이 갈아 치워 지는 곳을 보면 가끔 두렵습니다.

고운돈가츠가 없어졌으니 돈가스가 먹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 딱히 새로운 곳을 찾을 의욕이 생기지를 않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내가 음식을 너무나 좋아하고 있고, 딱 거기까지라고 하려던 의도와는 다르게 그다지 소박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계속 생각하고 절제하지 않으면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돼지가 되어 버리는 부모처럼 되어 버릴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굶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닙니다. 좋은 것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그것들에게 묻혀 버리지 않고 어느 한 구석에 우뚝 서 있는 정신차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