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병이 이끈 잘못된 선택 : 타이중의 춘수당
대만은 중국인가 일본인가 ( 4 )
급떠난 여행이라 진즉에 숙소를 예약도 못 했거니와
타이베이 101의 신년맞이 불꽃놀이 때문에
모든 숙박업소가 서너 배 비쌌다
생존여행에서 필수요소는
비행기와 숙박비를 줄이는 것이어서
고민고민하다 31일에 타이중으로 가기로 한다
대만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쩐쭈나이차 버블 밀크티의 원조라고 알려진 춘수당
그 본점이 타이중에 있다는 것이
본점병이 있는 나에겐 결정적 한 방!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잘못된 선택....
시간 자체도 소중한 자산인
꽉 채운 4일간의 짧은 여행에서
기차 타고 두 시간 넘는 시간을 왕복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데.....
지금 생각하면 무슨 배짱인지
음력이 아니라 양력 1월 1일이니
좌석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기차 예약도 하지 않고 기차역으로 향했으니
당연히 입석만 남았고 숙소는 타이중에 있고
새벽에 도착했으니 잠도 제대로 못 잤고
결국 난 그 타국의 현지인들이 가득한 기차에서
아무데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꿋꿋이 잠들고 말았던
꽃보다 남자의 여자 주인공처럼
기차 칸과 기차 칸을 잇는 화장실 옆의 좁은 공간에서
캐리어에 앉아서 두 시간 넘는 시간 동안
헤드뱅잉을 하고 만다
지하철이나 버스는 물론 14시간씩 가야 하는 비행기에서도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나였는데
캐리어에 앉을 수 있다는 것조차 사치인 기차에서
왕복 5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정신줄을 놓았다니...
어둑어둑해서야 타이중 역에 도착했다
역 앞의 광장에는 이상하게 까무잡잡하고 키가 작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미 계열의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도 외노자들이 많이 오나 하기에는
타이중은 그렇게 큰 도시도 아니었고
다들 현지어를 잘하는 것이다!!
나중에 대만의 역사를 조금 알아보고 알게 된 것이지만
그들은 원주민이었던 듯하다
하긴 아열대 기후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대륙과 단절이 되어 발전도 느렸고
여러 나라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청일전쟁 후 일본이 지배하다가
국공전쟁에서 패한 장제스가 옮겨온 곳이니
원래의 섬주민들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너무 현지인들이 많으니까
은근히 무서워서 숙소 주변만 빙빙 돌다가
결국 편의점에서 비첸향과 맥주를
사들고 와서 먹고 자고 만다
다음날 날씨는 좋았다
1월 초였지만 걸으면 약간 더울 정도였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와서 그런가
뭔가 더 열대지방의 느낌이 났다
춘수당 본점에 간다
이 길이 맞나 싶을 때쯤
사람들이 왁자하게 서 있었다
"쩐쭈나이차 빙 더 이거"
확실히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는
차의 향이 깊고 찐하며
버블 자체가 부드럽고 쫄깃한 것이
고무 씹는 듯한 한국 버블과는 확연히 달랐다
다시 캐리어 위에서 헤드뱅잉을 하고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현지인들만의 식당에 가고 싶었던 나는
짧은 중국어로 의기양양하게
주문을 했는데.....
인생에서 처음으로 무전취식할 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