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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Sep 29. 2022

문학의 숲을 거닐다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09

문학의 숲을 거닐다


문학의 늪,

그 아름다운 향기 나누며

늘 사랑, 행복, 희망의

축복 안에 머물기를...

- With love, 장영희


<문학의 숲을 거닐다> 책장을 넘기자, 작가이자 번역가, 칼럼니스트 등 살아생전에 왕성한 활동을 했던 장영희 교수가 남긴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말이지 문학은 늪이다. 한번 발이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책장을 넘기다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문학에는 깊은 늪이나 우거진 숲만 있는 건 아니다. 발걸음이 내키는 데로 걷다 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도 있고, 시원한 계곡물에서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다가 목이 메어 한참을 책을 못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p.24

"아줌마, 이 목발들을 짚어야 걸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끄덕이자 아이는 "그럼 어깨가 너무 아프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몇 년 전 프랑스에 다녀온 학생이 선물로 준 작은 어린 왕자 플라스틱 인형이 달린 내 열쇠고리를 한참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아줌마, 이 어린 왕자는 눈이 없어요" 너무 낡아 지웠기 때문이다. "아줌마가 다시 눈을 그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어린왕자가 다시 볼 수 있잖아요."


문학의 숲을 거닐다


내가 만약 누군가의 마음의 상처를

막을 수 있다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내가 만약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주고

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올새 한 마리를

다시 둥지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

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 에밀리 디킨슨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내 생애 단 한 번>과 함께 세 권의 에세이집을 새롭게 묶어 시리즈로 출간됐다. 샘터 출판사에서는 가급적 작가의 문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오류만 신중하게 수정했다고 밝혔다. 사랑과 행복, 희망을 이야기했던 작가의 글에서 다양한 문학 작품을 어떻게 보고 느꼈는지 궁금하다.


그녀는 이 책을 "같이 놀래?"라며 손 내미는 어린아이의 마음에서 시작됐는지 모른다며,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자신의 '손 내밈'이라고 이야기했다. 문학의 숲을 독자와 함께 거닐며 향기로운 열매를 향유하고,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나누고 싶은 자신의 초대라고 설명했다.


p.68

어느 학생이 제출한 공책 앞면에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이라는 영문이 인쇄되어 있었다. 에릭 시걸의 <러브 스토리>에 나오는 말로서, 아마 사랑에 관한 정의 중 가장 자주 인용되는 말일 것이다. 주인공 제니퍼가 동거하는 애인 올리버와 말다툼을 하고 집을 나갔다 돌아오니 열쇠가 없어서 집에 못 들어간다. 제니퍼를 찾아 헤매다가 돌아온 올리버가 현관 앞에 앉아 울고 있는 제니퍼를 발견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제니퍼가 하는 말이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


대지에 입 맞추고 끊임없는 열정으로 사랑하라.

환희의 눈물을 대지를 적시고 그 눈물을 사랑하라.

또 그 환희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것을 귀중히 여기도록 하라.

- 도스토옙스키


이 책은 2005년에 처음 출간되었는데, 단순히 문학작품을 소개하는데 머물지 않고 작가의 삶과 연결 지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장영희 교수가 영문학자로서 삶을 살아오면서 만났던 수많은 문학작품들 중에서도 61편의 글을 통해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아픔과 고통, 깨달음과 감동의 이야기를 자신의 일상사, 가족, 이웃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장르의 문학 작품을 학창 시절에 시험 보기 위해 주요 문장이나 시험에 나올 만한 핵심적인 사항들만 체크해 가면서 읽는 게 아니라면 되도록 천천히 읽는 편이다. 하루에 10여 페이지 읽고 덮어두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밤을 새우기도 한다.


p.112

안과 밖, 물리적으로는 겨우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지만, 안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젊은이들과 밖에서 유리창을 닦고 있는 젊은이의 세계는 끝없이 멀다. 교실 안을 들여다보는 그 젊은이를 보면서 나는 어렸을 때 읽었던 심훈의 소설 <상록수>를 떠올렸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


p.7

문학은 일종의 대리 경험이다. 시간적 공간적 상황적 한계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경험을 다 하고 살 수 없는 우리에게 삶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시행착오 끝에 '어떻게 살아가는가', '나는 누구이며 어떤 목표를 갖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한다. 그러므로 문학을 통해 우리는 삶의 치열한 고통, 환희, 열정 등을 느끼고 감동한다.


영상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밤새 문학 작품을 읽을 시간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을 회자되며 다시 읽고 있는 문학 작품들 속에는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직접 경험하고 보고 듣지 못했던 것들이라도 새롭게 체험할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우동 한 그릇>,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 <멋진 신세계>,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 <변신>, <오만과 편견> 등의 작품은 언제라도 한 번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작품들은 물론 앞으로 문학 작품들을 읽게 된다면, 작가가 말한 것처럼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슨 감정이 들었고,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등 다양한 생각을 해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샘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https://blog.naver.com/twinkaka/22288732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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