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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Sep 17. 2024

인맥 다이어트 시대, 당신의 인맥은 안녕하신가?


SNS에서 가끔 안부만 주고받던 중학교 시절의 절친을 30여 년 만에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예전 모습이 남아 있었지만, 세월의 흔적도 느껴졌다. “그 동안 뭐가 그리 바빠서 만나지도 못했냐”며 친구와 손을 맞잡고 웃었다. 행복했다. 30여 년의 세월을 한두 시간에 다 나눌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옛 친구와 만나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다니 꿈만 같았다.


그런데 그 친구는 대화 도중 자신은 요즘 ‘인맥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임에 가면 얼굴도 잘 모르고 기억에 없는 사람들도 많아서 피하고 있다며, 꼭 만나고 싶은 두세 명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좋다고 했다. 불필요한 사람과는 되도록 많은 시간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을 듣자 30여 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인맥 다이어트란 불필요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진정으로 의미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체중 감량을 뜻하는 ‘다이어트’에서 착안한 이 말은 인간관계의 ‘군살’을 빼고 ‘중요한 관계’만 남기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친구는 인맥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모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그는 진정으로 중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고, 특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생각해 보면 인맥 다이어트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미니멀리즘’과 닮아 있다. 하지만 물건을 정리하는 것과 사람을 정리하는 것은 완전 다른 문제다. 또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 친구, 지인, 동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내 곁을 떠나버릴 때가 있다. 때로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별의 쓴 잔을 들이켜야 할 때도 생긴다.


요즘 생성형 AI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친구나 가족 대신 챗봇과 하루에 두세 시간씩 이야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우리의 인간관계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생각에 잘못 이룬 밤이 많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만날 때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처럼, 떠날 때 다시 만날 것을 믿어야 하지 않을까?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는 생각을 하며, 일말이라도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의 인맥은 안녕하신가?


* 출처 : 캐드앤그래픽스 2024년 9월호 에디토리얼

https://www.cadgraphics.co.kr/newsview.php?pages=news&sub=news01&catecode=2&num=7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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