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당신은 누구입니까?

by 원정미

미국으로 이민오는 사람들에게 가장 선망받는 직업 중의 하나가 바로 간호사이다. 다른 직업군은 취업비자가 나오는 것이 까다롭지만 간호사는 어느 주를 가던지 늘 인력난에 시달리기에 가장 빨리 안정적으로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금은 이 또한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들었다. ) 내 주변에도 미국에서 불안정한 자신의 비자를 영주권으로 바꾸고 싶어서 간호사를 선택하는 청년들이 꽤나 있었다.


내가 알던 한 청년은 그 어려운 화학, 생물, 수학공부를 어렵게 마치고 간호학과를 들어간 첫 학기 간호실습을 들어가자마자 간호사를 포기했다. 간호사란 직업이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실습을 하면서 단번에 알아버렸다. 그는 평소에 다른 사람에게 관심도 없었고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고 친절하게 행동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가 간호학과를 가기 위해 공부하고 고군분투한 3여 년의 시간이 그냥 무용지물이 된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때라도 진로를 바꾼 것이 오히려 다행이지도 모른다. 들어간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버티기로 했다면 고통은 점점 더 커졌을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듣다 보면 자주 발견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자신을 안다는 것을 옛날 자기소개서에 나올 수 있는 '저는 000집의 첫째 딸로 태어나 00 고등학교와, 00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00 과를 전공했습니다'정도로만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신을 안다는 것은 이런 사회적 기준에서의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갈망과 바람이 모두 다르다. 때문에 이것을 잘 아는 사람이 자기 이해가 높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 교육대학원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는 이 자기 이해지능을 8가지 지능에 포함시켰다. 그만큼 자신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자기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있어야 자신을 적합한 환경으로 옮기기도 하고 훈련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독수리에게 달리기를 훈련시키는 것은 누가 봐도 어리석은 짓이다. 물고기에게 나무를 타게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따라서 누군가는 하늘에 누군가는 나무에 누군가는 바다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연마하고 단련시켜야 할 것들도 각자가 다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신에 대해 알아갈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다. 특별히 어린 시절엔 사회가 제공하는 루트를 따라 정신없이 따라가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어른이 되어 버리면 도무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조자 분간하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청년도 간호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이 선 이유는 미국에서의 안정적인 비자와 안정적인 수입이 가장 컸다. 주변 모두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신과 부모님의 신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다. 그는 정작 간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직업인지 그리고 자신이 그 일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조차 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대학, 진로, 결혼, 육아)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돈을 벌기 위해서, 부모가 너무 원하기 때문에, 남들처럼 안정적으로 살고 싶어서라는 이유 등이다. 다행히 그는 깨닫는 즉시 빨리 진로를 바꾸었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고통받는다.


상담실의 안과 밖에서 만나서 많은 사람들 중에 나이가 40-50이 넘어도 '아직도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쩌면 그것이 많은 개인의 심리문제 관계문제의 근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아는 것이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관계의 시작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절대로 쉽게 빨리 배울 수었다. 인간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우린 어린 시절 나를 충분히 탐색하고 알아볼 기회를 많이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브런치북을 통해서 자신을 알아가는 길을 찾아가고 충분히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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