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프로젝트 시즌이라서 정신차리면 하루가 끝나 있다. 정말 신기한 건 하도 듣다보니까 이제 중국식 인도식 영어가 어느정도 들린다는 거다. 오늘 통역 없이 2개의 미팅을 어찌저찌 했다. 왠일로 짬도 나서 밥먹고 티타임도 가졌고.
30대가 되었음을 실감하는건 이제 평일에 누굴 만나기가 싫다는 거다. 체력이 달려서 정말 중요한 사람들 아닌 이상은 웬만하면 안 보려고 한다. 근데 사실 연애를 한다 해도 평일엔 잘 안볼 것 같다. 그 시간에 운동하고 쉬고 다른 일들 할 듯. 그냥 일만 해도 알아서 돈이 모이고 날 다 이해해주는 사람도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몇 년 사회생활 해보니 확실히 나는 일에서 재미와 자신감을 얻는 타입이라서 일 없이는 살기 어려울 것 같다. 다른 거면 잘 모르겠다. 내가 진짜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은게 맞나? 싶을 때도 더러 있다. 삶의 가장 핵심 요소를 좀 내려놓게 만들만큼 가치있는 사람이 있을까? 로 바꿔 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최근 주변 지인이 만나서 결혼했다는 소개팅 앱을 깔아봤고 세상엔 정말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 많구나 다시 한 번 느낀다. 사실 누굴 굳이 만나겠단 목적보다도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의 면면을 구경하는게 훨씬 재밌다. 근데 누굴 만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나는 내 시간이 너무 중요하고 좋은 사람이고, 내 지향점과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지향점이 딱히 일치하지도 않는 것 같아서 말이다. 아마 좀 보다가 지우겠지.
몸과 마음이 평정을 찾을 수록 오랜 시간 가려져왔던 나의 본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과 어떤 경계선이 매우 필요한 사람. 의존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며 살아왔지만, 사실 나는 어떤 부분에선 혼자서 맹렬하게 달려나가는게 더 재밌다. 요즘 일이 그렇게 스스로 ownership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더 그럴지도..
외롭긴 한데 혼자 실컷 울고 글쓰고 난리치며 일하다 보면 안 외롭다. 또 까먹고 다음 일을 하러 갈 것이고, 주말 되면 재밌게 놀 약속이 있고, 교회 갈거고, 또 일하러 갈거고. 이러다가 나이를 훅 먹어버리는게 아닐까 싶지만, 뭐 될대로 되라지... 그냥 알아서들 좋다고 와줬으면 좋겠고 정신차려보니 꽤 능력도 있어졌고 좋은 사람도 자연스럽게 옆에 있으면 좋겠다. 인생에 거저는 없다지만 그냥 날름 집어먹고 싶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