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 국수전문점
리틀포레스트 촬영지는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한 후 우리의 첫 일정은 화본역 근처에 있는 화본 국수전문점에서의 점심 식사였다. 화본 국수전문점은 군위맛집이나 화본역 검색하면 항상 함께 등장하는 식당이었다. 화려하고 번지르르한 곳은 아니지만 지역에 오래 자리를 잡은 정 넘치는 식당인 것 같아서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다.
식당이 문 여는 시간은 11시 30분이라고 되어 있었고 우리는 35분쯤 도착했다. 그런데 이미 식당 안은 손님들로 꽉 차있었고 , 우리는 잠시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기다리면서 찾아보니 주말에는 2시간씩도 대기시간이 발생하는 것 같았다. 그나마 방문한 날이 금요일이라서 방문한 사람이 적은 편인 듯했다.
대기하면서 우리를 심심하지 않게 해 줬던 아이들은 식당 지붕천막 모서리에 자리 잡은 제비와 제비둥지였다. 서울에서 많은 새는 참새 비둘기 정도이고 제비는 참 보기 힘든데 이곳에는 유독 제비가 많았다. 그 제비들이 이 국숫집에도 둥지 하나를 튼 것이다.
둥지에는 엄마 아빠 제비와 새끼 제비들이 함께 있는 듯했다. 제비 두 마리가 번갈아 가며 밖으로 나갔다 들어왔다. 국숫집 대기석에 사람들이 많아 지자 약간 경계를 하는 듯하기도 했는데 사람들의 움직임만 한 번씩 둘러보고 나갔다.
기다리는 동안 마음속으로 메뉴는 이미 정했고, 입장하자마자 화본국수와 수육 한 접시를 주문했다. 잔 막걸리나 동동주가 있으면 한잔 시키고 싶었는데, 잔으로는 없었고 통단위로 팔고 있었다. 막걸리 한 통은 부담스러워서 시키지 못했다.
기다림 끝에 받은 음식들은 그 소소함과 깔끔한 맛에서 감동이었다.
국수와 수육을 함께 시킨 이유는 꼭 두 개를 함께 먹고 싶어서다. 고기 국수에 수육이 조금은 느끼할 수 있지만 국수의 국물이 너무 깔끔하니 이 또한 나름의 매력이었다. 뭐 김치도 있는데 뭐가 걱정이랴.
그렇게 완그릇을 했다.
식당을 찾아가고 음식을 받기까지 있었던 기다림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음식이 천천히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했다. 특히나 우리가 안내받은 자리에서 보이는 창틀과 창문 너머의 경치가 너무 평화로웠다. 나름 아기자기하게 정리해 놓은 소소한 것들에서도 정이 넘쳤고, 창문 너머의 푸른 하늘과 교회의 십자가는 잔잔해 보였다.
화본역에서 얻은 따뜻한 감성이 계속 연결이었다. 편하고 빠르지만 복잡하고 번잡한 서울에서는 얻기 힘든 감정의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다.
영국에서 살 때 이런 여행을 많이 했었다. 쉬는 날인데 날씨가 좋을 때면 카메라 하나 배낭에 달랑 넣고, 혼자서 기차를 타고 근교로 나갔다 왔다. 그곳에 가서 특별히 엄청난 것을 했던 기억은 없다.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살 아래라면 넓은 들판을 그냥 거닐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약간 땀이 나기도 하고 길을 잘못 들어서서 헤매기도 했지만 혼자서 한참을 걷다 보면 내 마음에 무언가가 몽글몽글 생겼었다. 그렇게 걷다가 발견한 내 마음에 쏙 드는 장소들은 그렇게 나를 다독여주는 기분이었다.
그 기분이 그리웠던 요즘이다. 이곳으로 오기로 한 선택이 옳았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