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소방관 Dec 21. 2022

엄마가 맛난 떡 만들어줄게,  조금만 기다려!

흑임자 설기편(1)

친정집 근처에는 떡집이 있어 습식 멥쌀가루를 준비하기 아주 편했다. 흑임자가루는 전날 온라인으로 주문했고 새벽 배송으로 받았다.


아침밥 먹고 나서 커피 한잔씩 마셨다. 마지막 한 모금 후 나는 이제 떡 만들 준비를 했고 친정어머니는 둘째 손녀를, 남편은 첫째 아드님을 맡아 내가 요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물론 그렇게 잘 되지는 않았지만)


박스에 들어 있던 도구들을 꺼냈다. 깨끗하게 설거지를 마친 후 쌀가루, 흑임자 가루, 설탕 등등 미리 세팅해야 되는 재료들을 준비했다.


습식 멥쌀가루 / 흑임자 가루(1) /  / 설탕(1)  // 흑임자 필링 재료: 흑임자 가루(2) / 우유 / 설탕(2) / 땅콩잼


원래는 이 무게만큼 저울에 맞춰 준비해야 되는 건데..


이런...!!


집에서 저울을 챙긴다는 걸 깜빡했다! 심지어 친정집에도 저울은 없었다


망했다 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이과생 남편이 머리를 써서 계량컵으로 비율 따져 만들어 보라고 했다.


음... 숫자에 약했지만 그래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어찌어찌 머리를 굴려 쌀가루 계량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이렇게 준비는 완료!


그. 런. 데.

이번에는 또.. 새로 구입한 스텐들의 연마제가 문제였다. 아기 식기들 마련했을 때 스텐이었던 식기들을 연마제 제거했던 기억이 있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어마어마한 연마제가 묻어 나왔다! 양쪽 팔 떨어질 만큼 빡빡 닦아주었다.

기름도 바닥이 났다..


정말로 준비가 다 된 것 같으니

시작!


1) 쌀가루 곱게 내려주기


2)  넣고 골고루 믹스한 다음,  손에

꽈악 뭉쳐서 엄지손가락으로 가운데를 눌렀을 때 두 동강이 나면 성공!

나름 성공적이라 생각했기에 드음 단계로 go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 물이 부족해서 그런 거니 한 스푼씩 넣으며 체크해준다


3) 흑임자 가루 같이 넣고 체에 거르는  깜빡

다시 흑임자 가루 넣고 체에 거른 다음 다시한번 더 거르기.. 뭉친 것도 꾸욱 꾸욱 눌러 다 내려준다


4) 찜통 준비 완료

시루밑 밑에는 종이호일을 깔았다 (이렇게 하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깨 건너 이렇게 배운 것 같기에..)

5) 흑임자 필링 만들기

흑임자 가루(2) / 우유 / 설탕(2) / 땅콩잼 을 넣고 잼같은 상태가 될때까지 약한 불에 계속 저어준다

6) 찜통 안에 있는 사각무스링에 흑임자 쌀가루 반 넣어주고 그 위에 흑임자 필링 깔아줄 차례

뭐지.. 클래스에선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뭔가 잘 못 됐다

하아

하아

하아

모르겠다.

일단 다음 순서로.


7) 남아있는 흑임자 쌀가루로 필링이 덮이게 깔아준 후 무스링을 빼준다 (***잘된 작품은 절대 이런 모양이 아님***)

원래 무스링을 뺄때는 손으로 틀을 잡고 한쪽씩 스을쩍 밀면서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틀을 뺄때는 숨을 참고! 쌀가루가 무너지지 않게 조심조심 빼준다

8) 찜기에 25분 찌고 5분 뜸 들인다

3

2

1

땡 !

OPEN !!

ㅋㅋㅋㅋㅋㅋㅋㅋ


9) 남편 왈, "개떡 됐네, 개떡"

웃음밖에 안나오는 결과물이다


이렇게 나의 첫 작품은 '개떡이'됐다.


모양새는 어찌 되었든 맛을 보고 싶었지만 떡 공방을 차린 사촌 언니가 마침 보낸 카톡으로 개떡은 곧장 trash가 되었다.


"그거 대나무 찜기 바로 쓰면 안 돼"

"그거 표백제 빼야 해"

"알지??"


이런.. 찜기도 세척해야 되는지 상상도 못 했다. 떡을 망쳐서 다행이라 생각했고 당장은 또 찜기를 사용하지 못하니 이 나머지 아까운 쌀가루는 어찌해야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맛난 떡 만들어줄게,  조금만 기다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