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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소방관 Dec 21. 2022

엄마가 맛난 떡 만들어줄게,  조금만 기다려!

흑임자 설기편(2)

오후 3시 30분.


결국 나는 남은 쌀가루와 흑임자 가루를 들고 사촌언니가 운영하는 떡 공방으로 갔다. 엄마 껌딱지인 첫째가 낮잠을 자는 틈에 나왔기 때문에 최대한 일어나기 전에 가야 한다 (늦어도 저녁식사 시간 전에는 들어가야 한다)


칼바람을 맞으며 공방에 도착했다.


언니는 이모랑 히터를 세 개나 틀어놓고 주문 들어온 다식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다행히 주방은 비어 있어 내가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1) 다시 재료들과 도구들 세팅 완료

우유는 앞 편의점에서 사왔고 땅콩잼은 없어서 패스했다.

습식 멥쌀가루 / 흑임자 가루(1) /  / 설탕(1) // 흑임자 필링 재료: 흑임자 가루(2) / 우유 / 설탕(2)


(집에서 한번 연습해 봤다고 속도가 빨라졌다. 푸하핫! 레시피 안 보고도 다음 순서가 머릿속에 샥샥샥)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언니가 때마침 묻는다.

"혼자 할 수 있겠어?"


난 1초 고민도 없이

"그럼!"


2) 볼을 올린 저울을 0으로 세팅하고 습식 멥쌀가루를 계량한다

그치 그치... 이정도는 되야지.. 집에서 할땐 반에 반도 안됐던 것 같다


3) 손으로 비비며 체에 내려준다

눈같이 소복히 쌓인걸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4) 물 주기 후 쌀가루 상태 확인하기

가루가 이미 촉촉한 것 같아 조금만 넣어보았다. 그랬더니 잘 뭉치기도 하고 반으로 똑!하니 갈라졌다. 내 감이 맞았다


5) 한번 더 체에 내린다. 굵은 입자들은 손으로 꾹 꾹 눌러서 남김없이 내려준다

체에 들어 붙지 않고 다 내려갔다. 잘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훗


6) 쌀가루에 설탕 넣기 전, 흑임자 필링을 만든다

준비했던 흑임자 가루, 설탕, 우유를 넣고 약한 불에 계속 저어준다. 잼 같은 점성이 될때까지 하면 된다는데 나는 급한 마음에 녹이기만 한 듯


7) 깜빡했던 흑임자 가루를 쌀가루가 있는 볼에 내려준다. 조금씩 흑임자 향이 나기 시작했다

골고루 섞어주면 이렇게 예쁜 흑임자 쌀가루가 된다. 휴우~


8) 설탕을 넣을 차례다. 설탕을 넣으면 쌀가루가 단단해지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다시 긴장하기 시작한 나. 중얼중얼 혼잣말 한다


9) 설레는 마음으로 찜기에 무스링 준비 완료

찜기 바닥에 키친타올 2장 깔고 시루밑 놓고 마지막에 무스링.


10) 큰 컵으로 쌀가루를 무스링 안에 반쯤 넣어준다

뭉친게 있으면 손으로 살살살 흐트려준다 (*힘줘서 누르면 안됨)


11) 칼금판으로 살짝 눌러 칸을 나눠준 후 손가락으로 동글동글 원을 그리며 필링 넣을 공간 마련한다


12) 작은 스푼으로 필링을 구멍 안에 넣어준다

필링 양이 많았어서 듬뿍 듬뿍 넣어줬다. 하하하


13) 남은 쌀가루로 무스링을 채우고 윗면을 평평하게 만든다

스크래퍼로 가루만 살살 치면서 윗면을 정리해주면 좋다. 나는 스크래퍼가 없어 손으로만 해줬다 (아쉬운 부분..)

그리고 이상하게 무스링이 끝까지 다 안 채워지고 높이 1mm 정도가 부족했다. 분명 계량 정확히 했는데.. 어쩌면 손에 힘이 들어간 상태로 쌀가루를 채운 것 같기도;;


14) 다시 칼금판으로 9등분을 한다(살. 짝. 누르기!)


15) 원목 떡도장으로 원하는 칸에 찍어준다. 도장의 높이보단 적게 들어가게끔 눌러주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뚜렷한 꽃모양이 찍힌다

양면 도장이고 양쪽 크기가 다르다. 이것도 같이 주문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품절이고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다고 한다..


16) 꽃모양을 욕심낸 탓에 너무 움푹 파였다;;


17) 칼로 칼금을 낸다. 꼭! 무스링 안쪽 시작 면에서 부터 그으며 바닥까지 닿아야 되고- 그대로 톡톡톡 바닥도 긋는 다음- 무스링 끝나는 안쪽 면을 따라 칼이 올라와야 한다

칼금을 내지 않으면 이 떡을 통째로 먹어야 한다


18) 무스링을 빼야 될 차례다. 무스링 안쪽으로 네 면에 공간이 생기도록 한쪽면씩 살짝 힘을 주며 밀어준다 (공간이 살짝 생길 만큼만 밀면 된다)

네 면에 공간이 생겼으면

숨을 잠깐 참고!

양쪽 손으로 모서리를 잡은 다음 조심조심 빼준다.


19) 여기까지는 성공! 미리 물솥 가열해주는 걸 깜빡했다. 물솥에 물 보충 후 파워로 보글보글


20) 찜기에 넣은 후 25분 찌고 5분 뜸 들이면 된다

25분 설정 완료!


21) 기다리는 동안 쌓여있는 도구들을 설거지하고 행주로 물기까지 싸-악 닦아준다

언니 도구들을 빌려쓰는 거라 내가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반짝반짝 아이고 이뻐라


22) 25분 끝! 뜸 들이기 5분 설정!

조마조마해지는 4분 59초다.


23) 포장해야 되니 떡싸개지와 테이프를 준비한다

아들 줄 생각에 벌써부터 콩닥콩닥


24)와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완성!!!!!!!!!!!

냄새도 맛도 모양도 그럴싸하다!!! 크윽 행복하다


25) 뒤집개판을 이용해 찜기에서 꺼내고 키친타월과 시루밑을 제거해 준다


26) 뒷면 & 앞면 모습


27) 싸개지에도 앞 뒤가 있다. 매끈한 면이 떡과 만나는 쪽이다. 다이아몬드 모양처럼 싸개지 방향을 두고 그 위에 (꽃 모양이 바닥으로 가게) 떡을 올려 둔다.

분명 매끈한 면으로 감쌌는데.. 김 서렸다;;; 시간이 없으니 이번엔 이렇게 하는걸로 합시다


28) 김이 꽈악 찬 흑임자 설기 이올시다! 하나는 다 같이 맛보고 나머지 8개 포장했다


29) 언니가 고급지게 포장해 줬다

이런 박스랑 보자기도 구매해야겠군


30) 제대로 된 나의 첫 흑임자 설기 완성~


벌써 오후 6시 30분이 넘었다.

언니랑 이모께 인사드리고 다시 칼바람 맞으며 집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보고 싶었던 울 아가들~

첫째는 엄마 없어서 보고 싶어 울었다고 쉬지 않고 말한다. 그리고는 내 손에 든 보자기를 보더니 "떡?!" 하며 식탁에 먼저 가서 앉는다.


하나 꺼내서 아들, 남편, 친정어머니와 나눠 먹었다. 아들이 제일 맛있게 먹어줬다. 이 맛에 떡 만들지~


저녁밥 먹을 시간이지만 잠시 누웠다가 일어나야겠다. 하루 6시간 떡만 만들었더니 육아만큼이나 피곤하다..


보충해야 될 점 등등 정리는 아가들 밤잠 재우고 천천히 적어봐야겠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으니 '칭찬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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