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 리뷰
<언더커버 미쓰홍>은 90년대 세기말을 추억하는 여느 드라마들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IMF시대 금융감독원의 잡입수사라는 색다른 스토리로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드라마이다. 16부작의 긴 러닝타임을 짜임새 있게 활용하면서, 기승전결마저 완벽했던 OTT시대에 오랜만에 보는 완성도 높은 TV드라마였다.
언더커버 미쓰홍
방송&스트리밍 : tvN, 티빙, 넷플릭스 / 연출: 박선호 / 극본: 문현경
출연 : 박신혜, 고경표, 하윤경, 조한결, 김원해, 이덕화 등
러닝타임 : 16부작
<언더커버 미쓰홍>은 근래 접해보지 않은 색다른 이야기의 드라마이다. 90년대 말 여성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비자금과 내부 고발자를 찾기 위한 잠입수사를 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커다란 줄거리이다. 잠입수사의 과정은 미스터리 드라마 같지만, 그 안에서 사내 정치를 그리는 오피스물과 로맨틱 코미디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섞어 놓는다. 특히 미쓰홍이 사내 말단 직원으로 입사하면서 남성주의 시대를 비판하고 이를 통쾌하게 깨부수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마치 미쓰홍에서 미쓰가 없어지는 연대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감탄을 연발하게 하고, 여기에 병맛스런 연출까지 더해지면서 근래 본 적 없는 독특한 작품을 탄생시킨다.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세기말의 빈티지하면서도 레트로한 느낌을 자아내지만, 그 안에서도 세련된 컬러감이 인상적인 미장센을 그려낸다. 여기에 세기말 배경이 어설픈 개연성마저도 자연스럽게 커버해 주면서 단점마저도 가려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드라마의 모든 전개를 뒤집어버릴 파국의 IMF가 중반부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쓰홍의 잡입수사 이야기가 IMF 시대와 맞물리면서 그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위로하는 이야기로 후반부가 변주한다. 전반부가 미스터리 오피스물의 재미를 보여줬다면, 후반부는 회사를 장악하고 구원하는 판타지스런 전개로 시대의 아픔을 위로한다. 보면 볼수록 영리한 드라마란 생각을 갖게 한다.
스스로 노화된 외모까지 코믹으로 승화시키는 박신혜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는 이 작품의 무게중심을 확실히 잡아준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부터 드라마 커리어가 늘 아쉬운 박신혜였는데, 마침내 30대의 그녀를 대표하는 작품을 만난 것 같다. 시즌2를 만들어도 이야기만 잘 구현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원해, 임철수, 김형묵 등 조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찰떡같은 변신이라 더 놀라웠던 하윤경의 새로운 모습도 인상적이었으며, 후반부를 책임지는 이덕화의 회장 연기도 그 위엄 있는 포스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빌런 송실장의 연기를 실감 나게 그려낸 박미현과 재벌 자녀의 클리셰를 깨버리는 강노라역의 최지수도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버릴 캐릭터 하나 없이 모든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는 그런 드라마였으며, 마지막 결말까지도 그 많은 캐릭터들을 어루만지는 과정이 정말로 인상 깊었다.
<언더커버 미쓰홍>은 OTT시대에 TV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육각형의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후반부 스케일이 커지면서 이야기의 빈틈이 생기고 개연성이 아쉬운 모습을 보이지만, 그마저도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무난히 재밌지만 뭔가 강하게 끌어당기는 흡입력이 부족했고, 송실장 말고는 빌런들도 다들 짠한 캐릭터라 유쾌 통쾌함이 기대보단 부족했다. 여기에 그 어두웠던 시대상을 너무나 밝게 그리니 그저 판타지 같아서 몰입도가 다소 떨어졌다. 작품의 분위기는 분명 단짠단짠인데, 뭔가 간이 덜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남다른 스토리와 예상할 수 없는 전개,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도 희망을 그려나간 메시지까지 TV드라마 답지 않은 완성도와 메시지를 갖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이 드라마는 어쨌든 재밌다는 것이다.
총평
★★★☆
미쓰홍에서 미쓰가 사라지는 연대기!
OTT시대에 선사하는 진정한 육각형 TV드라마!!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