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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루 Mar 01. 2023

8년전 쓰던 아이폰을 발견하다

그리고 이어진 8년후 모습 상상하기

싱가폴에 오며 한국유심을 살려두기 위해 공기계가 필요했다.

어디서 하나 구해볼까 싶다가 문득 내게 액정이 나간 8년전 아이폰이 있다는걸 생각해냈고, 사설업체에서 6만원을 주고 액정을 수리해 가져와서 쓰게 되었다.

잘되는것 같진 않지만.. 연락이 들어온다고 믿으며 어찌저찌 잘 버틴지 약 3주가 되어간다. 

그러다 문득 오늘 휴대폰 안의 사진첩을 열어보게 된다. 


8년전, 대학교 2학년의 볼이 통통하던 나와 친구들 그리고 전남친의 모습이 많이도 박혀있다.

하하 이때이랬지, 지금보면 이렇게나 예쁘고 날씬한데 당시 왜 나는 그걸 몰랐을까 싶다가

그럼 지금도 8년후의 내가 바라보면 충분히 예쁘고 젊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닿게되었다.

하여 무작정 셀카를 찍기 시작한다. 찍고 보니 8년전과 엄-청 많이 다르지 않음을 보고 살짝 안심을 한다. 

안그래도 요즘 눈밑의 속땡김이 심해지는것이, 눈가에 드디어 주름이 잡히려는건가 아슬아슬 속이 조리던 참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잘 버티는가 했는데, 거짓말처럼 딱 30살이 되는해에 이렇게 눈가주름이 생겨버린다고? 하고 허무해지려던 참이었다. 그런 기조속에서 8년전 아이폰에 찍힌 8년후의 내 민낯이 이전 얼굴들과 크게 다르지않게 밍숭하다는 사실은 참 반가웠다. 

그러다 영상을 찍게 되었고, 용량이 부족해 음성녹음을 하기에 이른다. 갑자기 한 주제에 꽂혀버렸기 때문이다.


주제는 같은 주기로, 지금의 모습을 과거로서 바라볼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남기는 말이었다. 

8년후의 나에게, 8년후의 내 모습은 어떨지 마음껏 상상해보는 시간이다. 

8년전의 나에게, 너의 8년후를 상상해보라고 해도 가늠조차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30살에 나는 어떤모습일지 상상하는 22살이라니, 생각만해도 진부하고 뻔하다. 현실감각이라고는 전혀 없는 말들이 주를 이뤘을거다. 

커리어적으로 성공한 모습, 드림카를 갖고있는 모습, 집(어쩌면)을 가지고 있고 어쩌면 이미 평생의 사랑을 만나 결혼을 했을것으로 상상했을런지도


지금의 나는.. 어머나 그중에 아무것도 없네 ㅎ 

내 몸뚱아리 하나 건사할정도의 강제 책임감을 갖춘 어른이 되었다는 정도. 그마저도 내한몸만 가능하지 다른이에 대한 책임감은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애송이수준이다. 집이며 차며 사랑이며 커리어의 깊이며. 어휴 근처도 못간 기분이다. 

그나마 3개국어를 유창하게 하며(모두 22살이후에 기른것)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로망을 이룬것, 월급외소득을 포함해 전체 월소득이 어쩌면 생각했던것보다 더 많은것 등이 그리던 이상(?)에 조금 부합할수도. 


8년전의 예측이 시원하게 빗겨나갔음에도 타격감은 그리 크지 않다. 이미 현재 상태와 성취에 만족하기 때문이려나, 그 이상에 곧 닿을수 있을거라는 근자감 때문이려나. 

어쨌든 나는 이어서 8년후의 모습도 그려보기로 했다. 



8년후면 서른여덟살일텐데. 

서른여덟살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역시도 감이 잘 안오긴하지만, 스물두살에 서른살을 그려보던것보다는 그나마 감각이 생겼긴한가보다. 대충 아웃라인이 그려졌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인물의 히스토리가 레퍼런스가 되기도 했다. 또 역시나 크리티컬한 레퍼런스로.. 내 가슴속에 꽤나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사주이야기도 역할을 했다. 생각이 닿은김에 폰에 저장되어있는, 4년전 봤던 사주녹음본을 다시 한바퀴 들었다. 사주의 내용은 참으로 내가 바라는 삶의모습과 닿아있어 심지가 흔들린다 생각들때, 확신이 필요할때 간간히 찾아 듣는편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 어이가없지만서도 귀엽다.


지금부터는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확언체를 쓰도록 하겠다.


먼저 서른여덟에 나는 분명 집이 있다. 높은 확률로 그집은 서울에 있다. 한국에서의 주활동반경은 서울이기 때문에. 또다른 확률로 고향인 제주도에도 세컨집이 있을수 있다. 어쩌면 전세계 내 주요활동반경의 도시들에 집이 하나씩 있을수도. 서른여덟까지는 안되려나 ㅎ 


당연히 차도 있다. 그냥 차가 아니라 드림카인 지프 카키 혹은 화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비로소 신체의 기동성을 획득한것이다. 


인생의 반려자가 있다. 30대초반에도 이사람저사람 방황을 많이 했지만, 한창 운이 많이 들어올시기에 내 일에 집중을 하다가 적당한 시기에 정말 적합하다 생각되는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된다. 하여 35살쯤.. 늦어도 38살에는 결혼에 골인을 한다.


풀타임 커리어에 있어서 정점을 찍고 더이상 미련이 없어 은퇴를 했다. 풀타임커리어가 내게 갖는 가치에는 한분야의 깊이/프로페셔널함, 유창한 외국어(영어,중국어), 원하는 삶의형태를 가능케해주는 수단(커리어우먼,재택,유연근무,출퇴근루틴 등), 원하는 나라에서 적절한 대우를 받고 살게해주는 수단(해외취업) 등이 주요했다. 이미 원하는 나라에서의 근무경험(싱가폴,중국,미국)을 획득했고 한분야에서 깊이를 내며 매니저로서 기획하고 사람들을 관리하는 로까지 경험하고 나니, 풀타임커리어에서 볼 재미는 다봤다는 결론에 닿는다. 이제 단물 뺐으니 내가 추구하고 싶은 가치에만 집중하며 내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40전후로 풀타임은퇴를 한다. 풀타임커리어에 딱 기회비용이 들어간만큼의 시간이 지나서야, 풀타임의 함정/중독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된것이다. (나는 20후반부터 풀타임 커리어의 가치에 대해 고민을 이어왔다)


작품창작활동을 한다. 

사주에 따르면, 그리고 내 지난 경험에 비추어볼때 나는 사람을 꾀어내는것도(그래도 세일즈를 경험해보고 싶긴하다), 우직하게 앉아서 꼼꼼하고 빠르고 동시에 여러일을 쳐내야하는 사무원도 잘해내지 못하는것같다. 러프해도 되고, 논리와 방향성이 더 중요한 일.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무기가 되는일. 다양한 사람을 만날수록 에너지를 받는이, 눈이 쉽게 반짝이는 이들에게 유리한일에 더 두각을 보인다. 그게 바로 컨텐츠 만들기라는 생각이다. 마치 나의 어떤 숙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내이름이 그러하듯 말이다.(tmi인데 아빠가 작명해주실 당시, 글로써 사람들이 쉬고가는 사람이 되라는 큰그림을 그리셨다고.)

지난 5년간 그와 먼 삶을 살아왔고 그에따라 창작력이 많이 쇄했는데, 이렇게 돌고돌아 다시 이쪽 로망이 꿈틀대는것으로 귀결이 된것을 보면(물론 중간중간 스멀스멀 욱하게 터져나오긴했다. 글을쓰고 싶다. 영상을 만들고 싶다 등등의 마음) 글이든 유튜브영상이든 팟캐스트이든 강연이든 다큐멘터리든 . 영화제에 출품을 해서 상을 하나둘씩 컬렉트하기 시작한다. 

이는 이전에 내가 일하며 모셨던 pd님의 히스토리를 참고했다. 27살에 피디시험에 합격하고 3년뒤인 30살에 입봉을 하며 첫번째 작품에 착수한 그녀. 그리고 33살의 첫작품상을 시작으로 우리가 만난 그녀의 34살(나는 24살)에 이미 국제상을 매작품마다 휩쓸고 계신 여신의 손. 만들었다 하면 잭팟이 터지는 주인공. 정말이지 나의 훌륭한 롤모델이다. 나도 30대의 나이에 작품상을 받을수 있다면? 내 작품으로 세상에 영향력을 미칠수있다면? 


월급 외 월소득이 2천을 넘는다. 

이미 현 서른살에 월 순소득이 1k에 가까워져있고 월급외 순소득 1k를 올해 목표로 하고 있기에 38살 즉 8년뒤에 그의 두배를 만드는게 어려울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how는 없어서 정말 그야말로 근자감이지만. 그냥 느낌을 말해보자면 그렇다. 더 불러봐도 될듯한데 막연해지고 싶지는 않아서

자산굴리기와는 다르게 현금흐름이 그정도되려면 아마 사업이여할것이다. 말은 즉슨 난 그때도 계속 사업을 하고 있을것이라는것. 처음시작할땐 적당히 하고 엑싯할 생각(사실 엑싯까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경험정도로만 생각하고 딱 일년만 생각하고 벌렸던 이이 지금은 2,3년까지의 플랜을 그리고 있다)이었는데 8년뒤에도 이어진다고? 와우

역시나 당연히 오토를 지향한다. 돈은 돈대로 벌게하자는, 돈이 나의 가치의 우선순위를 지키는데에만 기능하도록, 내게 중요한것을 계속 중요할수있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만 사용하겠다는 내 원칙은 여전히 강건하다. 단언할순없겠지만, 지금으로선 돈 자체가 내게 가지는 가치가 대단하지 않다. 돈으로 지킬수있는 다른 가치들이 중요할뿐이다. 이것만으로도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을 많이 가두는것, 현실적으로 유능해지는것에 대한 동기는 다행히 충분히 된다.

 지금의 짧은 식견으로서 가장 좋은 사업의 형태는 렌탈,플랫폼사업 일듯하다. 물건을 계속 소싱거나 만드는 제조/유통쪽은 아직 생각이 들지 않는다. 비용대비 품을 생각한다. 헌데 그러려면 수익성이 그리 크지 않은 렌탈사업의 한계를 점핑할 방안을 강구해야할것이다. 아마 그쯤되면 브랜드화로 사업의 방향이 이어질것같은데. 아니면 경험과 식견을 늘려서 다른 아이템을 만나보던지 말이다. 


자산이 30억을 넘어 100억을 향해간다. 

월소득과는 별개로, 투자를 병행해 자산을 늘려가는데 게을리하지 않는다. 30전에 1억을 이루었으니 30에 2억, 33까지 10억, 35까지 30억을 만들고. 40까지 100억을 만든뒤 자산불리기에 더이상 크게 열을 올리지 않을예정이다. 

정말 꿈같은 이야기이긴한데 ㅋㅋ 뭐 꿈이니까 적는것이니. 

이쯤되니 돈에 커다란 가치가 없는사람의 꿈이 맞나 싶다. 얼마정도의 자본이 있으면 더이상 돈벌이에 신경안쓰고 편하게 하고픈거 하며 살수있을까 생각할때, 10억도,30억도 애매했다. 하여 뉴노멀 신자본주의사회에 입성한 이 세상에서 흔히 부의 기준이라 일컬어지는 '100억'을 통크게 차용해보았다. 한 50억만 있어도 괜찮을거같긴한데, 에라모르겠다 죽을때까지 생각하면 100억으로 하자! 이런 느낌이다 ㅎ

물론 그걸 모으고나서 남은 생애가 그리도 많을텐데, 과연 자본으로부터 완전히 신경끄기를 할수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조금만 노력해서 그몸짓을 한번 살짝 굴릴때 떨어지는 돈마저 상당할테니 말이다. 


막간을 이용해 나이와 금액에 이리도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자면, 

바로 숫자가 가져다주는 목표집합성때문이다. 목표를 세팅하고 달성하는데 숫자 만큼이나 강력한 동기가 되어주는 것이 없다는 아이디어에 최근 닿았다. 예전에는 숫자에 집착하고 압도되는 까닭에 그것이 내게 가져오는 안좋은 점에 많이 집중해서 한동안 숫자와 멀어진 삶을 살았었다. (어쩌면 그래서 성취가 더뎠을수도) 

헌데 잘 돌이켜보면 목표가 숫자로 표현되었을때만큼 추진력과 몰입력이 생긴적도 없었다. 성적, 몸무게,돈모으기 등이 그 예시다. 물론 과도하게 몰입하여 과정에서의 가치를 다 놓쳐버린다던지, 나를 갉아먹어버린다던지 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말이다. 이제 서른됐으니 그정도는 잘 매니징할 수 있지않을까? 

그리하여 앞으로는 일부로라도 목표에 숫자를 더 넣으려 한다. 


너무나 중요한, 나만의 영향력있는채널이 있다. 원하는이야기,모습을 보여주는 공간. 하트뿅뿅의 눈으로 나를 좋게만 봐주는 팬들로 똘똥 뭉친 커뮤니티. 주기적으로 창작물을 생산해내는 루틴 등. 

그때쯤이면 나혼자 고군분투할 것없이 최적의 팀과 함께 움직이며 공수를 크게 들이지 않아도 꾸준히 돌아가는 매체를 운영하고 있다. 꾸준히 '무언가를 낳는 일'을 하며 생산욕구(내 주요 욕구)를, 사람들에게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영향력욕구를 마구 충족하며 산다.



아이가 있다. 

결혼까지는 양보해도, 아이가 생기는 이상 내 인생의 멀티는 많은 부분 종료되거나 잠시 중단될것으로 생각된다. 뇌기능이 저하된 지금도 옛날 만큼의 퍼포먼스가 안나와서 멀티를 줄이고 있는데, 하물며 아이를 낳은 신체와 정신 그리고 시간적 체력적 여유를 가지고 다른 어떤 일을 도모하거나, 심지어 이어나가는 그 자체는 상상이상으로 힘에 부칠것이다. 

하여 해보고픈거 다하고, 이룰거 다이룬뒤 이제 가족, 한 개체의 생산과 성장, 타인에 대한 케어와 상호작용 그리고 희생이라는 다른 가치에 신경을 쏟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될때 아이를 갖겠다. 사실 준비라는건 허구이고, 더이상 지금의 가치들에 아쉬움이 남지 않을때 다음 가치로 시프트 하겠다,는편이 더 알맞겠다.

방금 언급된 아이를 가질때 생길 가치들은 싱글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 내 삶에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그삶은 지금과 매우 다른 삶이 될터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 어쩌면 남은 인생 전반 모두. 

하여 지금으로서는 싱글의 삶에서 추구할수있는 가치에 보다 에너지와 능력이 있을때 집중하며 시간을 더 할애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최소 35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능력이 닿고 운이 좋아서 최적의 배우자도 빨리 만나면 그만큼 일러지겠지만 말이다. 


한가지 걱정되는게 있다면, 결혼과 자녀생육에 있어서 사회의 시계에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신체의 노화등으로 많이 주체적이지 못한 선택을 내리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물론 사람일은 몰라서 단언할수는 없지만 

신체노화의 경우 난자냉동보관 등의 기술도 있고. 여자로서의 매력은.. 관리를 정말 열심히 하면 어떻게 커버가 되지 않을까. 

그보다 내 일과 성과들, 내면의 깊이, 정신적 성숙 등을 근거로 자신감,자존감,여유로 똘똘 뭉친 매력적인 사람인 이상 충분히 경쟁력있지 않을까. 이모든것보다도 더 우선하는 자리와 입장이라는 찬스도 있겠고 . 블루오션을 잘 틈타보자. 

황혼이혼후 중년의 나이에 인연을 찾아 결혼하는 우리 부모님도 계신데, 무엇이 두려울쏘냐. 그럴때일수록 '나이가 많아져 결혼시장에서 뒤쳐지면 어쩌지'하는 심심한 나의 걱정에 '내가 몇살에 다시 결혼했는데'라고 답한 유쾌한 아빠의 말을 상기하자 . 


어휴 이 소중한 평일밤에 이렇게 또 공상을 늘여뜨리고 말았다. 한창 생산적으로 할일을 했어야하는 시간에. 얼른 잠이나 자고 꿈은 이어서 꾸는걸로. 

난 분명 매력쩔고 짱멋진 서른여덟이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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