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에서 온 내가 지구에서 사는 법

독성물질과 함께하는 삶

by Bird

나는 이 행성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공기의 무게였다. 지구인들이 ‘신선한 공기’라고 부르는 이 산소는 나의 폐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서서히 침식하기 시작했다. 산소는 나에게 치명적인 독이었다. 물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물은 생명의 원천이자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내 몸에 닿으면 세포는 고통스럽게 부풀어 오르고 곧 파열될 위기에 처한다. 나는 산소와 물 없이 진화해 온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나는 이 두 가지가 필수인 지구인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처음엔 왜 이런 곳에 내가 머물러야 하는지, 왜 이 ‘독’을 들이마시며 살아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 고향에선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유롭고 편안했는데, 이곳에선 숨 쉬는 것조차 내게 고통이었다. 그러나 서서히 나는 이곳에서의 삶을 배우고, 적응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 수필은 내가 지구에서 인간으로 사는 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번째 법칙: 감각을 둔화시켜라


지구에서는 매 순간 몸이 산소와 물로 둘러싸여 있다. 대기는 산소로 가득하고, 물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곳에선 이 두 가지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없다. 나는 처음으로 내 감각을 둔화시키는 법을 배웠다. 고향에서 우리는 늘 예리한 감각으로 주변 환경을 읽어냈지만, 여기선 그 예민함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나는 의식적으로 내 감각을 조절하고, 산소와 물의 공격을 느끼지 않도록 훈련했다.


인간들은 가끔 내가 감정을 숨기고 무심한 표정을 짓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감각을 둔화시키면, 산소가 내 세포를 망가뜨리는 느낌도, 물이 닿을 때의 불쾌함도 덜해진다. 이 방법은 나의 생존을 위한 첫걸음이었다.


두 번째 법칙: 인간의 방식으로 숨 쉬어라


나는 지구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대신, 마치 내가 인간이 된 것처럼 숨 쉬는 법을 배워야 했다. 인간들은 이 독성 물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들은 산소를 들이마시면 에너지를 얻고, 물을 마시면 생명을 유지한다. 나에게 그 과정은 위험하지만, 나는 이들의 방식으로 숨을 쉬는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엔 숨 쉬는 것조차 공포스러웠다. 공기 한 모금이 목을 지나 폐로 들어가는 순간마다 내 몸은 경고를 보냈다. 그러나 점차 그 공포는 익숙해졌다. 나는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인간의 호흡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호흡을 단순한 생명 유지 활동으로 여기지만, 내게는 그것이 나를 인간으로 만드는 연습이었다.


세 번째 법칙: 물을 마시지 마라, 대신 그들을 이해하라


물은 내가 절대 극복할 수 없는 존재였다. 지구에서 물은 모든 생명체의 필수 요소이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물을 최대한 피하고, 대신 인간들이 물을 대하는 방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목이 마를 때 물을 찾고, 감정적으로 지쳤을 때 물에 몸을 담그며, 심지어 그들의 종교에서도 물을 신성하게 여긴다.


나는 물을 이해함으로써 그들과의 소통을 배웠다. 그들이 물을 마시며 나누는 대화, 물을 통해 상징하는 정화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내가 그들 세계에 한 발 더 다가가는 방법이었다. 물을 직접 섭취할 수 없었기에, 나는 그들의 관점을 배우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법을 익혔다.


마지막 법칙: 인간의 취약함을 받아들여라


지구에선 모든 것이 인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나는 외계인이기에 그들의 규칙에 완벽히 따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간의 취약함을 배우고, 그 취약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들 역시 산소와 물에 의해 죽을 수 있다. 과하면 독이 되는 이 물질들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 것이 그들의 강점이다.


나는 그들이 지닌 균형 감각을 배우고, 그들의 삶 속에 나를 맞춰가는 법을 터득해 갔다. 비록 나는 인간이 아니지만, 그들의 삶 속에서 나만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다.


결국, 이 행성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나 자신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이지만, 이 지구라는 낯선 세계에서 나는 인간의 방식으로 숨 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산소와 물이 나에겐 독일지라도, 나는 이곳에서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하며 나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지구에서의 삶은 나에게 끊임없는 도전이다. 그러나 그 도전 속에서 나는 지구인들이 느끼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곳에서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다. 산소와 물, 나에겐 여전히 두려운 존재들이지만, 이제는 그 두려움 속에서도 살아가는 법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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