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감 가득한 일상
인간이 생각하길 멈추는 순간은,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무력감이 일상이 되었을 때다.
내가 아무리 깊이 고민해도 바꿀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걸 깨닫는 순간, 생각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상처가 된다.
학교에서는 내가 무엇을 배우고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조차 내가 정하지 못하고, 조직에서는 내 책임의 무게는 주어지되 그 책임을 감당할 권한은 언제나 위에서 유보된다.
결정은 늘 다른 누군가의 몫이고, 나는 그 결과를 감내하는 위치에 서 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조금씩 배운다.
‘생각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애써 판단해도 결국 흔들릴 뿐’이라는 것을.
상위에 있는 자들, 힘을 쥔 자들의 기분과 이해관계에 따라 나의 노력과 판단이 쉽게 수정되고 폐기될 때, 생각은 더 이상 전진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자괴감을 키우는 연습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일을 멈춘다. 질문하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아도 되니까. 기대하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게 인간은 멈춘다.
몸이 아니라 의지가,
시간이 아니라 사유가.
정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정체란, 더 이상 스스로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게 된 상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인간은 살아가지만, 스스로의 삶을 사유하지는 않는다.
그게 가장 조용하고, 가장 깊은 멈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