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양식의 구분
일러두기
1. 앞의 글들을 우선 읽기를 추천합니다.
2. 본문 안에서 타이포그래피 용어는 띄어 쓰지 않았습니다.
3. 윤문이 되지 않은 글입니다.
¶ 단락구분
우리가 사용하는 문자는 ‘자소’가 모여 ‘낱글자’되고, ‘낱글자’가 모여 ‘낱말’이 된다. 그렇게 ‘낱말’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하나의 ‘소주제’가 마무리가 되면 ‘단락’이 된다. ‘단락’은 ‘문단’이라고도 하는데, 글을 소주제별 내용이나 형식에 따라서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단락이 구분되는 지점을 표기 하기 위에 단락기호(글마디표, pilcrow, ¶ )를 이용하여 표기하였다.
단락구분 기호는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컴퓨터 워드프로세서에서 엔터키를 입력하면 ‘숨겨진 문자’로 표시되어 대체로 형태는 익숙하다. ‘ ¶ ’는 유래는 원래 ‘작은머리(capitulum)’이라는 의미에서 첫 글자 ‘C’에 ‘/(슬래쉬)’를 겹쳐 표시하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슬래쉬 한 번으로는 구분이 어려워 이후에 두 개를 겹쳐 사용하였고, 나중에는 속공간 없이 면으로 채워 넣으며 현재의 기호 형태가 되었다. 단락기호는 독자가 내용을 의미상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을 돕기 위해 사용되었다. 만약 단락 구분이 없다면 우리는 글의 내용을 흐름에 따라 구분하여 머릿속에 정리하기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대화 상대가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끊지 않고 갑자기 오늘 저녁식사 메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이야기의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글의 의미에 집중하긴 어려워진다. 타이포그래퍼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단락기호를 생각했으며, 현재는 다섯 가지 단락구분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첫 줄 들여짜기’와 ‘글줄비우기’ 방식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그 이외에 ‘장식문자 사용하기’와 ‘내어짜기’, ‘구분하지 않기’가 있다.
¶ 문자정렬과 단락구분
단락구분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언제나 단락구분과 문자정렬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단락구분과 문자정렬은 관습적으로 짝을 이루어 하나의 양식을 만든다. 앞의 문자정렬에서 고전주의 타이포그래피를 대표하는 대칭 구조는 ‘양끝맞추기’로, 현대주의 타이포그래피의 비대칭 구조는 ‘왼끝맞추기’ 문자정렬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이때 특정한 시대의 양식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단락구분 방식을 사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 양식도 타이포그래피의 관습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타이포그래퍼는 언제나 관습과 새로운 경험 사이에서 다양한 타이포그래피의 의미를 고민해야 한다.
타이포그래피의 양식 변화는 내용을 구분하거나 강조하기 위해 장식을 사용했는지 혹은 공간을 사용했는지에 따라서 시대 양식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문자를 사용하던 초기에는 구분과 강조를 위해 ‘장식’에 의지했다. 그러나 점차 타이포그래피 기법이 발달하면서 여백을 사용하였고, 현대주의 타이포그래피에 이르러서는 여백의 사용을 극대화하여 전체적인 책의 시각 리듬을 강조하였다. 단락구분 방법도 장식을 사용하던 것에서 점차 여백을 활용하는 것으로 변화하였으며, 이는 타이포그래피 역사가 ‘장식 >> 여백’으로 양식이 변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부터 매크로 타이포그래피까지 전반에 걸친 점진적 변화의 과정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 단락구분1, 첫 줄 들여짜기
‘첫 줄 들여짜기’는 단락을 전체 들여짜는 ‘들여짜기’와 구분하여 사용한다. 첫 줄 들여짜기는 단락이 시작할 때 첫 줄을 들여짜기하여 구분하는데, 보통 라틴 알파벳은 정방형 활자틀 너비(M quad) 정도 들여짠다. 그럼 단락과 단락 사이에서 정사각형 공간으로 인식되어 단락이 구분되었음을 인식시킨다. 정방형 활자틀 너비는 낱말사이보다 두드러지면서 글줄사이 공간보다 크게 인식되지 않는 정도의 간격이다. 만약 이보다 좁다면 사람들은 낱말사이와 혼동하거나 얼룩이 생긴 것 같은 공간이 형성되어 적절한 단락구분을 인지하기 어렵다. 반대로 정방형활자틀 너비보다 넓은 공간을 들여짠다면 어떻게 될까? 그럼 단락 구분된 지점이 필요 이상으로 눈에 띄어 읽는 행위를 방해할 것이다. 우리는 앞에 내용을 토대로 낱글자 주변의 모든 공간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단락구분도 주변의 공간의 규칙과 너비를 돌아보면, 관습적 공간의 규칙에 대한 어느 정도 수긍을 할 수 있다.
한글에서 첫 줄 들여짜기는 라틴알파벳과 차이가 있다. 글줄사이에서 한글이 라틴알파벳 보다 넓은 글줄사이 간격을 가져야만 서로 비슷해 보인다는 것을 배웠다. 이러한 판짜기 특징은 첫 줄을 들여짜는 간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글이 라틴알파벳과 같이 정방형 활자틀 너비 만큼만 첫 줄을 들여짠다면, 넓은 글줄사이 때문에 시각적으로 M/2 정도 들여짠 것 처럼 보인다. 또한 한글은 라틴알파벳보다 넓은 낱말사이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들여짠 공간이 좁아보이는 것을 돕는다. 그래서 한글을 들여짜기 할때는 정방형 활자틀 너비보다 넉넉한 공간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공간의 기준은 대략 ‘글줄보내기(행송)’간격이다. 예를 들어 글자꼴 크기 10pt에 글줄사이 8pt로 판짜기 했다면, 글줄보내기는 18pt가 된다. 이때 이정도 간격이 한글의 첫 줄 들여짜기 간격으로 사용되면 전체 판짜기에 적절한 단락구분 공간이 형성된다.
하지만 이러한 단락구분 첫 줄 들여짜기의 규칙도 언제나 일정한 것은 아니다. 정방형 활자틀 너비 혹은 글줄보내기 정도의 간격을 첫 줄 들여쓰는 것은 글자꼴의 형태나 글줄길이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글줄길이가 첫 줄 들여짜기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이상적인 글줄길이를 벗어날 경우에는 들여짜기 공간도 변화해야 한다. 이상적인 글줄길이인 활자틀너비의 25 배수에서 35 배수 사이보다 길거나 짧은 글줄길이라면 어떨까? 만약 글줄길이가 짧아 25배수 이내로 짧아진다면 첫 줄 들여짜기 공간도 그에 비례해 좁아져야 한다. 반대로 글줄길이가 35배수 이상으로 길어지면 첫 줄 들여짜기 공간도 점점 넓어지는 것이 좋다. 대체로 글줄길이가 짧아 들여짜기 공간이 좁아질 때는 약간씩 좁혀가며 조절하는 것이 좋고, 반대로 글줄길이가 길어져 들여짜기 공간이 넓어질 때는 적극적으로 넓혀서 단락이 구분되는 지점을 표시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첫 줄 들여짜기는 어떤 문자정렬과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첫 줄 들여짜기는 형태적으로는 양끝맞추기와 왼끝맞추기 모두 어울리는 방식이지만, 시대 양식의 측면에서는 양끝맞추기와 함께 사용할 때 고전적인 판짜기 형식을 만든다. 양끝맞추기는 판면의 형태가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첫 줄 들여짜기된 공간은 작은 사각형 블럭처럼 보인다. 양끝맞추기가 판면의 형태를 직사각형으로 정돈하기 위한 목적과 잘 어울린다. 이는 좌우가 대칭이 되는 형태를 만들며, 이는 대칭 본문 판짜기를 만들기에 좋다. 고전주의 타이포그래피를 대표하는 대칭 본문 판짜기는 초기에 장식요소로 단락을 구분하였다가 점차 첫 글줄 들여짜기로 바뀌었다. 양끝맞춰진 문자정렬은 판면의 형태를 직사각형으로 만들어, 독자가 쉽게 들여짠 공간을 찾을 수 있게 한다. 덕분에 과도하지 않은 들여짜기를 사용하여도 단락 구분된 지점을 찾기 쉽다.
같은 이유로 왼끝맞추기에 사용하기도 좋은 단락구분 방식이다. 왼끝맞추기는 판면의 왼쪽을 기준으로 낱글자를 정렬하기 때문에 일정하게 정리된 글줄 머리는 첫 줄 들여짜기된 공간을 쉽게 찾게 한다. 하지만 이는 신 타이포그래피 운동에 의해 왼끝맞추기가 주장된 이후에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양식적 측면에서 어떤 문자정렬 방식과 함께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시대적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 양끝맞추기와 사용한다면 고전적인 느낌을, 왼끝맞추기와 사용한다면 70년대 이후 서양의 왼끝맞추기 본문 조판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첫 줄 들여짜기 단락구분에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글이 시작하는 첫 단락 첫 글줄은 들여짜지 않는 것이다. 첫 단락의 첫 줄은 들여짜지 않아도 단락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인식되며, 오히려 들여짜기 되면 단락 시작 부분의 판면 형태가 일부 접히거나 깎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특별한 의도가 있지 않다면 첫 단락의 첫 글줄을 들여짜지 않는다. 고전주의 타이포그래피 양식에서는 글이 시작하는 단락의 첫 줄을 두문자 처리하여 글의 시작 지점을 화려하게 알리기도 한다.
¶ 단락구분2, 글줄비우기
글줄비우기는 단락이 끝나고 글줄보내기(행송) 값만큼 공간을 비워 단락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간혹 글줄보내기 공간의 절반인 반 줄 글줄비우기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한 줄 글줄비우기가 사용된다. 한 줄 글줄비우기는 단락이 끝나면 마지막 줄의 행간을 포함하여 추가로 행송값 만큼을 비워야 한다. 그래야 다단짜기에서 글줄비우기를 할 때는 인접해 있는 단과 글줄을 정렬할 수 있다. 만약 단락마지막 줄의 행간을 고려하지 않으면, 인접한 단과 글줄 기준선이 어긋나 시선을 끌게 된다. 글줄비우기 방식은 왼끝맞추기, 가운데맞추기, 오른끝맞추기와 함께 사용하기 좋다. 다만 양끝맞추기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데 양끝 맞춰진 글줄이 탓에 한 줄 비워진 공간이 더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도한 단락구분으로 인식된다.
또한 글줄비우기로 단락을 구분할 때는 하나의 단락이 판면 끝에 걸쳐 다음 단 혹은 페이지로 분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다음 페이지로 분리된 단락의 일부가 단락의 시작처럼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분리되지 않게 단락 전체를 ‘단나누기’ 한다. 이렇게 되면 텍스트 영역이 판면 위쪽에 정렬되고 판면 아랫부분은 단락의 크기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비워진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글줄비우기는 전단짜기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다단짜기와 같이 인접한 단을 통해 흘려진 판면 아랫부분의 리듬을 만들 수 있는 단짜기에서 사용한다. 현대주의 타이포그래피에서 글줄비우기 방식은 장식을 제외한 공간을 여백의 시각 리듬으로 채우기 좋은 단락구분 방식이었다. 이는 그리드를 활용하여 공간을 직조하여 정보를 구분하는 방식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신 타이포그래피 운동에서 선호된 단락구분 방식이다. 장식을 배제하고 빈 공간으로 레이아웃의 시각적 리듬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비대칭 타이포그래피에 잘 어울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현대주의 타이포그래피 양식을 표현한다고 생각해 보자. 금속활자의 효율성을 생각한 타이포그래퍼들은 2가지 크기의 글자꼴만 사용했을 것이다. 이는 금속활자를 다양한 크기로 사용하면서 생기는 작업의 복잡함과 금속활자를 구비해야 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글자꼴은 산세리프를 사용하여 까다로운 국가주의 혹은 민족주의자들의 요구를 차단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모든 분야에서 세계대전에 대한 책임감을 공유하고 있었다. 국가주의, 전체주의,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것들은 최대한 배제했다. 이때 유니버스와 헬베티카는 현대주의자에게는 아주 좋은 해결책이었다. 그리고 유니버스를 이용해 왼끝맞추기로 본문 판짜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단락이 끝나면 행송 간격만큼 레드를 집어넣고 다시 다음 단락을 식자한다. 그러다 단락이 페이지 끝에 걸칠 것 같으면 단락 전체를 단락 나누기 혹은 페이지 나누기로 구분해 다시 식자한다. 그러면서 공간이 만들어지는 여백의 리듬을 고려한다. 이렇게 상상하며 작업을 하면 현대주의 타이포그래피 양식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수월하다. 우리가 어떤 양식을 표현할 때 이면의 의식과 환경의 바탕을 이해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 단락구분3, 구분하지 않기
‘단락구분하지 않기’는 말 그대로 단락구분 없이 판짜기 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개의 짧은 글이 한 지면 안에 가득 들어가는 경우에 사용된다. 특히 잡지는 1~2쪽의 분량의 글이 지면의 제한된 공간 안에 빼곡히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단락구분 없이 사용하면 글을 조금이라도 더 식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락이 구분되는 지점을 찾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단락구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이전 단락의 마지막 줄이 짧게 끝나는 지점으로 때문에 만들어지는 단락 끝줄의 빈 영역을 통해 구분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언제나 단락 시작 이전의 글줄은 전체의 글줄길이보다 짧게 끝나야 한다. 만약 우연이라도 마지막 글줄이 글줄길이와 똑같이 끝난다면 단락이 구분되는 지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마지막 글줄을 제외한 각 글줄길이가 같아야 더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단락구분하지 않기’는 양끝맞추기와 함께 사용한다.
¶ 단락구분4, 첫 글줄 내어짜기
첫 글줄 내어짜기는 첫 글줄을 글줄이 시작되는 지점보다 내어짜기하여 단락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금속활자를 상상해 보면 글줄을 내어짜기 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어려운 작업들을 동반한다. 첫 출을 내어짜기 위해 다음 글줄부터는 계속해서 같은 간격만큼 들여짜기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빈 공간은 책을 제작하는 비용을 높인다. 그래서 내어짜기 단락구분 방식은 인쇄기술이 발달한 뒤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사진활자와 디지털활자 이후로 활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작업의 개성을 들어내기에 좋은 단락구분 방식이다. 왜냐하면 내어짜기 된 글줄은 언제나 시선을 집중시킨다. 내어짜기는 들여짜기와 마찬가지로 라틴알파벳은 M쿼드 정도, 한글은 글줄보내기(행송)값 정도 내어짠다. 하지만 들여짜기와 다른 점은 글이 시작하는 단락의 첫 줄도 내어짠다는 것이다. 이는 각 단락의 첫 줄이 내어짜기되면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에, 첫 단락의 첫 줄도 내어짜는 것이 단락 구분의 시각 리듬을 어울리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첫 단락의 첫 글줄을 내어짜지 않는다면 다른 단락에 비해 더 강조되어 보일 것이다.
내어짜기는 그 어떤 단락구분 방식보다 눈에 띄기 때문에 양끝맞추기와 왼끝맞추기 모두에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독자는 구분된 단락에만 시선이 집중하고 글을 읽는 행위는 지속적으로 방해받는다. 그래서 자신의 시각 컨셉과 적절히 잘 어울리는지 따져봐야 효과를 볼 수 있다.
¶ 단락구분5, 장식요소 사용하기
장식요소를 사용하여 단락을 구분하는 방법은 가장 고전적인 단락구분 방법이다. 앞서 이야기한 단락기호(글마디표, pilcrow, ¶ )를 이용하여 구분하는 방식으로, 단락 마지막 줄이 끝나면 단락기호를 넣고 바로 다음 단락을 이어짜기하는 방식이다. 이는 강제 양끝맞추기에 적절한 방식이었는데, 마지막 단락의 마지막 글줄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이다. 만약 고전적인 타이포그래피 양식을 흉내 내고 싶다면 문자를 양끝맞추기 한 뒤 단락기호를 이용해 단락구분을 해보자. 그럼 단락구분 하면서 거의 완전한 대칭의 판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고전적인 글자꼴을 갖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장식요소 사용하기는 전통적으로 단락기호가 사용되었지만 기타 다른 장식요소도 사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 | ’, ‘ ✼ ’, ‘★’과 같은 여러 가지 특수 기호들을 활용해 작업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다만 이때 기호에 따라서 단락의 끝줄과 다음 단락의 시작 줄을 이어 짤 때, 그 사이에 특수 기호를 넣고 앞뒤 공간을 적절히 확보해 주어야 한다. 글자꼴 형태에 비해서 두드러지는 특수 기호를 사용할 때는 다소 좁은 공간을 가져도 되지만, 문자의 형태와 비슷한 특수 기호를 사용할 때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빈 공간과 특수 기호가 적절한 단락구분 지점을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 단락구분에 머물기
단락구분을 할 때는 항상 단락이 구분되었음을 표시하는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 만약 과도하게 단락구분을 한다면 두드러진 표현으로 읽는 행위는 방해받을 것이다. 반대로 단락구분이 모호하다면 독자는 단락의 시작을 찾기 위해 고생한다. 그래서 과도한 단락구분을 방지하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의 단락구분을 섞어서 사용하면 안된다. 예를 들어 ‘첫 글줄 들여짜기’와 ‘글줄비우기’는 절대로 함께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두 가지 단락구분 방식이 서로 상승효과를 만들어 구분을 과도하게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단락구분은 판면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그래서 타이포그래퍼는 다양하고 새로운 단락구분 방식을 연구함으로 작업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독특한 단락구분 만을 쫓게 되면 자칫 과도한 단락구분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타이포그래퍼는 언제나 적절한 단락구분 방식과 개성 있는 작업 사이에서 타협할 때 새로운 단락구분 방식을 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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