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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ed thoughts May 14. 2024

나만 오로라 못 봤어

2024년 5월 11일 토요일 - 89일 차

☀ 올해 처음으로 티셔츠 한 장만 입어도 더운 날이었다. 매일 글을 쓰니 이런 날도 기록할 수 있고 좋다.


 어젯밤 자기 전 인스타그램에서 친구들이 올린 게시물을 봤다. 시애틀에 사는 친구들도, 밴쿠버에 사는 친구들도 오로라 이야기뿐이었다. 당장 밖으로 나가면 볼 수 있다고 했다. 6분 전, 8분 전에 올라온 사진인 걸로 보아 나도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얼른 블라인드 틈을 벌려 밖을 내다봤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도, 왼쪽으로 돌려도, 위로 젖혀봐도 깜깜할 뿐 사진에서 봤던 붉은빛, 푸른빛은 보이지 않았다.

 시애틀에 있었다면 집에서도 잘 보였을 것 같은데, 왜 하필 이번 주말에 밴쿠버에 오게 되었을까. 남자 친구는 왜 밴쿠버 중에서도 오로라가 안 보이는 지역에 아파트를 샀을까. 삭제했던 인스타그램은 왜 그날 다시 설치해서 열었을까. 원망스러운 마음 한가득이었다. 옐로나이프나 아이슬란드에 가서 제대로 오로라를 보라는 건가 보다, 하고 아쉬움을 달랬다. 하지만 금세 캐나다 남부에서 오로라를 보는 게 더 특별한 것 같았다. 화가 났다가, 체념했다가, 속상했다가, 마음을 다잡았다가, 혼란스러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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