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의 미신: 월가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Part 4. 해외의 미신들

by 타자

2012년, 금융 전문지 『블룸버그 마켓(Bloomberg Markets)』이 월가 트레이더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응답자의 47%가 "특정 물건이나 의례가 거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5명에 가까운 금융 전문가들이 미신적 사고를 경험한 것이다.


구체적인 응답들도 흥미롭다:


• "큰 거래 전에 항상 같은 펜으로 서명한다" — 헤지펀드 매니저, 42세

• "2008년 금융위기 때 맨 넥타이는 절대 안 맨다" — 투자은행 트레이더, 38세

• "아침에 CNBC를 먼저 틀면 그날은 안 좋다. Bloomberg를 먼저 봐야 한다" — 포트폴리오 매니저, 51세


수학과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사람들, 시장의 무작위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미신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아이러니일까, 아니면 인간 본성의 필연적 표현일까?


월가의 미신들


금융 시장에는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널리 퍼진 미신들이 있다.


슈퍼볼 지표(Super Bowl Indicator): NFL 슈퍼볼에서 원래 NFL 팀(현 NFC 소속)이 이기면 그해 주식 시장이 오르고, AFC 팀이 이기면 떨어진다는 것. 1967년부터 2020년까지 이 지표의 '적중률'은 약 73%였다. 우연의 일치일 뿐이지만, 일부 트레이더들은 진지하게 참고한다.


헴라인 지표(Hemline Index): 1926년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가 제안한 것으로, 여성 치마 길이와 주식 시장의 상관관계를 주장한다. 치마가 짧아지면 경기가 좋고, 길어지면 불황이라는 것. 학술적 근거는 전무하지만, 금융 미디어에서 매년 회자된다.


1월 효과(January Effect): "1월이 가면, 그해가 간다(As January goes, so goes the year)." 1월의 주식 시장 성과가 그해 전체를 예측한다는 믿음이다. 『Stock Trader's Almanac』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이 지표의 적중률은 약 75%. 하지만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 아니며, 최근에는 적중률이 떨어지고 있다.


13일의 금요일 효과: 13일의 금요일에 주식 시장이 특히 변동성이 크다는 믿음. 코스타스 카이요타키스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13일 금요일의 S&P 500 수익률은 다른 금요일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이 이날을 피하면서 거래량이 줄어드는 현상은 관찰되었다.


트레이더 개인의 미신


시장 전체의 미신 외에도, 트레이더 개인의 미신이 있다.


리스크 관리 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저서 『행운에 속지 마라(Fooled by Randomness)』에서 이런 관찰을 남겼다: "월가에서 가장 성공한 트레이더들 중 상당수가 개인적인 의례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것이 비합리적임을 알지만, '만약을 위해서' 계속한다."


실제로 금융업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관행들이 보고된다:


• 큰 거래가 성사된 날 입었던 옷을 '행운의 옷'으로 여김

• 손실이 났던 날짜나 시간대를 피함

• 특정 숫자가 포함된 거래를 선호하거나 기피함

• 사무실 배치나 모니터 순서를 절대 바꾸지 않음


도박의 미신


불확실성이 미신을 낳는다면, 카지노는 미신의 온상이다.


핫핸드 오류(Hot Hand Fallacy): "이 슬롯머신이 지금 터질 차례야." 연속으로 돈을 잃었으면 곧 딸 것이라는 믿음. 그러나 각 시도는 독립적이다. 과거 결과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 동전을 던져 앞면이 10번 연속 나왔다면, 다음은 뒷면일 확률이 높다고 믿는 것. 실제로는 여전히 50:50이다. 하지만 우리의 직관은 "균형이 맞춰져야 한다"고 속삭인다.


행운의 행동들: 주사위를 불기, 슬롯머신을 문지르기, 특정 딜러 테이블만 고집하기, 행운의 칩을 따로 보관하기. 카지노에서는 온갖 미신적 행동이 관찰된다.


흥미로운 것은 카지노가 이런 미신을 장려한다는 점이다. 미신에 빠진 도박사는 더 오래, 더 많이 건다. 합리적인 도박사보다 수익성이 좋다.


전문가도 미신을 믿는 이유


금융 전문가나 프로 도박사도 미신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자 토마스 길로비치와 동료들은 1985년 유명한 '핫핸드' 연구에서 이를 분석했다.


그들은 농구 자유투 데이터를 분석했다. 선수들과 팬들은 "손이 뜨거울 때(hot hand)" — 연속으로 성공한 후 — 다음 시도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믿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이전 성공과 다음 성공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왜 이런 착각이 생길까?


피드백이 불명확하다. 금융 시장에서 특정 결정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운 때문에 성공했는지, 실력 때문인지 구별이 안 된다. 이 모호함 속에서 미신이 자라난다.


운과 실력의 구분이 어렵다. 투자 성과의 상당 부분은 운이다. 하지만 성공한 투자자는 자신의 실력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미신은 그 믿음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통제 불가능에 대한 대응이다. 시장의 움직임, 카드의 배분은 통제할 수 없다. 미신은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제공한다.


미신의 양날의 검


금융에서 미신은 특히 위험할 수 있다.


긍정적 측면:

심리적 안정: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의례나 럭키 아이템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루틴 형성: 일관된 절차를 따르면 감정적 의사결정을 줄일 수 있다.


부정적 측면:

잘못된 패턴 인식: 없는 패턴을 있다고 믿으면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이어진다.

과신: "내 직감은 맞는다"는 믿음이 리스크 관리를 소홀하게 만든다.

책임 회피: 손실을 운 탓으로 돌리면 개선의 여지를 놓친다.


행동경제학자 데이비드 허쉬라이퍼의 2001년 연구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편향이 시장 가격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미신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시장 전체를 왜곡할 수 있다.


카지노의 교훈


카지노는 미신의 실험실이다.


모든 게임은 수학적으로 카지노가 이기도록 설계되어 있다. 장기적으로 도박사는 진다. 이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간다. 그리고 미신을 믿는다. 왜? 단기적으로는 이길 수 있고, 그 순간의 흥분이 장기적 손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미신은 그 희망을 유지시켜준다.


여기서 우리는 미신의 본질적 기능을 다시 확인한다: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희망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


문제는 그 기능이 때로는 해롭다는 것이다. 도박에서 미신은 손실을 키운다. 투자에서 미신은 판단을 흐린다. 미신의 효용과 해악을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Part 4를 마치며


17화부터 23화까지, 우리는 세계의 미신들을 둘러보았다.


서양의 13공포증(17화), 중국의 풍수와 숫자 8(18화), 일본의 언령(19화), 인도의 점성술(20화), 중동·아프리카의 악마의 눈(21화), 스포츠계의 미신(22화), 금융가의 미신(23화) — 문화와 영역을 넘어 미신이 편재함을 확인했다.


이 여정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인가?


미신은 보편적이다. 어떤 문화, 어떤 시대, 어떤 수준의 교육에서도 미신은 존재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기능은 유사하다: 불확실성 대처, 불안 관리, 사회적 조율.


이제 Part 5에서는 이 발견을 바탕으로 미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할 것인지 탐구한다. 과학과 미신은 대립하는가, 공존할 수 있는가? 유익한 미신과 해로운 미신을 어떻게 구별하는가?


미신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들어가보자.




인용 자료


1. Hirshleifer (2001) — 투자자 심리와 시장 가격 [금융 행동 연구]

2. Gilovich et al. (1985) — 핫핸드 오류 연구 [핵심 연구]

3. Diaconis & Mosteller (1989) — 무작위성 인식의 편향 [이론적 배경]

4. Bloomberg Markets (2012) — 월가 트레이더 설문조사 [도입부 통계]

5. Taleb, N.N. (2001) — 트레이더의 미신적 행동 관찰 [사례 출처]

6. Kaiyotakis, K. (2013) — 13일 금요일 주식시장 분석 [학술적 근거]

7. Stock Trader's Almanac — 1월 효과 통계 [데이터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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