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대딩이야기 02
낯을 많이 가렸고 부끄러움도 많았고, 사람 많은 곳에 나가는 것도 싫어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숨길 수 없던 관종(관심종자) 끼가 있었다. 그렇다. 모 방송인이 말했던 것처럼 관종 중에 최악이라는 낯가리는 관종이다.
그에 반해, 타고난 외향인이었던 대학 친구는 학생회장이 되었다.
학생회는 대부분 학생회장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와중에 친구가 은밀한 제안을 해왔다. '너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잖아. 학생회 안 해볼래?' (그러면 안됐는데) 내 안의 관종이 뻐렁쳤고 오케이를 보내버렸다.
문화부라는 부서의 부원으로 들어가 활동하게 되었다.
첫 미션은 신입생 OT였고 소위 말하는 립덥(one-take mv)을 촬영 및 편집하고 신입생 활동을 촬영하는 일이었다.
덕분에 동묘가서 법인카드(..는 안 받아서 현금)로 신나게 촬영 소품도 구매하고 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으로 촬영 기획도 해보고 기대보다 재밌는 일이었다.
이번엔 참가자가 아닌 TF로가서 감회가 남달랐다. 일단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쓸 일이 무지x24 많았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그래도 신입생 친구들이 건네는 '고생 많으세요'하는 한마디들이 모여서 결국 원동력이 되었다. 마치 고등학교 때 버거왕에서 알바하던 때가 떠올랐다. (나는 알바를 시작했던 날 이후로 서비스직 직원들에게 무지 친절하게 대한다)
새벽까지 마시고 뛰노는 신입생들을 보면, 사회생활도 잘하고, 잘 노는 친구들이라 생각되었다.
1박 2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술도 못해서 쭈그려 있었던 1학년 때의 오티와는 다르게 바빴고, 기억에 남을 일도 많았다. 과분한 비유지만 비유하자면, 아이를 낳아봐야 엄마의 마음을 안다는 것처럼 운영진으로 참석해봐야 학교 행사의 고생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덕분에 그 해 2월은 무지 바쁜 달이였다.
올림픽 봉사단에, 직장에, 학생에, 학생회 임원까지 하려니 시간도 시간이고 육체적으론 힘들었지만
결국 남는 건 사람이었다.
6명 남짓한 고등학교 친구들과 찍어본 이미지 사진 이후로 처음으로 스튜디오에서 단체사진도 찍어보았고.
언제 이런 걸 또 해보겠나 싶었다. 직대딩이지만 대학생이라서 할 수 있는 거지. 우리 존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