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스펙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by 투영인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몸이 잘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궁극적인 ‘노력의 증명(proof of work)’이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직접 만들어내야 했다. 상위 5% 수준의 유전자를 타고나지 않았다면, 식단과 운동을 통해 몸을 만들어야만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GLP-1 작용제(GLP-1 agonists), 예를 들어 오젬픽(Ozempic) 같은 약물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더 나은 몸은 순식간에 주 1회 주사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됐다. 그 결과, 예전의 시그널인 ‘좋은 몸’은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반드시 강도 높은 신체적 노력을 거치지 않아도 획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글쓰기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글쓰기는 원래 어떤 사람이 하나의 아이디어를 오랫동안 곱씹고, 수시간 공들여 사고한 뒤 세상에 내놓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꼭 그럴 필요가 없다. LLM을 활용하면 겉보기에는 무한대에 가까운 텍스트를 원하는 만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인지 2025년에는 최근 몇 년 사이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책들이 출간되는 모습을 봤다. 특히 평소 꾸준히 글을 쓰지 않던 사람들까지 책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꽤 흥미로운 일 아닌가.


물론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그 ‘글쓰기’의 질은 썩 좋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오늘날 글은 예전만큼 사고력이나 노력의 신호로서 유용하지 않다.


나는 이것을 ‘시그널 붕괴(signal collapse)’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는 여러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코드를 작성하는 일은 한때 실력과 헌신을 보여주는 믿을 만한 신호였다. 그러나 OpenAI의 Codex와 Anthropic의 ClaudeCode가 등장한 지금은 더 이상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몇 주간 쏟아진 AI 비관론 기사들도 이런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2월 9일 Matt Schumer는 Something Big is Happening을 공개했고, 2월 22일 Citrini는 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를 발표했는데, 두 글 모두 빠르게 바이럴됐다.


나는 이 두 글 모두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큰 방향성 자체는 맞다고 본다. 우리는 LLM 기반 지능에 덜 의존하는 미래가 아니라, 더 많이 의존하는 미래로 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미래에서는 과거에 가치를 입증하던 많은 신호들이 훨씬 더 쉽게 위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가치를 드러내야 할까. 새로운 ‘노력의 증명’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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