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불확실한 움직임이 항상 두렵다.
자정이 넘은 시간. 잠이 들려고 할 때 난감한 순간이 있다.
사사삭... 도망치는 바퀴벌레와 마주치는 것이다. 차라리 안 봤으면 낫지..
본 이상 더이상 편하게 잠이 들 수는 없다.
결판이 나기 전까지는....
그런데 문제는... 나는 바퀴벌레를 정말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이다.
바퀴를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만은..
우선 나는 그것을 제대로 쳐다볼수가 없다. 그것의 이름조차 부르는 것을 싫어한다. 바퀴라고 쓰여있는 글자도 싫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다. 그것을 휴지로 잡는 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고.. 살충제를 뿌리는 것도.. 뿌리는 중에 도망갈까 무섭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가지..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혼자 있다면 멀리서 지켜보다가 두꺼운 책으로 내려치는 것이다. 물론 뒷처리는 남편에게 맡기고 있다. 바퀴를 처리하는 용도로 아이들의 무거운 동화전집을 가까운 곳에 비치해 두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그것과 대치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가족들은 모두 잠들었기에 깨울 수가 없다.... (한 번 남편을 깨웠다가 부부싸움의 원인이 됐기에 밤에는 가급적 깨우지 않는다...)
몇 달 전에 이사 온 우리집은 단독주택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간간히 벌레와 마주한다. 바퀴벌레 뿐만 아니라 돈벌레, 지네도 목격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 중에서 바퀴가 제일 싫다...
바퀴와 나의 연은 초등학교 때로 이어진다. 90년대의 주택가가 으레 그렇듯.. 집집마다 바퀴벌레를 마주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연막탄 같은 바퀴 약이 동네의 집들마다 터지는 것을 보았다. 하얗게 집을 매웠던 연기가 사라지면.. 빗자루로 까맣게 쌓인 바퀴의 사체들을 쓸어 담았다. 그때 부터 였을까? 내가 그들을 싫어하게 된 것이..
늘 그들은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놀래켰다. 벽장에서, 주방에서, 화장실에서... 빠른 걸음으로 어디로 튈지 몰랐으며 까맣게 덮인 몸과 다리는 징그럽고 징그러웠다. 고등학생 때 교실 벽에 그것이 나타났는데 친구들이 빗자루로 치려고 하자 날개를 펴고 친구들 사이로 날아가던 그 소름돋는 기억도 생각이 난다. 나는 바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바퀴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1000000 이 된 것이다.
다행히 초등학교 때 나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그 뒤로 20년은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벗어 날 수 있었다. 하지만 결혼은 하고 살게 된 오래된 빌라에서 난 실로 오랜만에 그들과 마주쳐야 했다. 그때의 충격과 공포는.. 화장실에서 마주친 순간.. 나는 화장실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그리고 다시 아파트로 이사를 가서 잠시 그들에게서 해방됐다가 지금의 주택에서 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기존의 어떤 녀석들보다 크고 빠른 녀석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쨌든 오늘 밤, 나는 그를 죽여야 한다.
사실 난 곤충을 죽이는 것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다. 누가 즐겨하겠냐만은... 거미가 나타나면 왠만하면 풀어준다(?) 꿀벌이 들어오면 통에 넣어 날려보내주기도 했다. 무당벌레, 풍뎅이 등의 벌레들은 창밖으로 던져 준다. 하지만 바퀴는 예외다. 얘들은 죽여야 한다.
나는 왜 바퀴를 이렇게도 무서워할까! 새벽에 대치 중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에전에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는 것이 심리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챗지피티에 물어보았다. 바퀴를 무서워하는 심리적인 요인 중에 하나는
불확실성 이라고 한다.
나는 바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후다닥 도망가는게 너무 싫다. 내가 바퀴의 동선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험이 예측이 되지 않는다.
한 예로 나의 엄마는 송충이와 애벌레를 극도로 싫어한다. 하지만 바퀴는 맨손으로 잡는다. 나는 송충이와 애벌레는 엄마만큼 싫어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의 행동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털이 송송달린 송충이나 다리가 많은 지네의 외형을 보는 것을 괴로워 하지만.... 나는 혐오스런 외형보다는 불확실성에 더 큰 공포를 느끼는 것 같다.
물론 바퀴의 징그런 외형이나 병균을 옮긴다는 사실이 오래동안 인류에게 학습되온 거부감일 수도 있다.
사실 바퀴와의 대결에서는 항상 내가 이겼다.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상은 어떻게 해서든 죽였다.
나는 저 하찮은 미물을 왜 이렇게 무서워하고 있는 것일까!
저것이 나를 놀래키기 위해 나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해 나타났다는 생각이 늘 지배적이였다. 하지만 이번에 한 가지를 깨달았다. 쟤는 그냥 나온 것이다. 그냥 지나가다가 툭 떨어진 것이다. 나를 놀래킬 의도 같은 건 없었을 것이다. 그냥 저렇게 생겨 먹은 것이다.
내가 바퀴의 불확실성을 무서워 했다니 ..뭔가 하나를 깨달은 것 같다. 벌레는 벌레일 뿐이다. 두려운 대상이 아니다.
아! 또 하나..
예전에 모래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모래상자 안에 자신이 가져오고 싶은 모형을 가져와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심리상담이였다. 나는 여러 가지 모형을 가져오고... 그 중에 '쓰레기통 모형'과 '바퀴 모형'을 징그러워하면서도 들고와서.. 모래상자 구석에 두었다. 내가 가져온 모형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쓰레기처럼 보기 싫은 것들을 저 구석에 두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 녀석이 왜 싫으냐면 빠르고, 징그럽고, 무엇보다 머리도 똑똑해서 한 번 왔던 길도 기억하는 녀석들이라는 것을 상담선생님에게 이야기 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상담사 선생님은 싫어하는 것이 맞냐고 물었다.. 싫어하는 것 치곤 그 녀석의 정보를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아.. 그래.. 내가 그녀석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 녀석은 한낱 미물일 뿐인데 너무 많이 마음을 두고 있기 때문에 무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증오와 애증은 같이 가는 것일까....?
어쨌든 결국 나는 그날 밤도 바퀴와의 전쟁에서 이겼다. 아주 강력한 살충제를 멀리서 투여했으며 뒤집어진 녀석은 바둥거리며 죽어갔다. 그리고 그 위에 살포시 책을 올려 두었다. 아침이 되어 남편에게 뒷처리를 부탁해야지..
다음 번에도 또 마주친다면 이번에는 조금 냉정해 질 수 있을까.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그의 불확실한 움직임일 뿐이라는 것은.. 그냥 벌레일 뿐이라는 것을... 그는 나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더이상 두려워 떨지 않겠다는 것을...
하지만 또 그때 가봐야 알겠지...
어쨌든 오늘 부터 더 강력한 바퀴 퇴치 약을 배치해 두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