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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Oct 26. 2021

환단고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환단고기>란 무엇일까?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처음 들어보는 단어일 것이고,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찬반으로 의견이 나뉠 것이다. <환단고기>란 허구의 사실로 거론할 가치가 없다고 그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엄연히 우리의 역사로 진실을 밝혀내야 할 과제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환단고기의 시작과 내용은 무엇일까?

환단고기는 1979년 단단학회의 설립자인 이유립이 출간하면서 40년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립에 의하면 단학회의 계연수가 1911년 민간에 전해지던 신라 고승 안함로의 <삼성기 상편>, 원동중의 <삼성기 하편>, 행촌 이암의 <단군세기>, 범장의 <북부여기>, 조선 중종 때 일십당 이맥의 <태백일사>를 한 권으로 엮은 책이라고 전한다.




각각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삼성기>는 우리 민족이 동북아에서 최초로 세운 나라인 환국과 배달의 18대 환웅천황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단군세기>는 47대 단군이 다스리던 고조선 2,096년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북부여기>는 고조선을 계승한 북부여의 6대 단군 182년과 북부여에서 파생된 다른 부여를 설명한다. 더불어 주몽을 통해 고구려가 북부여를 계승한 나라임을 주장한다. <태백일사>는 환국에서 고려까지의 7천 년 역사를 서술함과 동시에 우리 민족의 시원 문화를 설명한다.
이를 종합해보면 우리 민족의 역사는 기원전 7,197년 환국(7대 환인 3,301년) - 기원전 3,897년 배달(18대 환웅 1,565년) - 기원전 2,333년 단군조선(47대 단군 2,096)- 북부여와 삼한-삼국시대-남북국시대-고려-조선으로 이어진다.

<환단고기>는 기존에 반만년의 역사로 배우던 우리의 역사하고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여기에 계연수가 저술한 <환단고기>의 원본이 남아있지 않아, 이유립이 창작했다고 보는 주장도 있다. 또한 계연수라는 인물이 수안 계시 족보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상의 인물로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하여 <환단고기>를 사실로 믿는 사람들은 요목조목 반박한다.


현재로서는 수많은 전란과 조선 시대 성리학을 제외한 많은 고서를 불태운 사실, 일제강점기 역사 조작과 왜곡 등으로 우리의 역사를 기록한 문헌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환단고기>의 위작 논란을 잠재울 만한 증거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환단고기>에 대한 논쟁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환단고기>를 처음 읽었을 때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우리 역사의 대부분이 주변 국가들로부터 많은 침략을 당한 결과, 강한 나라를 섬겨왔다. 그런 상황에서 과거 우리가 얼마나 뛰어난 문화를 가지고 주변국을 아울렀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기분 나쁠 이유는 없었다. 더욱이 세계 4대 문명인 황하, 인더스, 수메르, 이집트 문명 외에도 그리스, 유대, 아스텍, 잉카 문명 등의 원류가 환국이며, 우리 민족이 환국의 정통성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싫을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토록 뛰어난 국력과 문화를 가졌던 환국을 계승한 우리는 왜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졌고 한반도에 국한되어야만 했을까? 얼마나 약해졌으면 우리부터 강했다던 환국의 옛 모습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주변 민족과 국가로부터 업신받아야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 <환단고기>를 통해 오히려 현재가 부끄러워지고 실망스러워진다.


분명, 우리 민족은 올바른 역사를 통해 민족적 자긍심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유독 주변국들에게 늘 침략만 받은 약소국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강해질 기회가 있어도 우리 스스로 부정하고 움츠러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환단고기>를 통해 민족적 자긍심을 높여주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을 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환단고기>로 인해 우리의 정체성이 흔들려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옛날 화려했던 생활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얼마나 실속이 없고 보잘것없는 존재인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환단고기>가 사실이라면 분명 그 진실을 밝혀줄 인물이 언젠가는 등장할 것이다. 과거 뛰어났던 인물을 수없이 배출한 우리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환단고기>를 정설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 시대 모든 문명의 시작이 한민족이라는 주장이 오히려 대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자칫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억지 주장으로 주변국들의 불편한 시선과 함께 비웃음당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는 아직 중국을 넘어서는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훗날 우리가 지금보다 더 강한 나라가 되었을 때, <환단고기>의 진실 외에도 더 많은 역사적 사실을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환단고기>에 나오는 환국처럼 주변국에 베풂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세계 여러 나라에게 존경받는 나라가 되는 것에 <환단고기>를 읽는 목적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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