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함께 탈래요?
가끔 의도한 듯 의도치 않은 듯 아껴놓는 영화나 작품들이 있다. 그리고 어제가 되어서야 11년 만에 보게 된 2014년도 작품, <리스본행 야간열차>
아마도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너무 필요한 영화일 걸 직감했던 것일까.
고리타분하지만 소싯적 한 외모 했을 것만 같은 중년의 교수, 그레고리우스. 그날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학교로 향하던 도중, 그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책 한 권을 만난다.
바로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언어의 연금술사>이다.
작품 속에 홀리듯이 빠져버린 그레고리우스는 충동적으로 리스본으로 향하는 야간열차에 올라탄다.
평범했던 일상을 살아가는 그레고리우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아마데우의 한 마디,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삶의 작은 부분으로만 살면 나머지는 어떻게 될까?
그레고리우스는 책의 저자 아마데우의 흔적을 찾아가고 이때부터 우리 모두는 그레고리우스가 된다.
영화의 원작을 쓴 파스칼 메르시어의 페르소나는 주인공 그레고리우스일지 모른다.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듯 원작자 파스칼도 주인공을 통해 그가 꿈꿔오던 욕망과 갈증을 작품 속에서 해소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본 우리도 현실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꿈꾼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충동적으로 몸을 싣는 우리 자신을. 시간은 거스를 수 없어도 공간은 거스를 수 있는 우리기에 그 정도 꿈은 꿔도 괜찮잖아.
move의 사전적 정의는 ‘움직이다’이다.
하지만 -ing를 붙여 현재분사로 만들면
moving (감동시키는),
-ed를 붙여 과거분사로 만들면
moved (감동받은)이 된다.
그렇다. 예술작품은 그렇게 우리를 움직여 감동시킨다.
엄마와 나는 함께 다녀온 북유럽 미술기행 책을 집필 중이다. 처음 시작은 호기로웠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가족끼리 일을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가끔은 돌아서면 바로 후회하는 날 선 말들을 뱉어낸다. 완벽한 책을 쓰려고 하는 엄마의 그 완벽주의에 대한 불만이었을까.
하지만 <언어의 연금술사>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엄마의 완벽주의는, 어쩌면 미련함이 아니라 그녀의 꿈, 아니 그녀의 전부일 수 있겠구나.
우리 모두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같은 마음일 테다; 그저 잘 해내고 싶다.
이렇게 또 예술작품은 새로운 나를 꿈꾸게 하고, 내 사람을 좀 더 긴밀히 이해하게 한다.
예술작품은 respect이다. (존경, 존중)
re (다시) + spect (보다)
나 자신도 내 주위 사람들도 다시 보게 만든다.
다시 보는 것, 그게 바로 존중의 표현이다.
그리고 예술작품은 말한다, "다르게 사는 삶도 가능하다"라고. 오늘도 우리는 다른 나를, 다른 삶을, 꿈꾼다.
by 낭만Yu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