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행복하다

오늘은 또 네가 '아빠'를 부른 뒤에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by 티벳여우

아빠는 이제 40여 개월이 조금 넘은 네가 언제 이렇게 말을 잘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 달, 두 달을 되짚어 가며 생각해봤다. "아빠, 매운거 먹지 마세요. 몸에 안좋다고 했어요."라고 말하고는 "알겠죠?"라고 덧붙여 나의 답변까지 확인하는 그 시작점이 어디였을까?


역시나 어느 한 순간을 꼽을 수 없다. 당장 생각나는 건 '아빠, 아빠'만 외치던 그 목소리만 생생하게 기억날 뿐 그간의 시간은 구름없는 하늘처럼 공백으로 채워지고, 지금 나에게 말하고 있는 너의 모습이로 이어진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너의 말 한마디에 난 여전히 행복하다.


네가 태어나서 처음 '아빠'라는 말을 했을 때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라는 들었다. 네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의 행복만큼은 여전히 느껴본 적이 없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아름다운 말은 없다지만, 나에게는 그 말보다 아름다운 말이 처음 들어본 '아빠'라는 말이었다.


지금은 네게 듣는 '아빠'라는 말이 인간관계 속에서 흔히 사용되는 호칭이 되었지만, 여전히 듣기 좋다. 그리고 조금은 다르지만, 요즘은 '아빠'라는 말 뒤에 네가 하는 말 한마디에 행복함을 느낀다. '아빠는 방귀같다, 아빠는 또옹~'이라는 맥락을 이해할 수 없고 의미 없는 말이라 할지라도 네가 방귀를 좋아하고, 똥에 재미있어 한다는 걸 알기에 '난 네가 좋아하는 아빠이고, 네가 재미있는 아빠'라는 생각에 그저 행복하다.


최근 네가 해줬던 말들, '아빠'를 부르고 '매운거 먹지 마세요, 콜라마시지 마세요, 밥은 꼭꼭 씹어먹어야 해요 등' 나에게 해주는 네 말에 신기하면서도 그전에 행복함을 느낀다. 또 오늘은 무슨 말을 너에게 듣게될까 궁금해지는 하루하루가 되었다. 예전에는 내가 너에게 많은 말을 했어야 했지만, 이제는 네가 아빠인 나에게 더 많은 말을 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사랑스럽다. 너로 인해 오늘 하루를 사는 게 재미있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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