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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Jan 11. 2019

노력이 부족해서 망했어

헝그리 정신으로 살기에 세상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다


 내가 어렸을 때는 다들 배가 고파봐야 정신을 차린다며 헝그리 정신을 추구했다. 그 시대 개천에서는 피라미가 아니라 용이 살았고 모두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작은 창조주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신기하게 자기 계발서 붐이 일었다. 온 세상이 자기 계발서를 읽고 세상의 진리를 발견한 것처럼 환호했고 아빠는 거실에 있는 책꽂이 두 칸을 전부 자기 계발서로 바꿨다. 나는 쥐가 되어 치즈도 옮겼고 없는 다락방에서 꿈도 꾸었으며 신의 시크릿을 혼자 몰래 엿보는 학창 시절을 살았다. 모든 사람들이 아주 높은 성공을 꿈꿨고 밤잠을 설치며 노력했으며, 노력하면 합당한 결과가 온다고 믿었다. 결과가 좋지 못한 건 간절함과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한 명도 '이번에는 좀 운이 나빴네.'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자란 애는 대학을 가서도 노력했다. 그래야 하니까,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으니까. 3시간이면 끝날 과제를 혹시 더 할 순 없을까 6시간을 하고 새벽안개를 맞으면서 기숙사로 돌아오는 게 일상이었다. 노력, 노력하면 뭐든 된다! 잠에 드는 순간에도 내일은 더 노력할 거라 다짐했다.


 '그렇게 노력해서 좋은 학점을 따고 노력해서 연애도 하며 노력해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습니다.'로 끝나면 좋겠지만, 노력해도 최고점을 따지 못하는 과목이 있었으며 노력한다고 모두의 사랑을 얻을 순 없었고 노력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가는 날도 많았다. 노력이 이따금 내 뒤통수를 갈겼고 그때마다 나는 나 자신을 힐난했다.


 

 '잠을 줄였어야 해, 내가 좀 더 빨랐어야 해, 그때 쉬지 말았어야 해.'


 정말 내가 헝그리 정신만 좀 더 있었으면 좋은 학점, 원하는 사랑, 일확천금을 다 가질 수 있었을까. 나를 키운 수많은 자기 계발 서적이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에 등 떠밀려 살다 보니 궁금해졌다. 정말 노력은 정직한가? 최선으로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는가? 아니, 애당초 100점짜리 노력은 있는가.








 '엄마, 나중에 꼭 행복하게 해 줄게.'

 '조금만 기다려, 돈 많이 벌어줄게.'

 '이번 일만 끝나면 다음에 놀러 가자.'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공수표를 마구 던진다. 지금 노력하고 있으니 미래에는 반드시 행복할 것이고, 그때 지금 못하는 걸 해준다고 말한다. 그렇게 매번 휴일을 반납하고 저녁 식사를 뒤로하며 여가시간을 줄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쓴 실패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은 하나씩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실패를 혐오했고 노력이 부족해서 일이 잘못됐다고 느꼈다. 어쩌면 노력이 아니라 실패가 부족해서 성공하지 못한 것 일수 있는데.


  한 사람의 삶에서 실패와 성공의 횟수 중 더 많은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실패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태어나자마자 몇 번 절뚝이다 금세 걸어버리는 다른 동물과 다르게 우리는 걷기 위해 천 번을 더 넘어진다. 이렇게 기본적인 것 하나에도 계속 고꾸라지는 인간은 어쩌면 실패 맞춤형으로 태어난 가장 약한 동물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실패의 과거는 다 잊어버리고 우리는 걸을 수 있는 지금만 생각한다. 똑같다. 지금 우리가 하는 크고 작은 실패는 아기 입장에서 한번 넘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 넘어졌다고 일일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아 씨, 화나니까 안 걸을래!'라고 생각하는 아기는 없다. 그저 또 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실패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면 노력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꼭 매일 100점짜리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아니 못한다. 한 50m 달리고 말 거면 모르겠는데 어쩌면 평생을 달려야 할지 모르는 지금, 매일매일 혼신을 다해 노력하면 몸이든 정신이든 어디 하나 고장 날 게 뻔하다. 천천히 달리면 늦어도 언젠가 도착할 순 있지만 아예 고장 나면 움직일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게 무엇이든 적당히 게으를 필요가 있다. 70%만 노력하고 30%는 가족과 데이트를 하거나 소소한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고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놀러 가보자. 적당한 게으름은 오히려 일에 지속력을 가져다준다.


  오늘부터는 적당히 게으르게 노력하면서 내 현재를 사랑해보기로 한다. 노력해도 자꾸만 넘어지는 자신을 걸음마 떼는 아기 보듯 귀여워해도 좋다. 우리는 어떤 아기든 언젠가 두발로 서서 아장아장 걷게 될걸 안다. 그 위대한 첫걸음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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