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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Mar 30. 2024

LA갈비, 바싹 굽고 싶지만 양념이 탈까 봐 걱정인

물맛과 간장맛을 오가는 애매한 인생

LA갈비를 맛있게 굽고 싶었다.

입맛을 자극하는 간장양념 풍미, 감칠맛, 과하게 익지 않은 고기와의 조화.


별생각 없이 프라이팬을 꺼내 불을 올렸다.

적당히 팬이 달궈졌다 싶을 때 즈음, 고기를 넣었다.


지글지글 간장이 타오르며 좋은 향이 날 때 즘, 간장양념만 타버리고 고기가 덜 익어서 난감했던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양념이 살짝 눌어붙는 게 보였고, 살짝 탄 자국도 보였다.

이걸 그대로 놔두면 앞으로 구울 고기들에도 탄맛이 밸 수 있다.

팬을 한 번 닦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냥 팬이 넓으니 다른 면으로 익히자고 생각했다.


문득, 물을 조금 넣고 졸이듯 끓이는 방법이 떠올랐다. 어디선가 이렇게 하면 태우지 않고 맛있게 익힐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그렇게 몇 번을 하다가 고기를 맛봤는데, 아니 그냥 물에 담근 고기맛이다. 양념맛이 밍밍해져서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었다. 급하게 양념을 추가해서 다시 구웠다.


그나마 먹을만해졌지만, 뭔가 물먹은 고기 같은 느낌이 가시진 않았다. 그리고 끝맛에 앞서 태운 팬의 탄맛이 살짝 났다.


어정쩡한 LA갈비를 먹으며 생각했다.

‘양념이 눌어붙었을 때 바로 닦아낼걸’

‘이도저도 아니게 구울 바에야 설거지 힘들게 할 각오하고 더 바싹 구웠어야 했나?‘

‘간장양념과 물을 적당히 잘 넣었으면 더 맛있게 되었으려나?’


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쌉싸름한 탄 맛이 끝에 올라오는 걸 느끼며 생각했다.

‘이거 어쭙잖은 인생 같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물맛인지 간장양념맛인지도 애매한, 그런 LA갈비 같은 인생. 후회할 거 같고 걱정되면 그때 당장 행동했어야 했고, 조금 더 내키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살걸 그랬다 싶은 맛.


다음번에는 더 바싹 구워 먹을 것이다.

그리고 맛있게 먹은 만큼 열심히 설거지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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