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클라이언트가 되는 법

디자이너는 독심술사가 아니다.

by 유하연
gOX1ER0LL1SwgCP6Fi2uU34706ncUgtYVDsf9jpzv99QFnvrMrzAG31VQINLia1jq_qu6fNav-_CnZaCLMsu7A.gif 그렇게 하시려면 돈 돌려드릴 테니 돌아가세요.


작업을 하려고 다양한 미팅을 하다 보면, 혼자 대략 생각을 해본다. 이번 일이 순조로울까? 수월할까? 하면서. 그때 다양한 것들을 관찰해 본다. 관상, 말투, 수용력, 주장의 세기... 등등 많은 부분을 보면서 속으로 계속 잰다(?) 고 해야 할까. 물론 그것들로만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지만.


첫인상이 좋았다고 해도 일하다 보면 그다지 쿨하지 않은 성격을 가진 분들도 있고, 깐깐해 보이는데 쿨한 분들도 계시고... 다양하다.


특히 교수님, 기관의 과장. 팀장 급이 최종 컨펌라인 인 일들이 많은데 이경우는 정말 힘든 것 같다. 같이 일할 때 너무나도 좋은 교수님들도 계시지만 그... 어떤 교수님들 특유의 개성? 자기주장? 그런 것이 강한 경우가 많다. 한 10중에 7 정도의 교수님들은 자기주장이 상당히 강하시더라. 어찌 보면 직업 특성상 이해가 가는 부분이긴 하다. 그리고 대부분 연배가... 좀 있으시기 때문에 디자인적 감각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본인보다 높은 사람이 없고, 본인의 뜻대로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라던지, 일을 하는 방식이 사기업처럼 척척 진행되는 그런 게 부족하달까. (그런 단점이 있다는 거지 "그래서 싫어요!!" 이게 아니다. 좋은 사람들 이랑만 일할 수 없고 나름 장점도 있다. 저분들은 개인적으로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가끔 마음이 따듯해진다.)


사기업은 일이 꽤 스무스하게 잘 진행된다. 각 프로젝트의 담당자 외 다른 서포트하거나 백업해 주는 인원들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의견취합, 피드백, 요구사항이 명확하고 빠르다. 사기업이랑 일하면서는 거의 스트레스 안 받아봤다.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다지 썩 좋은 클라이언트는 아닌 셈이다. 특히 우리는 클라이언트가 누구냐에 따라 일하는 부분에서의 부담 정도가 크게 다른 것 같다.


그렇다면 좋은 클라이언트는 누구고, 나쁜 클라이언트는 누구일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클라이언트의 조건은 이렇다.

1. 의견을 수렴할 줄 안다.

2. 본인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한다.

3. 클라이언트 측의 의견을 잘 조율한다.

4. 돈을 제때 준다. (매우 중요)


이제 하나씩 살펴보자.


1. 의견을 수렴할 줄 안다. 아주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해달라고 하는 대로 해주면 되지 않냐" 하지만 그것은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다. 해달라는 대로만 해주면 편하고 좋긴 하겠다만, 작업이 즐겁지 않다. 이 부분은 디자인 작업 시 그런데, 어찌 되었던 디자인 의뢰를 하는 클라이언트는 디자인적 지식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작업자보다 '보편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예쁨'을 보는 능력이 부족하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작업 과정이 조금 걸리더라도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하고 싶지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다.


간혹 디자인적 감각이 있으신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아주 소수이다. 여하튼 디자인을 의뢰한 것은 보다 나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함이 아닌가? 그렇다면 디자이너의 의견을 듣고 수용도 하고 수정을 거쳐야지 클라이언트 본인의 생각만 고수한다면 뭐 하러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맡기는가.


디자이너적 입장에서 가장 화나고 자존심에 스크래치(?) 나는 것이 그거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만 달라는 것... 마치 우리를 툴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본인이 미리캔버스로 하시라고 권유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아주 높은 확률로 디자인 비용을 아까워하신다. "왜 이렇게 비싸요" - 단골멘트.


물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디자이너 기준의 예쁜 디자인과 그 간극을 좁히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능력이다만, 그 과정이 아주 스트레스받는다.


여하튼, 디자이너가 제안하는 바에 대해 꼼꼼히 물어보고 생각도 해보길 바란다. 실력 없는 디자이너가 아니라면 대부분 컬러, 구도, 기타 등등에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이론에 기반한 감각으로 만드는 것이기에 그것을 바꾸게 되면 이상해질 확률이 상당히 높다.


여러분이 받아보기까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은 이미 한 번씩 다 시도해보고 드리는 것임을 잊지 말자. "가로보다 세로가 나을 거 같아요" -> 이미 해보고 별로라 안 한 것일 확률이 90%다.


2. 본인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한다. 이것도 아주 중요하다. 디자이너는 독심술사가 아니다. 제발. 클라이언트의 뇌 속을 들여다볼 수가 없다. '빨간색'에도 불그스름 한 색, 시뻘건색, 노란끼도는 빨간색 등등 너무나 다양하다. 디자인 작업 들어가기 전에 레퍼런스들을 보여드린다고 하더라도 만들고자 하는 것이 그에 완벽히 부합할 수는 없다. 원하는 그림은 클라이언트 본인만 알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정확히 전달하고 디자이너와 의견을 나눠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일러스트 스타일부터 색감, 패턴 등등 본인의 생각과 간극을 좁히고 좀 더 예상할 수 있는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 가장 어이없던 경우는 계속 어떤 자연물의 형상으로 로고를 만들다가 한 6개쯤 시안을 받아보시고는 갑자기 영문을 형상화한다거나, 갑자기 건물을 형상화해보는 것이 어떻냐는 둥 본인의 머리에는 "어떤 걸 만들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ai처럼 계속해서 받아보고 생각하는 열받는 클라이언트님도 계셨다. 참고로 로고 시안을 20개 이상 받아보시고 결정하셨다. 그것도 본인이 해달라는 대로 바꿔드린 아주 이상한 결과물로.


"뭘 만들고 싶은 건지" 생각은 해보고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3. 클라이언트 측의 의견을 잘 조율한다. 이것은 귀찮게 여러 번 일하지 않게 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나 애매하게 높은 직급에 있는 경우 더 어이가 없어지는데, 대표 또는 이사 아래의 직급... 과장 or팀장 등 이 직접 소통하는 입장에 있는 경우 그분들은 대략 본인들의 생각대로 판단을 하시고, 오케이 하신다. 문제는 이분들이 대표 미팅, 이사진 미팅 후 의견이 바뀌고 그 아래 직원들의 의견을 묻고 또 의견이 바뀐다.


낀 직급이라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나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주임정도 되는 직급이 알아서 위쪽 의견 다 취합해서 조율하고 피드백하는 게 낫다. 아니면 아싸리 이사나 대표랑 일하는 게 깔끔하고 쉽다. 뱃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왜 배를 산으로 보내는가... 그냥 순항해도 어려운 항해다. 굳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힘 빼지 말자.


4. 돈을 제때 준다. (매우 중요) 생각보다 돈을 제때 주는 회사 또는 기관이 많지 않다. 오히려 개인은 제때 주는 비율이 높은 듯하다. 제발 돈은 제때 주자. 왜 질질질 끌다가 주는가...... 꽤 오랫동안 같이 일한 대표님은 정말 돈을 "결과물을 전달하는 즉시" 주시는데.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다 난다.ㅠ



-오늘도 입금되지 않은 돈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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