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참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시기엔 어느새 마음이 느슨해지고, 기고만장한 태도가 스스로도 느껴질 만큼 올라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안 좋은 일이 생긴다. 마치 누군가가 내 어깨를 탁 치며 “조심해”라고 일러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예전 같지 않다.
나이를 먹고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겪다 보니, 이제는 마음이 무너진 상태로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이 또한 지나간다는 걸 알고, 그래서일까. 어릴 때보다 조금은 더 무던하게 이 시간을 보낸다. 물론, 모든 것이 무너지고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만큼의 고통은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이 다시 한 번 땅을 딛고 서도록 깨우침을 주는 정도의 일이다.
이런 일을 겪을 때면, 어느새 부풀어 있었던 자만의 마음을 벗어 던지고 다시 겸손으로 돌아가려 애쓴다. 인간이란 존재가 참 간사해서, 조금만 여유가 생기고 일이 잘 풀리면 오만함이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내가 무언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그런데 인생은 그런 순간을 그냥 두지 않는다.
그게 어쩌면 삶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신을 믿는가.
신이 있다고 믿는 쪽에 가깝지만, 신에게 의지하거나 기대지는 않는다. 그저 가끔 원망도 하고, 또 이런 일이 조금은 빠르게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기도할 뿐이다. 위로를 받기 위해서라기보다, 내 안의 불안과 혼란을 다스리기 위한 하나의 방식처럼 말이다.
이번 일은 오랜만에 겪는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오랜만’이었다는 것은 그동안 꽤 오랜 시간 평안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게 보면, 이 일이 꼭 슬퍼할 일도, 지나치게 낙담할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삶의 평온은 그것대로 감사했고, 지금의 불편은 그것대로 받아들일 일이다.
나는 되도록 생각을 줄이고, 현재에 충실하려 한다.
잡념 없이 살아가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어떤 생각이 어떤 감정을 만들어내는지 알게 된 이후로는, 사물을 바라보거나 사람을 만날 때도 생각을 억제하려 노력한다. 그 덕분에 내 삶은 동요가 적고, 감정의 기복도 줄어들었다.
다만, 그러한 삶의 태도가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다소 거리를 만든다는 점도 느낀다. 친밀도가 깊어지지 않는 건 어쩌면 내가 감정을 미리 차단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는 스스로가 불교적 성향에 가깝다고 느낀다.
평안을 얻기 위해서는 홀로 설 수 있어야 하고, 책임져야 할 관계가 없어야 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그래서 스님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자식을 두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것이리라. 관계가 깊어질수록 마음의 평온은 더 많은 요동을 감수해야 하기에.
오랜만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
그 일로 인해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생겼고, 다시 한 번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들었다.
이 글은 그냥, 그런 마음의 흔들림 속에서 툭 하고 나온 푸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푸념조차, 나를 다시 바로 세우는 한 조각의 기도였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