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점점 할 일이 줄어든다. 밥을 먹고, 집을 정돈하고, 가만히 있는 일이 어쩌면 노년생활의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쓸모있는 일이 줄어든다. 나의 노동력으로 일굴 수 있는 건 한 뼘의 작은 집. 어쩌면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을수도 있다. 무료하다. 무료한 건 돈을 들이지 않는다. 생산을 하지 않으면 삶은 생기를 잃는다,라고 생각한다. 쓸모가 없어진다고, 세상에 나란 사람의 필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가장 쓸모없는 것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교 1학년, 짜증어린 정성으로 일군 작품들을 방학 때 모두 폐기하며 우린 쓰레기를 만들었어. 허허 웃었다. 종이는 그냥 두면 재활용이 되는데, 작품이 된 종이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 쓸모없는 일을 해야한다. 예술만큼 자기 만족, 의미 부여를 하는 일은 떠오르지 않는다. 치매 환자들에게도 미술 수업을 한다. 손가락을 움직이고, 무언가를 그려내고 만든다. 단숨에 그림 한 장을 만들어 내고 다 함께 박수를 쳐 준다. 쓸모없는 일은 웃음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돈을 벌면서 생각한다. 이 삶의 끝에는 예술이 남아야 한다, 라고. 아이디어를 내고 흥미로움을 탐구하며, 새로운 시도(붓을 바꾸거나 물감을 바꾸는 등의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를 하면. 어쩌면 한 겹의 웃는 주름을 더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