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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편지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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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l 21. 2024

0715-0721 편지 주기(週記)



여행 중이었던 나에게.


에스컬레이터에 정지 버튼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여행 마지막 날. 출국 수속을 밟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지하철에서 공항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에 타려고 했지요. 에스컬레이터에  이미 네 명이 올라타 있던지라 조금 텀을 두려고 아래에 서 있었습니다. 저 사람들이 내리면 타야지, 싶어 시선은 에스컬레이터에 고정한 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에스컬레이터 가장 앞에 서 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고꾸라졌습니다. 가만히 서 계셨을 뿐, 걸어서 올라가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보행기나 캐리어도 가지고 계시지 않았지요. 그렇기에 아마, 누구도 할머니가 넘어질 거라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할머니의 뒤에 서 있던 남자는 다급히 뒤로 물러났고, 에스컬레이터 앞을 지나던 사람은 허둥지둥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려 했습니다. 모여든 사람들 모두 발을 굴렀죠.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 그때에 에스컬레이터가 멈췄습니다. 제일 아래에 있던 여자분이 비상정지 버튼을 누른 거였지요. 그때부터 상황은 빠르게 해결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부축을 받아 무사히 일어났고, 지하철 직원이 달려왔습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임시 펜스가 설치되었지요.


사람들은 어떤 사고 장면을 보거나 하면 쉽게 말합니다. 저걸 왜 못 피해, 저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지, 저 사람 왜 가만히 서 있어? 등등. 흡사 자신은 그런 상황에 처하면 번개처럼 당장 해야 할 일을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마 나도 그런 적이 있겠지요. 붉은 버튼을 누르는 일은 무척 쉬워 보이니깐요.


하지만 그 쉬워 보이는 일은, 사실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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