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나에게.
투비컨티뉴드의 흑백장르전에 참여했습니다. 메일을 받고 잠시간 고민했었죠. 투비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걸까, 하고. 이전 이벤트에 참여한 작가님들 투비를 살펴보니 깔끔하게 글만 올라와 있어서 더더욱..!! 그렇지만 결국 사용하던 투비를 사용하기로 한 건, 새로운 투비를 생성하면 그곳은 이벤트 이후 방치될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싸이월드가 부활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던 때가 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생각한 건 추억이나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그럼 그곳에 남겨두었던, 지난 기록을 삭제할 수 있겠구나 하는 거였죠. 그리고 직접, 내 손으로 그 장소를 파괴할 수 있겠구나, 하는 것. 머리로는 압니다. 내가 삭제 버튼을 눌러봤자 그 데이터는 남는다는 걸. 그건 내가 어찌할 도리도 없이 어딘가를 떠돌다가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멋대로 살아날 수도 있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용했던 페이지의 '삭제' 버튼은 직접 누르고 싶어지는 겁니다. 그것이 설령 위선일 뿐이라도, 그때에 느끼는 안도감은 위선이 아닐 테니깐요.
그러나 투비의 의뢰를 받아 작품을 올린 페이지는 내 마음대로 파괴할 수도 없습니다. 계속, 새로운 글은 무엇도 업로드되지 않는 채 글 네 개 만을 품고 방치되어 남겨질 페이지. 그것에는 그 나름의 미학이 있겠으나 나에게는 내키지 않는 방법입니다. 그런 이유로 그냥 쓰던 것을 쓰자, 가 된 것입니다.
단순히 게으른 것뿐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