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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편지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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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24. 2024

1118-1124 편지 주기(週記)



지난주의 나에게.


바닥소리에서 공연한 <아홉수가위>를 보고 왔습니다. 소설을 판소리 무대로 각색한 작품입니다. 소설 원작자는 나. 그래서 걱정했습니다. 공연을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하고. 공연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우였음을 알았지만 말입니다.


어릴 때에 읽은 옛날이야기 중에 그런 게 있었습니다. 한 청년이 이야기를 수집하는데, 청년은 자기가 수집한 이야기가 너무 소중해서 이야기를 주머니에 가두어 주고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지도 않지요. 이야기들은 그것에 앙심을 품고 청년이 결혼을 하는 날, 날카로운 송곳으로 변해 주머니를 뚫고 청년을 죽이자는 계획을 세웁니다.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지 못하게 된 것. 주머니 안에서 새롭게 변할 기회를 잃고 고이게 된 것이 이야기에겐 그 정도로 한을 품게 되는 일이었던 겁니다.


이야기는 흘러야 합니다.


소리는 사람이 목과 몸으로 쓰는 소설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내가 쓴 이야기가 어디로든 흘러갔으면 합니다. 좀 더 많은 곳으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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