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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삶은 강한 사람도 무너뜨린다

부정적인 정서와 감정에 대해

by 차준택 Spirit Care

부정적인 정서와 감정에 대하여

“삶은 강한 사람도 무너뜨리곤 해”
(영화, 러빙 빈센트, 2017)


영화 러빙 빈센트 속 집배원 조셉 룰랭의 이 한마디는, 화면 속 유화보다 더 선명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는 고흐와 생전에 친밀했던 인물로,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이해했던 관찰자로 그려집니다.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를 연결하던 조셉 룰랭은, 고흐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삶은 강한 사람도 무너뜨리곤 해


고흐는 세상에 대한 애정과 고통 사이에서 늘 갈등했습니다. 흔히들 그는 약한 사람, 정신이 불안한 사람으로 기억되지만, 사실 그는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끈질긴 생존자였습니다. 조셉 룰랭이 말한 "삶은 강한 사람도 무너뜨리곤 해"라는 말은,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는 모든 지침과 상처를 정당화해 주는 듯합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족을 돌보고, 일터에서 책임을 다하고, 미래를 향해 견디는 사람들. 하지만 그 누구도 지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무너진다고 해서 약한 게 아닙니다.


고흐, 세상을 위로하려 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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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그림을 보면 그의 감정이 얼마나 섬세하고 절절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고요한 별이 흐드러진 밤하늘, 해바라기의 생명력, 사람들의 얼굴에 담긴 표정 하나하나. 그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외로움은 곧 그의 붓끝이 되었고, 그의 고통은 화폭 위에 스며들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세상을 사랑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지만, 세상은 그를 외면했고, 그 자신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흐는 생전에 거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그림은 팔리지 않았고, 가난과 병에 시달렸으며, 정신병원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실패와 외면 속에서도 계속 그림을 그렸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예술을 붙들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의 그림 앞에 멈춰 서며 마음을 위로받습니다. 그는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을 표현하며 살았던 인생이었습니다.


당신은 약하지 않습니다


조셉 룰랭의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위로입니다. "삶은 강한 사람도 무너뜨리곤 해."
이 말이 필요한 사람이 많습니다. 지쳐있는 자신을 자책하지 마세요. 무너졌다는 건 그만큼 많이 버텼다는 증거입니다. 고흐처럼, 당신도 충분히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잠시 멈춰도 좋습니다. 울어도 괜찮고, 기대도 괜찮습니다. 다시 일어나기 위한 무너짐은, 결코 실패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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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도, 조셉 룰랭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와 닮아 있었습니다. 고통을 견디고, 이해받고 싶어 하고, 소통하고 싶어 했습니다. 러빙 빈센트는 단지 고흐의 죽음을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라, 그의 삶을 이해하려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버겁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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