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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May 10. 2020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 - 울림이 말하는, 울림


 자랑을 하자면, 나는 공부를 좀 잘했다. 아주 잘했다. 

(이 글은 절대 잘난 척 하는 글이 아니다. 조금만 인내심을 가져주기를!) 

 학창시절에는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일종의 권력이었다. 친구들이 해오는 부탁을 들어주고, 무언가를 베풀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참 달콤했다. 선생님께 예쁨을 받는 건 더욱. 

 나는 공부를 잘해서, 공부를 잘하는 애들만 간다는 고등학교를 갔다. 다들 어디서든 ‘잘한다’ 소리만 듣던 친구들 사이에서 더 잘하기 위해서, 나는 스스로를 무진장 채찍질 했다. ‘주간학습계획표’라는 걸 매주 썼었는데, 10분단위로 시간을 철저하게 쪼개서 관리했다. 많던 친구 관계도 다 정리하고, 놀지도 않았다. 입학 때 전교 18등 정도였던 나는 1년 후에 전교 1등이 되었다. 

 그때의 후유증으로 대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나는 10분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 오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떠한 일정이라도 끼워 넣으려 몸부림쳤다. 끊임없이 친구들을 만나고, 도서관을 가고, 새로운 일을 벌이고는 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나는 정말 ‘나다운 것’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했던 거의 모든 활동들은, ‘스펙’을 위한 거였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서 한 것들은 아니었다. 그리고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시간이 많이 드는 활동은 해본 적도 없었다. 


 그 중 가장 아쉬움이 짙게 남았던 활동은 합창단 활동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의 유일한 일탈. 음악선생님께서 합창을 잘할 것 같다고 해주신 말씀 한마디에 나는 덜컥 합창단의 창단 멤버가 되었다. 합창단 활동은 가장 행복했고,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기억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보충수업을 듣느라, 다른 여러 스펙이 될만한 활동들을 하느라 빠졌던 연습들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서 대학교 1학년, 나는 패기 넘치게 락 밴드 동아리와 발라드 동아리의 오디션을 둘다 보았고, 합격해서 활동을 하였다.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데, 내 열정을 다 쏟아 붓지 못한 것이 너무나 속상해서 나는 미친듯이 활동을 하였다. 

 친구들은 나에게 이 정도면 실용음악과 학생이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나는 하루에도 많게는 6, 7시간을 연습했고, 한 학기에 3, 4번이 넘는 공연을 하였다. 고등학교 때만큼, 나는 정말 피곤했다. 잠을 잘 시간이 없었다. 

 실제로 나는 학부시절, 하루에 3시간 이상 잠들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서 노는 시간을 제외하면 나의 모든 일상은 동아리와 함께했다. 한 동아리에서는 락 장르의 노래를, 다른 동아리에서는 발라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웠다. 창법부터, 각 동아리에서 추구하는 방향의 차이가 컸기에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었다. 

 그럼에도 나는 너무나 행복했고,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과정 들에서 희열을 느꼈다. 이번 학기는 코로나바이러스로 공연을 하지 못했지만, 나는 약 5년 정도 꾸준히 공연을 지속해오고 있다. 

 

 내가 대학교에 진학 했을 때, ‘나다움’을 찾아보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처음 오디션을 보러 가는 길에서 나는 정말 가도 될지에 대해서 수천 번 고민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용기를 내었고, 음악은 단연코 현재 내 삶의 원동력이다. 

 최근에 인기 있는 드라마 중,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있다. 그 드라마에서 의사 동기인 주인공들은 밴드 합주를 종종 한다. 나는 그 합주 장면을 보면 너무나 뭉클하고, 눈물이 난다. 진정한 나, 자아를 찾고자 애쓰던 어린 나의 모습, 합주를 해가며 더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나를 찾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고, 이제야 나를 찾아가고 있다. 이 여정의 모든 과정이 돌아보았을 때 아름답게 빛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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