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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조차 아름다운 벚꽃

벚꽃은 활짝 필 때만큼 지는 것이 아름다운 꽃이다. 꽃이 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미련 없이 꽃송이를 털어내 벚꽃이 못내 아쉽다. 역시나 아쉬운 건 인간뿐이다.


끝물이지만 벚꽃을 즐기고 싶어 대충 후드티를 걸쳐 입고 동네 공원으로 마실을 나간다. 마침 바람이 선선하고 다정한 오후. 햇빛이 반짝이며 바람을 쏟아내니 머리 위로 꽃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수천 마리의 나비가 팔랑이는 듯하다. 자신만의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벚꽃은 언제 봐도 참 아름답구나.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올해도 살아있어서 다행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그렇게 우울했는데 말이다. 뒤이어 내년에도  살아남아(?) 벚꽃을 봐야지라는 생각 다. 잠피식. 아름다 벚꽃을 앞에 두고 오지도 않은 내년을 생각하다니.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나.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 엄마는 앞으로 몇 번이나 이 장면을 볼 수 있을까-말끝을 흐리셨다. 역시 그 엄마의 그 딸.


리는 어째서 눈 앞의 행복을 즐기지 못하고 미래에서 슬픔을 긁어오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며칠 전,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자 핫도그 집에 들렀다.


소리 소문 없이 오픈한 작은 공간인데 영 손님이 보이질 않아 내심 걱정을 했었다 (오지랖퍼의 끝없는 걱정). 그런데 웬일인지 오늘은 할아버지 손님이 주인아주머니와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쏟아지는 할아버지의 시선. 곧 대화가 시작될 거란 직감이 스쳤다. 아니나 다를까, 질문인 듯 혼잣말인 듯 애매모한 투로 넌지시 대화를 시작하는 할아버지. 핫도그를 기다리며 딱히 할 일도 없고, 누군가가 건네준 말이 반가워 대화의 포문을 열게 되었다. 대화는 어느새 "아들놈은 뻗대기만 하고 역시 딸이 있어야 돼!"라고 열변을 토하시는 할아버지의 독주체제흘러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으신 것 같았지만 뒤늦은 점심에 허기진 나는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대화를 갈무리하고 가게를 나오게 되었다.


동네 가게의 묘미란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웃을 알게 되는 재미이지 않을까. 다음에 방문했을 때 할아버지가 계시다면 더 많은 대화를 나눠봐야지.

어제는 자영업을 하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대기업을 다니다 적성에 맞지 않아 과감히 사표를 쓰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친구. 그녀의 목소리에는 설렘과 그 너머의 복잡한 감정들이 함께 묻어 나왔다.


나의 일을 한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로 가슴 떨리는 일다.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론 이 행복이 끝나지는 않을까 걱정하 외줄 타기의 연속이랄까. 나 역시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친구의 고민이 와 닿았다.


글쎄, 회사를 다녀도 힘들고 내 일을 해도 힘들다면 결국 나의 것을 하면서 힘든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 아직 넉넉지 않은 벌이지만 결국 우직하게 이 길을 걷다 보면 고민은 상쇄될 것이.

길을 걷다 보면 시선을 사로잡는 단단한 생명력 눈에 띈다. 도대체 아스팔트에 어떻게 뿌리를 내린 걸까? 나무 위에 뿌리를 내려 성장하는 민들레를 보며, 나무의 몸통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벚꽃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자연을 좋아하는 이유는 깊은 울림의 가르침을 스스로 깨도록 기다려 주기 때문이다. 내년 이맘때 아름드리 새 으로 어날 것을 확신하며 미련 없이 비워내벚꽃. 그런 벚꽃 바라보며 나의 욕심이 얼마나 미련한 것인지를 반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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