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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movia Aug 29. 2024

얼마 안 남은 여름 정도는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요즘입니다.


첫 일기인데요. 이왕 브런치도 시작한 김에 여름 방학 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일 년에 10번도 안 쓰거든요. 심지어 반절은 1월 초에 써요. 새해 다짐 이후 며칠 쓰다가 내팽개쳐버립니다. 그러니 브런치에 업로드하기 위해서라도 종종 쓰겠습니다. 초딩 때 일기장 검사받는 느낌으로다가,,,


https://youtu.be/-QxMzUEJH4Q?si=KorfbhPZgY7BxrA2


우선 좋아하는 여름 노래입니다. 듣고 가시죠.


제목의 썸네일은 여름 동안 다녀온 군산의 초원 사진관입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여름 더위도 무색게 하는 영화 속 심은하의 청량함이 기억에 남습니다.



존-예!



하지만 저희는 심은하는 개뿔 얼굴만 봐도 두피가 후덥지근해지고 가슴이 갑갑해지는 남정네들이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너무 더웠어요. 그래서 에어컨 빵빵 틀어주는 카페만 보이면 안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서울에서 2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가서 빙수만 미친 듯이 먹었네요. 근데 군산은 빙수투어 해도 짱 좋을 거 같아요! 특히 저 무화과 빙수가 너무 맛있었습니다. 또 먹고 싶다. 강-추



빼먹으면 섭섭한 이성당도. 맛은 그냥,,,빵쪼가리일 뿐입니다.


그나저나 요즘 인스타에도 유행하는 단어가 있다고 해요. “안온하다”나 ”윤슬“이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 놀랐던 건 유행하는 단어들을 사용하는 게 되레 낯부끄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이 정도 유행쯤은 괜찮지 않나요? 덕분에 인터넷 속 분노들 틈 사이로 예쁜 단어들이 마구마구 침투할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편승해 봅니다. 윤슬입니다. 사실 사진 자랑하고 싶었어요,,,좀 잘 나온 듯.



세화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제임스 로젠퀴스트: 유니버스>에도 다녀왔습니다. 세화미술관은 씨네큐브 예매권 있으면 할인해주니 참고하세요! 그래서 저는 씨네큐브에서 영화를 관람할 때마다 한 시간 반 정도 일찍 도착해서 전시회도 둘러보곤 합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꽉 채워지는 느낌이 나서 좋아요!


그나저나 매년 이맘때쯤이면 팝아트 전시가 많이 열리네요. 나름대로 납득 가능한 부분입니다. 팝아트라는 단어에는 꽤나 여름여름한 울림이 있지 않나요? 어쩌면 나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생각보다 전시회를 많이 갔네요,,,?



한국 미술관이 티어를 올리는 방법: 구석에 백남준 작품 처박아두기.

어느 삼류 학교의 도서관이 떠오르네요.



제일 좋아하는 후배랑 해산물 뷔페도 갔어요! 알탕도 공짜임. 다음에 가보세요.



이번 여름 초유의 사건을 빼먹을 뻔했네요. 제일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결혼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현타 오는 순간 랭킹 5위권에 진입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결ㅋㅋㅋㅋㅋㅋㅋ혼ㅋㅋㅋㅋㅋㅋ언제 들어도 쉽사리 적응되지 않는 단어입니다.


예전부터 이 친구와의 숙원 사업이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몽골 여행입니다. 몽골에서 씻지도 않은 채로 밤하늘을 보자고 했었지만 이젠 요원한 일이 되었습니다,,,톡방 이름도 몽골어로 적혀 있는데,,,신혼 때는 집 가느라 바쁘고 몇 년 뒤에는 애나 보게 되겠죠,,,다음에 서울 오면 몽골 음식이나 한번 멕이고 제수씨에게로 돌려보내겠습니다. 몽골은 기혼자에겐 과분한 나라입니다. 동역사 정도면 딱일 겁니다.



몽골의 하늘은 아니지만 그냥 지나가다 마주친 하늘입니다.



이건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 돌멩이입니다. 다시 보니  덧칠한 눈이 신경 쓰이네요. 사시로 내버려 뒀어도 키치해서 좋았을 거 같아요. 유행하는 이모티콘맹키로.



그러고 보니 이번 여름에는 단편영화 추촬도 있었네요. 5월에 1회 차 찍고 차일피일 미루다 7월에 찍었습니다. 큰 사건처럼 보이지만 앞서 말한 결혼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 일입니다. 사진은 장비 반납 생각에 택시 안에서 나가떨어진 제 시점샷입니다. 연출자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샷이네요. 근데 왜 영화는 마구잡이로 찍었을까요? 편집도 해야 되는데,,,일기나 쓰고 있네,,,그래도 지금은 안 할 겁니다. 왜냐면 하기 싫으니까요.



부산에서 친구도 올라왔습니다. 신당 쪽에서 놀았는데 이 날도 너무 더워서 카페 찾아 돌아다니다가 문방구에서 슬러쉬를 사 먹었습니다. 저는 콜라맛 친구는 환타맛이었어요. 근데 계좌이체로 계산했는데 제가 모르고 천 원을 더 보내버렸지 뭐예요? 멍청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 오백 원짜리 반지를 두 개 사서 손가락에 끼우고는 히히덕거리면서 찍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불빛도 나와요! 피터팬 콤플렉스에 걸린 아저씨들은 이렇게 추합니다. 저 손잔등에 있는 털 좀 보세요. 사진에서 풍기는 남성호르몬이 역겹습니다.


참고로 쿠로미가 저예요. 동기들한테도 보여줬는데 왜인지는 모르지만 쿠로미가 찰떡이라는 반응도 얻었습니다. 칭,,,찬,,,인가,,,? 모르겠습니다.



남성호르몬의 결정체! 예비군 가는 길에 찍은 나무입니다. 여름에 예비군 가면 실내에서 시원하게 교육 들을 수 있어서 좋아여. 군대에 있을 때는 별일 아닌 거에도 유난스러운 게 너무 싫었는데 제대하고 나니  그렇게나 아니꼽던 유난도 도움이 됩니다. 더 떨어주세요.


예비군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요. 예비군은 누가 가장 군복을 개판으로 입고 오는지 경연하는 자리 같습니다. 수컷 공작새 깃털마냥 박살난 군복으로 자신이 군인이 아님을 뽐내는 겁니다. 근데 저도 할 말은 없어요ㅎㅎ,,,



제목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사실 저는 여름이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다른 계절에 비해서 여름은 너무 특징적이에요. 계절로서의 자의식이 너무 강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미지에서 여름을 상징하는 색이 하늘색인 건 놀랍지 않나요! 사실 여름의 온도를 생각하면 빨간색이 더 적절할 것 같은데 말이죠. 저에게 봄은 꽃처럼 노랑이나 핑크, 아니면 새싹 같은 초록색, 가을은 단풍 때문에 주황이나 갈색, 겨울은 당연하게도 햐얀색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그럴 거예요. 구글에 각 계절을 검색해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름은 하늘색이에요. 사실 하늘은 흐린 날을 제외하면 항상 푸른데 말입니다. 마치 여름이 하늘을 독점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누군가는 바다의 이미지라고 반박할 수도 있을 텐데 봄, 가을, 겨울에도 바다는 푸른 걸요. 심지어 저 사진도 작년 겨울에 속초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여름 바다는 저 정도로 인적이 드물 수 없어요. 바다의 색마저 독차지하는 게 바로 여름입니다. 자의식도 높은데 욕심마저 그득그득하네요. 지독한 놈입니다. 의인화하자면 퉁퉁이의 모습일 겁니다.



그런 여름에게도 좋아할 구석은 있습니다. 아마도 <다함께 여름!>을 봐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는 계절에 민감한 편이라 계절에 맞는 영화들을 종종 보고는 하는데요. 이번 여름에도 <모니카와의 여름>, <초여름>, <센소> 등 여러 여름 영화들을 봤습니다. 어느 계절이든 그 계절을 그려내는 작품들을 보면 더욱 풍성하게 계절감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앞에서는 그렇게 여름이 싫다고 말했지만, 사실 여름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여름에 취약한 저를 못 받아들이는 게 더 큽니다. 뜨거운 햇빛보다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서 갈라지는 앞머리가 더 싫은 거죠.


그러니까 제 말은 여름은 저에게서 딱 떼놓고 보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겁니다. 뭔가 대책 없이 저지를 것만 같은 느낌도 들고요. 그러니 여름을 문자로 표현하자면 느낌표(!)에 가까울 겁니다. 당장 저 영화만 봐도 그렇죠. 뭔가 우당탕탕 난리법석입니다. 그래서 가져왔어요. 제목에 느낌표가 붙으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신나게 제목을 읽게 돼요.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네요.



다시 여름의 색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마침 포스터가 하늘색이네요. 제가 생각하기에 여름을 상징하는 색이 하늘색인 이유는 전혀 여름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봄과 가을, 그리고 겨울에는 계절에 맞는 색깔이 주어지지만, 여름의 온도는 시원하고 상쾌한 푸른색과는 거리가 멀기에 역으로 푸른색을 취하는 거죠. 여름만큼은 우리가 바라는 색을 떠올려야만 하는 겁니다. 안그러면 너무 더워서 견딜 수도 없을걸요.


바꿔 말하자면 우리가 상상하는 여름에는 소망이 있는 겁니다. 낭만적이네요.


여름은 여름의 티를 벗어날수록 더 좋아져요. 그래서 점차 날씨가 선선해지는 늦여름은 그렇게 싫지 않습니다. 여름이지만 가장 여름 같지 않거든요. 8월 말이 다 되어서야 좋아지다니 여름에게 미안하기도 합니다. 근데 어쩔 수 없어요. 이번 여름은 유달리 더웠거든요.


일기를 처음 써서 어떻게 끝맺어야 될지 모르겠네요. 근데 생각보다 재밌다. 앞으로도 생각나면 가끔씩 쓸게요! 브런치에는 저장 기능이 있어서 맨날 영화 리뷰를 쓰다가 안 풀리면 내버려둬요. 벌써 3개나 쌓였는데,,, 그것들도 차차 완성되면 올리겠습니다,,,



영화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장면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다 함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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