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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lly Cheon Sep 28. 2023

08 지금, 숲으로 갑니다.

자연에서 찾은 여유

카테고리 : 플레이스

이름 : 광릉수목원

주소 :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관릉수목원로 509

인스타그램 : @kna_story

플레이스 : 광릉수목원


파트 01 “지금, 숲으로 갑니다.”

저는 요즘 들어 종종 숲을 찾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도시로, 바다로, 사람이 북적이고 활기가 넘치는 곳만 갔었는데 점점 나무를 보고, 숲속을 거니는 것이 사람이 북적이는 곳에 가는 것보다 좋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나무를, 숲을 보러 다니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은 내 소유의 차가 없다는 핑계로 도시를 벗어나기보단 항상 서울 안에만 머무르려 했고, 시간이 지나서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벗어날 수 없는 현 상황에 대한 불만만 토로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택지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스위스 여행을 계기로 숲과 산, 호수를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높은 산과 넓은 초원, 그리고 호수까지 한국에선 쉽사리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이국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답답했던 마음 한편에 맑은 바람 한 줄기가 들어와 좋지 않은 생각들을 쓸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7월, 2주간의 유럽 여행을 하루아침에 결정하고, 떠나기까지 단 일주일. 그 일주일 사이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물리적으로 알찬 여행을 계획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 불확실한 여행이 오히려 저에게 현재를 더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는 여유를 준 것 같습니다.

불확실성이 가득 했기에, 오히려 확실성에 대한 기대를 놓아버릴 수 있었고 그랬기에 더 지나가는 순간순간에 더 집중하고,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그저 높은 산, 푸른 숲, 넓은 호수를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도시와 바다를 더 좋아했던 이유는 그 곳에 항상 사람들이 가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혼자 있으면, 힘든 생각만이 떠올라 자꾸 날 괴롭히는 나날들이 많았기에 혼자 있기보단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 고민과 걱정거리를 날려 보내려고 했습니다.

고민과 걱정거리를 ‘잠깐’ 날려버린다 할지라도 결국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한 후라서 그럴까요. 여전히 사람이 많은 곳이 좋긴 하지만 어차피 혼자 견뎌내야 할 시간이기에 종종 숲을 찾고 있습니다.  

홀로 숲에 가 푸르른 나무를 보고 거닐고, 새소리, 물소리, 곤충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조차 느끼던 외로움을 조금을 덜어내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선 사람의 소리가 아닌 자연의 소리가 가득하고, 그 소리와 풍경을 통해 내 마음 깊은 곳이 환기되는 느낌입니다.

파트 02 “환기의 숲”

처음엔 숲에 혼자 간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없는 숲을 대화하길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제가 혼자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바로 숲을 가기보단 집 주변의 공원을 거닐고, 나무 한 그루라도 있는 곳부터 조금씩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스위스에서 보았던 그 풍경이 그리워졌고, 서울 근교에서 숲을 볼 수 있는 공간을 찾았습니다. 꾸며진 자연이 아닌 그 자체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면 가장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오랜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에서 제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광릉숲’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 차로 약 5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이곳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수목원으로 가는 길목은 시내에서 보는 나무들과 다른 웅장한 자태를 가진 나무들이 길을 드리우고 있고, 숲 옆을 흐르는 천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잔잔히 들려와 숲으로 향하는 길을 더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광릉숲’의 입구는 매우 소박합니다. 하지만 작은 매표소를 지나고, 하천을 건너면 초입에는 잘 정리된 공원 같은 곳이 나옵니다. 하지만 숲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났던 나무들보다 더 크고, 멋진 모습의 푸른 나무들이 한적한 길을 감싸고 있어 숲임에도 마음이 뻥 뚫리는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숲 사이사이 나 있는 길들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숨겨진 공간을 발견한 것처럼 실내 정원, 삼림 박물관 등 다양한 전시와 희귀한 식물들을 볼 수 있는 비밀 장소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연꽃이 한가득 피어있고, 여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사는 작은 호수가 나와 한층 환기된 내 정신을 더욱 맑고, 개운하게 만들어 줍니다.

때로 사람에 지칠 때면, 자연의 숲으로 가시기를 바랍니다.

그곳에서 마음의 위안과 치유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언비트 에디터 천성민


언비트 매거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더 많은 사진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 @unbt_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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