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lly Cheon Jun 17. 2024

019 지나온 당신의 길, 모든 순간 가치 있습니다.

갓생, 동기부여, 성장, 승진.. 우리는 언제까지 달려야 할까요?

Part 0에디터, 천성민의 이야기


 사람, 예술, 브랜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로부터 느끼고, 배운 점을 에디터의 사적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공유하고, 그 이야기의 공유를 통해 나, 당신, 우리의 인식과 감정이 변화하고, 성장하길 소망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에세이 매거진 ‘언비트’. 


 ‘언비트’는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공감하고, 자신과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다양한 주제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모자이크 빌딩 워크샵’은 에디터 본인이 우울과 불안, 공황 장애를 겪으며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기획하게 된 ‘창작 예술’ 워크샵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모자이크 빌딩 워크샵’은 에디터 본인이 우울과 불안, 공황 장애를 겪으며 비슷한 상황을 겪는 사람들 뿐만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기획하게 된 ‘창작 예술’ 워크샵입니다.


 이번 워크샵에는 어떤 이야기와 생각이 담겨 있을까요? 매거진 ‘언비트’의 편집장이자 에디터인 ‘천성민’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Q0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천성민입니다. 저는 문예창작(중퇴), 사진, 영어를 전공했고, 멘즈헬스 매거진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홍보, 마케팅 대행사및 인하우스 및 대행사에서 10년 넘게 일했습니다. 지금은 프리랜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면서 에세이 매거진 '언비트'의 편집장, 에디터, 디자이너,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02. 에세이 매거진 언비트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릴 때 꿈이 패션 에디터였습니다. 여러 사정때문에 에디터가 되지 못하고 홍보, 마케팅으로 직업을 바꾸었지만, 매거진에 대한 꿈은 항상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이맘때쯤 이별,실직, 집안 문제를 겪으며 깊은 우울과 불안을 느끼게 되었고, 이젠 정말 나를 위한 일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 감정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내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내 주변에 내가 ‘애정’하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요. 작은 피규어, 식물, 예쁜 가구 등 사소해 보이지만 제가 직접 모은 것들이 반대로 저에게 힘을 주고, 안식처가 되어 줬습니다. 그 이후 제 취향을 발견해 나가고 싶어 ‘언비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또 처음엔 취향을 찾기 위해 시작했는데, 작년 연말 오랜 친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뒤 방향성이 좀 더 넓어졌습니다. 제 취향도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요. 그리고 오랜 시간 마케팅, 홍보 일을 하면서 느꼈습니다. 디지털 매체가 커지면서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많은 브랜드와 잡지들이 단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콘텐츠만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SNS가 ‘광고판’이 되어버린 거죠. 그래서 조금 더 진정성이 있는 콘텐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Q03. ‘모자이크 빌딩 워크샵’을 기획하게 된 이유도 ‘언비트’ 창간 계기와 연관이 있을까요?

 

네, 앞서 말한 친구 외에도 지난 21년간 소중한 친구 2명이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사하던 지인까지 포함하면 6-7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작년 우울증이 심해졌을 때 수도 없이 자살 충동을 느꼈습니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았지만, 머릿 속에서는 우울에 빠져 죽음을 고민하는 ‘나’와 살려는 ‘나’가 끊임없이 싸웠죠. 지금은 문제를 스스로 인지하고 관리하고 있지만, 또 다른 소중한 친구가 떠난 후 우울, 불안, 자살, 그리고 이런 상황들을 만들어 내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사회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롯이 제 자신뿐이죠. 모두에게 바른 답은 아니겠지만, 내 자신을 바꾸는 데에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워크샵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04. ‘모자이크 빌딩 워크샵’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작년 실직 상태에 있을 때 재취업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제가 해왔던 일들을 돌아보니, 제 자신이 참 열심히 살았고, 대단한 일을 많이 해왔다고 느껴졌습니다. 당시 우울과 불안, 공황으로 하루하루가 힘들었는데, 제 과거의 행적을 돌아보면서 스스로 위안이 되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는 일,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긍정적인 기억보다 부정적인 기억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되돌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아픈 기억일지라도 그 순간을 버티고 내린 나의 선택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힘들었던 순간들이 배움의 기회가 되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진거죠. 그렇게 부정적인 기억 속에서도 긍정적인 경험과 결과를 찾으니 스스로 위로와 응원이 되었고, 자존감이 많이 올랐어요. 항상 속으로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난 내가 무얼 이루며 살아왔는지 알아. 대단하다. 천성민!”이라고 되내었죠. 다른 분들도 저처럼 우울, 불안, 공황을 겪지 않았더라도, 한 번쯤 자신을 살펴볼 기회를 가진다면 스스로를 발견하고, 더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해 ‘모자이크 빌딩 워크샵’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05. 워크샵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결과물만 보면 사실 간단해요. 한지를 찢거나 잘라서 붙이는 거죠. 다만 그전에 중요한 몇 가지 과정이 있어요. 그동안 읽고 영감을 받았던 심리학 서적과 논문을 바탕으로 기획한 과정입니다. ‘현재의 나, 바라보기’, ‘과거의 나, 돌아보기’, ‘미래의 나, 만나기’라는 과정이죠.


첫 번째 ‘현재의 나, 바라보기’ 과정에서는 현재 내가 느끼는 감정을 살펴보는 과정입니다. 근래 화를 많이 냈는지, 슬펐는지, 무기력했는지 등, 자신의 감정을 살펴볼 기회가 될 것 입니다. 제가 우울증을 겪을 동안 알게 된 사실인데, 정말 우울할 때는 스스로 우울한지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내 마음 상태를 살펴보고, 인식하고, 수용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과거의 나, 돌아보기’ 과정에서는 의도적 반추를 합니다사람들이 우울이나 불안을 경험할 때

원하지 않는 부정적인 과거의 기억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에 과거를 떠올리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하지만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과거의 내가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꿋꿋이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일지라도 그 순간을 지나온 자신에게 고생했다고잘 살아왔다고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고마움을 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 과정을 넣었습니다.


세 번째 ‘미래의 나, 만나기’ 과정에서는 과거로부터 쌓아온 나의 모습을 바탕으로 어떤 내가 되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무언가를 성취했던 경험이나 기억이 있을 텐데,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을 되새기고 그 감정을 느끼면서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보는 거죠.

 

이 과정들을 통해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Q06. 모자이크 기법과 한지를 고르신 이유가 있을까요?

 

모양과 색을 정해두고 싶지 않았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모자이크는 다양한 조각들을 붙여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기법이죠. 각 과정마다 각자의 감정을 살펴보고, 떠오르는 색상의 한지를 고른 후, 찢고 붙이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듭니다.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정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고, 원형으로 부드러운 느낌이거나 세모처럼 뾰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색상이 떠오를 수도 있죠. 색채심리학에선 색상별로 나타내는 감정의 의미가 정해져 있지만, 이번 워크샵에선 그런 틀조차 없길 바랐습니다. 빨강은 열정, 흥분, 사랑, 위험과 같은 감정을 나타낸다고 하지만 각자의 경험과 기억에 따라 다른 감정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칠레, ‘산티아고 대학교’의 ‘Raul Antonio Berrios’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낄 때, 그 순간의 감정은 단 한가지가 아닌 여러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슬픔을 느끼는 동시에 분노를 느끼는 것 같이 말입니다. 얇은 한지를 겹겹히 붙이며 색상과 색상 사이 교차되는 영역은 내가 느끼는 감정의 복합성을 나타냅니다. 


또한 ‘한지’는 나만이 느끼는 고유한 감정과 감정의 복합성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기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고유의 전통 소재를 이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Q07. 이 워크샵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것을 경험하길 바라세요?

 

요즘은 누구나 바쁘게 삽니다. 그런데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가족, 친구, 일까지.. 많은 것을 챙기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중요한 나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워크샵을 통해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는 시간을 잠시 멈추고, 편안히 쉴 수 있는 동시에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에세이 매거진 언비트 

에디터 천성민



매거진의 이전글 18 지식 아닌 감각으로 느끼는 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