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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춤추기
by 서딘 Jun 07. 2017

마음은 먹는 게 아니야

마음은 지켜만 보는 걸로

종일 몸에 힘이 들어가있음을 느꼈다. 위험 혹은 긴장의 신호. 그런 것을 받을 만한 일이 있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없다. 느리게 호흡을 하며 몸에 힘을 빼보려했다. 굳은 몸은 한 번에 풀어지지 않는다. 

'대체 뭐가 문제람.' 

호흡에 집중하지 않으면 불쑥 딴지를 거는 목소리가 반드시 등장하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이 딴지를 나쁘게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냥 내 안에 있는 많은 목소리 중 하나라고 여긴다. 물론 딴지 목소리의 지분이 좀 많아서 시끄럽긴 하지만. 


조급해하고 있었다. 나는 줄곧 게으르면서 동시에 조급했다. 게으르니까 조급했다. 미뤄뒀던 일들을 언젠가는 해야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게을렀다. 그러다보니 마음 속에서 점점 불안이 쌓였다. 여기서 문제는 미뤄둔 일이 뭔지 명확하지 않다는 거다. 그저 '뭘 좀 해야햐는데' 하는 관념에 낚여서 이런저런 '할 일'들을 만들어낸다. 영어공부, 화분사기, 밥솥사기. 실제로 그 일들을 처리하지 않아도 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다. 밥솥을 안사면 밥을 못해먹긴 하지만 그건 그때가서 사면 될 일이다. 모든 게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꼭 해야할 일은 사실상 없었다. 미뤄둔 것도 없었다. 나는 게으르지도 않았다. 조급할 이유가 없다.


후회하지 않을 1년을 보내고 싶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화근이었나보다. 마음을 먹으면 힘이 들어가게 된다. 뭔가를 해보겠다는 의지가 이것저것 분주하게 일을 벌인다. 다 나를 위해서겠지만 그 일들이 정말로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자면 썩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부지런한 기분을 내는 데에 그치는 것들이 훨씬 많다. 스스로 백수를 자처했으면서도 가끔씩 이 처지에 괴로울 때가 있다. '뭘 좀 해야햐는데' 하는 강박 때문이다. 

"넌 아무것도 안해도 된단다. 넌 할 일이 없단다."

이렇게 다독이는 것이 최근의 일과이다. 이걸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마음은 불편하고, 몸에는 계속 힘이 들어가 있다.  


다시, 마음을 먹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 아니 그런 마음도 먹으면 안될 것 같다. 내일 구청에도 가야하고, 시장에도 가야하고, 문구점에도 가야하지만. 그런 걸 미리 생각하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여기. 그것 뿐이었으면 좋겠다. 마음 속에 아무것도 잡아두는 것이 없으면 좋겠다. 이렇게 바라는 것들도 다 욕망이겠지만. 그래. 욕망에 솔직해지면 좋겠다. 이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삽니다'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는데,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의견을 내지 않았을 뿐이지, 여전히 잡생각이 많았다. 정말로 아무 생각이 없으려면 모든 걸 잊고 하나하나 느끼며 오히려 그 모든 것에 의견을 내는 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순간, 떠오르는대로 말이다.


방 가운데 앉아 초를 켰다. 조용한 음악을 틀고 눈을 감았다. 명상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그저 가만히 앉아있는다. 기분 좋은 상상도 하고, 원하는 것들을 주문처럼 외기도 한다.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감았던 눈을 열었을 때는 K에게 메시지가 와있었다.  인간관계에서는 상상이 독인 것 같다. 이런저런 상상을 했었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메시지가 와있다니. 아무 상상도 아무 마음도 없이. 나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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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욕칠정의 세계 / undressj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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