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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춤추기
by 서딘 Jun 16. 2017

아침에는 야채를

먹는 것이 바뀌면 생활이 바뀌니까

샐러드용 야채팩 커다란 것을 집어들었다. 과연 내가 이걸 먹긴 할까. 못미더워하면서도 일단 장바구니에 담는다. 야채를 좀 먹긴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그동안 숱하게 야채를 구입해왔지만, 대부분 버려졌다. 첫날은 야채만 씻어 먹다가 다음에는 드레싱을 뿌려먹었다. 두부를 사와 4분의 1로 잘라 물기를 짜내고 그대로 으깨었다. 이러면 단백질도 먹을 수 있다. 으깬 두부를 곁들인 샐러드와 잼을 바른 식빵이 최근의 아침 식사이다. 야채도 먹고 든든하기도 하다. 아침에 너무 공을 들이는 것은 별로다. 하루를 시작해야 하니까 되도록이면 간단한 것이 좋다. 아침을 너무 많이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 오전 내내 기분이 좋지 않다. 딱 이렇게 먹는 것이 가볍고 알맞다.


어제는 오랜만에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 자신에게 주는 선물처럼 신나게 햄버거를 받아왔다. 한 입 베어물었다. 맛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햄버거였는데. 맛이 없다. 사이다에서는 수도관 냄새가 난다. 이 가게 사이다는 늘 그랬었던 것 같다. 가끔씩만 들리다보니 그때마다 까먹었던 것 뿐. 다 먹고 오후에 책을 읽는데,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안좋았다. 야채를 먹어서일까. 언제부터인가 사먹는 음식이 그리 달갑지 않다. 물론 고기와 치킨과 술은 언제나 진리지만 되도록이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변화다.


집 주위에 마트가 없다보니 본의 아니게 백화점 식품관에서 장을 본다. 백화점 카드를 만들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길래 13층 센터로 갔다. 최근 3개월 간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은 사실이 증명 되어야만 카드 발급이 가능하단다. 아. 네. 갑자기 일상세계에서 아주 멀어진 기분이 들었다. 카드 못만드는 백수. 그대로 나와서 카드 없이 장을 봤다. 할인 안받으면 어때!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수없이 괜찮아, 괜찮아를 남발한 거 보면 분명히 괜찮지 않았던 하루다. 사실 이 일화를 당일에 쓰려고 했는데 당일에 쓰지 못한 것을 보아도, 분명 괜찮지 않았던 거다. 나중에야 김복통씨가 '그거 카드 만들어도 어차피 식품은 할인 안될걸' 하고 말해주는 걸 듣고나서야 마음이 좀 괜찮아졌다. 그래서 이렇게 쓴다.


방에 안락의자, 책상, 의자가 순서대로 들어왔다. 와! 이제 정말로 집밖으로 나갈 이유가 전혀 없는 환경이다! 책상 앞에 주로 머물고 안락의자에서 간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나의 그림이었는데 정 반대다. 안락의자에서 대부분 뒹굴거리다가 간간히 '책상 사놓고 뭐하냐!' 하는 내면의 목소리에 못이겨 엉덩이를 뗄 뿐이다. 어쨌든, 안그래도 밖에 나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 가구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 발견한 것이 있다. 밥을 많이 먹고 난 후에는 안락의자로 향한다는 거다. 배도 부르고 일단 좀 쉬어야 하니까. 반면에 아채를 씹어먹고 나서는 별 저항 없이 책상 앞에 앉는다. 야채가 주는 마법. 앞으로도 이 마법이 잘 먹혔으면 좋겠다. 아침으로 야채를 먹고, 오전 시간은 책상에서 보내는거다. 글을 쓰고 책을 내자는 목표를 매년 반복해왔다. 내년에는 좀 업그레이드 된 소원을 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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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욕칠정의 세계 / undressj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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