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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비공식 첫 회식

by 백운

"ㅋ한우집 이름이 집현전인가요?"


가는 길에 현원장에게 물었다.


"ㅎ 웃기죠? 여기는 식당이름들이 다 그래요. 삼겹살 잘 하는 집도 있는데 거긴 이름이 성균관이에요! ㅎ"


현원장도 웃으며 말했다.


"네? 풉~~~아! 죄송해요. 여긴 고기들도 다 엄청 공부 열심히 하는 모양이네요?하! 하! 하!"


"네? 호!호! 호! 그렇나요?재밌어시네요~백선생님!"


이런 농담 섞인 말들을 주고 받는 사이 집현전에 도착했다.

집현전은 가게 이름에 걸맞게 왠지 시끄럽게 떠들면 안될 것같은 고급지고 중후한 외관이었다.


"어머~원장님! 오셨어요~?오신다하셔서 미리 자리, 룸으로 세팅해뒀어요? 원장님은 나이를 거꾸로 드시나요? 원래 예뻤는데 더 예쁘지셨네요~~^^"


안으로 들어서니 사장님이 현원장을 알아보고는 현원장이랑 팔짱까지 끼고 너스레를 떨며 반갑게 맞아줬다.


"호! 호! 사장님! 장사수완은 여전하시네요~ 잘지내셨죠? 빈말인 줄 알지만, 사람 기분 좋게 하시는 데는 사장님 칭찬이 최고에요~"


현원장도 기분 좋게 사장님이랑 인사했다.


"어머~ 어머~~ 원장님 빈말이라뇨? 진심이에요~ 옆은 누구? 남자 친구? 훤칠하니 잘 생겼네요~"


"호! 호! 아니에요~ 사장님! 새로 들어오신 선생님이세요~ 완전 실력파시라 제가 어렵게 모셔왔어요~"


"어머머~ 그랬군요. 제가 손님들 오심 소문 잘 내드릴게요. 두 분 넘 잘 어울리셔서 내가 실수를 했네... 죄송해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괜찮죠? 백선생님?"


현원장이 밝게 웃으며 나한테도 물었다.


"네~ 저야 감사하죠."


"호! 호! 그래요. 들어가요!"


룸으로 들어가니 고기랑 기본 안주, 술이 세팅이 다 되어있었다.


"자~ 그럼 두분 좋은 시간 가지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사장님이 문을 닫고 나가자 현원장이 조용히 소곤거렸다.


"사장님이 성격이 밝으셔서 아시는 분이 많아요.잘 보여놓는게 좋아요~"


"네. 잘아시는 사이신가 봐요?"


"그래보였나요? 겉으로만 그래요! 속은 알 수가 없죠! 자!백선생님은 첫 잔은 어떻게? 전 말아먹어요!"


현원장이 맥주랑 소주를 섞어 폭탄주를 만들며 말했다.


"그럼, 저도 말아주세요! 원장님!"


"오케이, 자 한잔 드세요! 반가워요! 짠!"


"넵! 반갑습니다. 원장님!"


"고기는 제가 잘 구워요! 제가 구울게요~ 주세요!"


내가 고기를 구우려고 집게를 잡자, 집게를 뺏으며 현원장이 말했다. 현원장의 손놀림은 정말 고기를 많이 구워 본 솜씨였다. 적당히 익었을 때, 뒤집고 자르고를 반복했다. 외모는 정말 고기 한 번 안구워보고 귀하게 자란 부잣집 막내 딸이었는데, 학원을 운영한다는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의외였다. 그렇게 고기안주로 폭탄주를 두잔 정도 더 먹었을때 안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네! 선생님! 아~~그래요? 어쩔수 없죠? 그럼 얼른 오세요~"


전화를 받던 현원장의 얼굴이 가늘게 떨리는 듯하더니 이내 안정을 찾았다.


"백선생님! 어쩌죠? 예정에 없던 회식이라 다른 선생님들은 다 선약이 있으시다고 안 선생님만 오신다고 하네요!"


"괜찮습니다. 원장님. 저는 개의치 마세요!"


"네! 말만 원장이지 외로운 자리입니다. 호! 호! 호!"


현원장은 웃으며 장난처럼 말했지만, 왠지 정말 외로워보여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까지들었다.


"네. 오너의 자리가 그렇죠! 힘내세요! 원장님!"


차마 안아주지는 못하고 뭐라고 위로의 말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아서 한 말이었지만, 현원장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며 나를 쳐다봤다.


"백선생님 성격 좋으신데, 왜 선생님들이랑 사이가 안 좋으셨을까요?"


"하! 하! 원장님! 정확히는 안 좋다기 보다는 제가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못 되다 보니 친해지지 못 한거라고보는게 맞을 겁니다."


"음....안 좋은 게 아니라, 좋은 게 아니었다?"


"네! 그게 더 정확 할 겁니다."


'똑! 똑!'


폭탄주를 두어잔 정도씩 더 마셨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네! "


현원장이 대답하자 안선생님이 들어오며 말했다.


"많이 늦었죠? 마무리 하려는데 상담전화가 와서 좀 더 늦었어요~ 죄송해요~"


안선생님은 엄청 깍뜻하고 예의 발랐다.


"아이고~아니에요^^선생님! 일하신다고 늦었는데요~ 우리가 먼저 먹어서 죄송합니다^^얼른 오세요~고기 맛있게 구워 뒀어요~"


"호! 회! 감사합니다. 원장님. 말씀은 좀 나누셨어요?"


"이제 막 기분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얼른고기 좀 드시고 한 잔해요! 자~ 잔 받으세요."


현원장은 언제 폭탄주를 제조했는지 안선생님한데 잔을 건냈다.


"네~술부터 한잔 할게요! 자 원샷 해요~"


"캬~~좋다! 오늘은 비공식 회식이니 우리끼리 재밌게 한잔해요~"


"백선생님! 원장님 원래도 재미 있으신데 술 드시면 더 재밌으세요~호! 호! 호!"


"그렇잖아도 넘 말씀을 재밌고 편하게 해주셔서 빠져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어머! 두분 왜 이러셔요? 호! 호! 호! 나 넘 띄우지 마세요~높이 올라갔다 떨어지면 아파요~ 마이 아파!"


"하! 하! 하! 하!"


"호! 호! 호! 호!"


"좋아요! 오늘 이 밤이 새도록 달려봐요~백선생님 내 매력에 넘 빠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호! 호! 호!"


"넵! 정신줄 꽉 붙들고 있겠습니다. 하! 하! 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술잔이 부딪치는 속도도 빨라졌다.


"이번에는 제가 한 잔 말아드리겠습니다. 원장님!"


"아이고~ 감사합니다."


내가 폭탄주를 한 잔 제조하기위해 잔을 모으다가 잔을 주려고 하는 현원장과 손이 부딪쳤다. 술기운이었을까? 원장실에 이어서 두번째였을까? 현원장이 멈칫하는게 느껴졌다. 부드러웠다. 그러고보니 술기운에 약간 풀린 눈, 도톰한 입술, 허트러진 머리카락, 찢어진 스커트 사이로 보이는 날씬한 다리......


'원장님이 이렇게 섹시한 분이셨나?'

.

.

.


'누난 내여자니까~~~~~내 여자라니까~~~~~~'


어디선가 계속 들리는 벨 소리에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며 잠이 깼다.


"어윽......머리야......,여기가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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