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에게
*실리콘밸리 모닝뉴스 5월 2주차 칼럼으로 실은 글입니다.
오랜만에 Boyz II Men의 A Song For Mama를 듣는다. 묵직한 피아노 화음에 감미로운 목소리가 마음을 적신다.
You taught me everything
And everything you've given me I always keep it inside
You're the driving force in my life, yeah
There isn't anything or anyone that I can be
And it just wouldn't feel right
If I didn't have you by my side
Ooh, you were there for me to love and care for me
When skies were grey
Whenever I was down, you were always there to comfort me
And no one else can be what you have been to me
당신은 제게 모든 것을 가르쳐주셨죠
제게 주신 모든 것을 언제나 간직하고 있어요
당신은 언제나 제 삶의 원동력이었어요
저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다 될 수 있어요
아무것도 맞다고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당신이 제 옆에 없었다면요
당신은 언제나 저를 사랑으로 돌봐주셨죠
하늘이 흐릴 때도
제가 낙심해 있을 때도 언제나 위로를 건네주셨죠
그 누구도 당신을 대체할 수는 없어요
수년간 내가 이 노래를 들으면서 떠올린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엄마의 엄마였다. 어릴 때 나를 키워주셔서 내겐 엄마이자 우주와도 같았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건 이 노래가 발표된 이듬해인 1998년이었다. Your love is like tears from the stars (당신의 사랑은 별의 눈물과도 같아요)라는 가사를 들으며 참 많이도 울었다.
엄마가 당시 할머니의 나이를 넘긴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고, 나도 엄마가 된 지 7년이 넘었다. 젖 달라고 칭얼대던 꼬물꼬물 강아지 같던 생명체가 그 사이 어엿한 사람이 되어 학교도 다닌다. 엄마가 되고 나서 듣는 이 노래는 또 새롭다. 할머니가, 엄마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나도 이 아이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아이와 투닥대고 난 후 Martina McBride의 In My Daughter’s Eyes를 들려주고는 잠시 멈췄다.
In my daughter’s eyes I am a hero
I am strong and wise
And I know no fear
내 딸의 눈에 나는 영웅이야
나는 강하고 지혜롭고
두려움 따윈 모르지
“네가 생각하기에도 엄마가 정말 이래?”
아이는 두 눈을 반짝이며 두말없이 당연하단다. 다시 노래를 틀고 딸을 가리킨다. 딸의 눈이 더 반짝인다.
But the truth is plain to see
She was sent to rescue me
I see who I want to be
In my daughter’s eyes
하지만 진실은 명백하지
딸애야말로 나를 구원하는 걸
나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보지
딸아이의 눈에서
나름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그래도 여태껏 누구에게서도 딸한테서만큼 조건 없고 절대적인 무한한 사랑을 받지는 못한 것 같다. 다소 부담스럽기까지 한 순도 150%의 이 사랑 덕에 나도 많이 자랐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더 좋은 사람으로, 건강하게 살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어쩌면 나도 우리 엄마에게, 할머니에게 이런 귀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루에도 흐렸다 맑았다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우리 모녀 사이는 앞으로 더욱 더 큰 변화를 많이 겪겠지만, 딸이자 엄마로서 지니는 지금의 이 마음을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