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민 Oct 10. 2017

글쓰기, 글짓기 그리고 글 잇기

미래의 생존 원칙

점차 변화되고 있지만, 사회생활의 생존 원칙이 [실력]보다 줄 서기와 무리 짓기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끈과 줄]로 작동되는 곳이 의외로 많다. 최근에 우리는  [끈과 줄]로 뒤엉켜 기괴한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민낯으로 사는 정치인 무리를 보았다.

정치인은 학연 學緣, 혈연 血緣, 지연地緣이라는 씨줄과 리더에 대한 친분도(충성도) 날줄로 운명이 촘촘히 엉켜 있어서 그들은 마치 하나의 변종 유기체처럼 보인다. 


자신이 누구의 라인이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말하는 분야가 또 있다면 방송 연예계인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의 라인이라는 것을 말하고 다니거나 그 자체를 이야기 소재로 쓰기도 한다.

이처럼 외부로 자신의 라인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중요하고 강력한 라인은 드러나지 않는 라인이다. 


이런 끈에 대해서 집착하는 것은 인간의 사회에서만 있는 기이한 현상은 아니다. 우주의 모든 것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초끈 이론도 있다. 만물 이론이라고 불리는 초끈 이론 Superstring theory은 세상의 모든 것은 0차원의 입자가 아니라 1차원의 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물리학 이론이다. 

만약에 초끈 이론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인간이 [끈과 줄]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우주의 본능이다.


지구 상에서 하나의 종이 모두 연결되어서 같은 생활권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밖에 없다. 

모든 것을 연결하려는 인간의 본능은 디지털 기술에 융합되어서 글로벌 SNS을 만들었다. 이것은 인간이 얼마나 [끈과 줄]에 집착하고 추구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예다. 하지만 이것은 한 줄로 연결된 시작에 불과하다.


인생을 뽑기 사다리로 비유하고 싶지 않은데 ...살아보니 묘하게 공감된다



MIT 미디어랩 소장 조이 이토와 <와이어드> 객원 에디터 출신인 제프 하우는 자신들의 저서 [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 원칙]에서 과학 저술가 스티브 존슨(Steven Johnson)의 말을 빌려 미래의 생존 원칙 중 하나인 [권위 보다 창발]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디어를 베스트셀러로 출간하거나 그 아이디어를 탐구할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의 방식으로 더 많은 사람을 시스템에 연결시켜서 그들의 작업이 더 오래,
더 길게 흔적으로 남기게 해 준다면 오래지 않아 시스템은 국면 전환을 맞게 된다. 혼자만의 예감이나 개인적 집착들이 합쳐져 수천 명이 공유하는,
세상을 보는 하나의 새로운 방식이 된다. 



위의 설명은 연결로 시작되는  [창발 현상]이다.  

단세포 생물인 점균류는 식량이 부족하면 서로 연결하여 초개체를 이루는 창발 생존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런 초연결을 통한 초개체 현상은 단순히 점균류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바로  연결의 창발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런 창발성은 아마존,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그리고 우버에 이르는 모든 글로벌 연결 비즈니스에서 작동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우주, 자연 그리고 인간의 본능에 있는 연결과  창발성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여 인간들의 삶터가 되어가고 있다.(이미 되었다) 






이제 과거 데이터의 연결을 기반으로 만든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시대가 스마트 폰처럼 어느 날 갑자기 지금과 다른 새로운 삶을 [스마트]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와 인류의 진보를 위해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지식]을 어떻게 연결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발할 수 있을까?  




글쓰기, 글짓기 그리고 글 잇기

 나는 10년 동안 [유니타스브랜드]라는 전문 잡지의 편집장을 하면서 항상 [현상은 있지만 이론이 아직 없는 브랜드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편집 방향 아래 잡지를 만들었다. 그 이유는 편집장을 하기 전에 10년 동안 마케터로 일하면서 마케팅 법칙과 전략을 그대로 현장에 적용했지만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기 베라 yogi Berra 말처럼 [이론상, 이론과 실제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 실제로는, 차이가 있다]

요기 베라 yogi Berra


나는 이론과 마케팅 현장의 차이에 있는 알 수 없는 지식을 탐닉했다. 나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실행하는 실제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그 현상에 대해서 현장 담당자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논의를 했다. 그리고 절대로 재현될 수 없는 그 순간의 법칙과 항상 일어나는 법칙을 연구하면서 [글쓰기]를 하였다.

이렇게 현장 지식을 글로 쓰는 과정에 같은 주제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토론할 때 새로운 지식(해석과 응용)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같은 분야를 다르게 보고 쓴 글을 모아 잡지를 만드는 일은 마치 서로 다른 재료로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나는 여러 사람이 하나의 지식을 만들어 가는 [글짓기]를 경험했다. 실제 현상에서 일어나는 있는 프로젝트 지식은 경영지식보다는 인문학, 심리학, 인류학, 생물학 등 서로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던 지식과 연결된 것을 발견했다. 마케팅 현장 지식이 경영 이론이 아는 다른 지식과 연결되어 새로운 지식의 글로 쓰이는 [글 잇기]를 보았다. 비록 제한된 분야이지만 나는 연결된 지식의 창발을 경험했다. 

 



이 글의 모티브를 주었던 [미래의 생존 원칙 9]을 쓴 조이 이토는 MIT 미디어 랩의 소장이지만 대학을 중퇴하고 기업가와 블로거로 지식을 쌓은 사람이다. 이 책의 공저인 제프 하우 MIT랩의 객원 연구원이면서 와이어드 객원 에디터로 활동을 하다가 노스이스턴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보다는 그들의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서로 논의하면서 어떻게 구체화(글쓰기-글짓기-글 잇기)시켰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들은 생존 원칙 9개를 어떻게 뽑았을까?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어떤 자세를 취했을까? 

9개의 생존 원칙 중에서 의견 충돌의 흔적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같은 주제를 서로 다른 관점으로 어떻게 하나의 방향을 설명했을까? 

생존 원칙 9개 중에 각자 뽑을 것을 우선순위별로 나열한 것일까? 

아니면 서로 같이 뽑고 한 사람이 썼을까? 



책 내용보다 형식에 관심을 두고 문체와 관점을 살피면서 책을 읽었던 이유는 이론이 없는 미래에 관한 책을 쓰는 방법으로 [공저]가 최고의 창발 법이기 때문이다. 미래 충격 외 수많은 미래 관련 책을 쓴 앨빈 토플러는 수많은 사람과 다양한 주제를 의논하면서 미래를 상상하고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인류의 진보는 과거의 지식을 패턴화시킨 인공지능이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새로운 미래는 인간과 인간의 연결을 통해서 만들어질 창발성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플갱어, 브랜딩 전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