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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네? 뇌가 없네!

살아야 할 이유가(목적은) 무엇입니까?

by 권민

대기업에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다 있는데, 가만 보니 내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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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포스터에 적힌 이 카피 때문에, 만화도 드라마도 보지 않던 내가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대기업에 다니는 내 친구 박 부장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원작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하이퍼리얼리즘 소설'로 소개된다. 다행히(?) 나는 원작을 모르기에 결말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아마 해피엔딩이겠지. 하지만 진짜 현실은 다르다. 내 주변에 해피엔딩은 없다.

작년에 쓴 <더 이상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에도 김부장 같은 인물이 나온다. 나는 그를 '강쇠돌'이라고 불렀다. 대기업에서 나온 강쇠돌과 김부장들은 '내가 없네'라는 자각 때문에 창업으로 자기를 찾으려 한다.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어한다.

이것이 모든 창업 실패의 함정이다. 목적이 결여된 채 '존재 증명'만을 위한 창업은, 외부의 인정(매출, 성공)에만 의존하게 만들어 작은 위기에도 쉽게 무너지거나 방향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엔텔러키 브랜드 재창간 1호의 특집 주제를 '목적'으로 정했다.


목적은 "무엇을 하는가"보다 "왜 존재하는가"를 세상에 증명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목표가 '무엇을 이룰 것인가'의 문제라면, 목적은 '왜 그것을 이뤄야 하는가'의 문제다. 지난주 강의에서 나는 수강생들에게 자기 존재에 관한 질문 100개를 적어보라는 과제를 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교육을 받은 중장년층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역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로 살아왔는가?'였다.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말했다. "인간은 본질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나는 이 구절을 중장년들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창업하기 전에 반드시 브랜드 목적과 인생 질문을 가져야 한다고.

자기에게 질문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특히 창업하려는 (전직) 김부장과 강쇠돌은 '브랜드란 무엇인가?', '나의 브랜드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보다, 그 답을 손님들에게서 찾으려 하거나(혹은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주길 바라며) 헤맨다. 목적 대신 목표로만 살아온 이들에게, 자신을 향한 질문은 낯설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어려운 질문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내가 없는' 김부장이 아니라 '나'로 존재하는 창업가, '나'의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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