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육아 시작 D + 40
책육아를 시작하면서 첫째 방에 있던 책장과 책상을 거실로 가지고 나왔다. 복도 쪽으로 재배치만 했을 뿐인데 그날 이후로 첫째 둘째는 책벌레가 된 것 같다. 각자 방에서 나와 거실로 가려면 꼭 마주치게 되는 책들! 둘째가 하루를 제일 먼저 시작하는데 방에서 나오면서부터 책 읽기를 시작한다. 세 살밖에 안 됐으니 글은 당연 못 읽지만 신기하게도 한 권씩 열심히 본다. 가끔은 혼자서 진짜 읽기라도 한 듯 중얼중얼한다. 둘째가 책 보고 있으면 첫째가 옆에 가서 읽고, 첫째가 책 읽고 있으면 둘째가 옆에 붙어 읽는다.
재배치의 효과가 이 정도라니! 물론 시부모님과 남편의 노력도 있다. 손주들이 끊임없이 책 읽어 달라고 징징거려도 시부모님께선 한 번도 거절하시지 않으셨다. 오히려 더 정답고 재밌게 읽어주셨다. 남편은 일어나기도 전부터 책 읽어달라는 둘째 때문에 피곤할만한데도 항상 따듯하게 받아주었다. 출근 안 하는 주말이면 거의 하루종일.. 책 읽어주기에 바쁘다.
엄마인 나는 책육아 해준다고 해놓고 뭐가 그리 바쁜지 집안일로 시작해서 집안일로 하루가 끝나는
것 같다. 중간중간 한 권씩이라도 진득이 앉아서 읽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할 일이 많다. 대신 이동할 때 아이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 혹은 책 노래를 같이 부른다. 아이들도 귀 쫑긋 들으면서 흥얼거린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엄마 아빠는 쌓여있는 집안일로 바빴다. 어느 순간부터 들리는 첫째의 목소리. “우리 이거 같이 공부해 볼까?”, “이거는 이렇게 하는 거야” 등등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 고개를 빼꼼 내밀고 보니 둘이서 책을 읽고 있다. 첫째가 열심히 설명을 해주는 것 같고 둘째는 열심히 경청하거나 질문하거나. 그렇게 둘은 10분 정도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싸우거나 힘을 쓰거나 욕심부리는 것 하나 없이 아름다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어이쿠, 눈물이 날뻔했다.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서로를 챙기고 아끼는 순간을 더 많이 가지길 바란다. 그래야 부모가 떠나도 핏줄끼리 의지하며 살아나가지.
둘 낳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