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소방관 Mar 07. 2024

장난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책육아 시작 D + 44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거실은 아가들 장난감으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정리정돈&청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육퇴 후엔 꼭 1-2시간 장난감 정리 및 걸레질에 투자했다. 피곤한 날에도, 생리통이 심해서 걷기도 힘든 날에도 말끔해진 집을 보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모든 장난감이 밖으로 나와 발 디딜 틈 없이 어질러져있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가들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몇 번이고 시도해 보았지만 스트레스와 잔소리만 늘어날 뿐이었다. 그래서 귀찮은 일은 부모 몫으로 넘기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육퇴하고 거실에 나오면 한숨부터 나왔다. 저 많은 장난감들을 언제 다 정리하나.... 매트도 한 번씩은 닦아야 하는데.... 정말 시작 조차 하기 싫었다.


오늘도 하기 싫고 내일도 하기 싫어지니 점점 집안꼴이 엉망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아가들이 잘 안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을 위주로 하나씩 처분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전동의는 없었다. 그래서 당시엔 내 장난감 어디 갔냐고 슬퍼했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놀이와 이야기가 책 속에 있으니 장난감은 금방 잊었다. 거의 80%를 처분했다. 그랬더니 지금 가지고 있는 장난감은 이게 전부이다.


장난감이 이만큼 뿐이니 아무리 아가들이 어질러 놓아도 별로 어지른 것 같지도 않다. 다 정리하는데 몇 분 안 걸린다. 정리 시간이 짧아지니 청소 시간도 단축되고 나의 의지도 강해졌다. 몇 개 더 처분할게 보이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이대로가 좋을 것 같다.


나머지 공간은 전부 책들로 채워져 있다. 전면책장들이라 몇 권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도서관 분위기다. 제발 내일부터는 책 좀 읽어주는 엄마가 돼야지. 집안일은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빼고, 서로 책 읽어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