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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줌 Aug 06. 2024

5월_성년의 날에

'04

5월

  - 성년의 날에



길 모퉁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 패닉.

꼴까닥 밀어 넘긴 침이 잔뜩 부어오른 뇌를 적시고

이내 눈알마저 시큰하다.

돌아설까, 말까 아니

이제는 돌아서야 할 때.

시침과 분침이 날렵한 창이 되어 살 찐 내 나태를 위협하고

발 밑에선 스무 장의 빨간 장미 잎들

와글와글 붐비며 자꾸만 미끄러져 간다.

아아ㅡ, 아

축하합니다!

성년이 되셨습니다.






*20년 만에 다시 보니


 스무 살 언니버서리는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려웠나 보다. 해가 바뀌고 대학에 입학하며 이제 성인이라고 스스로도 주변에서도 그랬는데, 막상 5월 20일 성년의 날이 다가오니 뭔가 이제 빼박(!) 어른이라는 사실에 압도되었던 걸까? 


 1학년 입학 후 아무 생각 없이 자유의 공기를 마음껏 흡입하며 띵까띵까 놀다가 갑자기 '너 이제 진짜 성인이야'라는 인증을 받게 된 것. 부모님이 어른은 자기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거라고 그랬는데, 헉! 내가 너무 나태했나 하며 불안해지기도 했을 거다. 


 주변에서는 빨간 장미꽃으로 성년의 날을 축하해주는데, 정작 나는 그것을 그저 편안하게 즐겁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아직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어른됨의 의미를 너무 크고 무겁게 생각해서 지레 겁을 먹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둘 다이지 않았을까.


 마흔을 코앞에 둔(?) 2024년의 나의 시선에서는 20년 전 성인됨을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오들오들 떨었던 스물의 언니버서리가 눈에 밟힌다.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던 걱정인형 같았던 그 때의 내게 등이라도 한 번 대차게 쳐주며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걱정마. 너무 겁먹지도 말고. 으른~ 그거 별 거 없어!"


한 줄 평: 어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던 스무 살의 언니버서리 쬐까 안쓰럽네.


*어른, 성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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